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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창간 당시 계간잡지 표지
 창간 당시 계간잡지 표지
ⓒ 이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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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이 모여 10년이 되었습니다. 10년을 지나 19년을 채우고 이제 끝에 섰습니다. 1998년 4월25일 정기간행물(광주 바-0010)로 등록하여 계간잡지로 창간한 첨단정보인은 2003년 6월호부터 월간잡지로 발행되었으나 200호를 끝으로 폐간하게 되었습니다.

첨단지역민에게 신속하고 알찬 정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주민생활에 편익을 도모하고 올바른 여론형성 및 건강한 지역문화를 창달하겠다는 창간정신을 바탕으로 20여 년 가까이 지역민과 함께 호흡하고, 현장에서 지역민의 삶을 조명해왔다고 자부합니다.

'생활 속에서' '첨단패트롤' '주부문예' '첨단 사람 사람들' '지역뉴스' '건강, 생활, 여행, 요리, 문화정보' 등 지역민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으로 광고 방법이 다양화 되면서 그 파고를 견디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퇴장합니다.

그동안 변함없는 사랑과 격려를 보내주신 애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첨단정보라인>을 믿고 광고를 맡겨주신 광고주 사장님들께도 고개 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월간잡지 <첨단정보라인> 대표 이경모 배상

<첨단정보라인> 사고(社告)다. 1998년 IMF가 한국경제를 삼키던 해에 잡지를 창간했다.

<오마이뉴스> '사는 이야기'는 <첨단정보라인> '생활속에서'와 비슷한 내용이어서 중복게재를 했다. 가끔 <오마이뉴스> 기사로 채택되지 않아도 <첨단정보라인>에는 게재했다. 대표의 특권(?)이었다.

2002년 12월 25일 "자동차 회사 주차장, 타사 차량 주차 못해"를 시작으로 <오마이뉴스>에 119개 기사와 사진 305컷을 올렸다. 2006년 11월 17일 '수고한 내 아들, 이제 잠시 쉬었다 가렴'은 수능시험을 치른 아들에게 보낸 글이다. 오름에 올라 원고료 2만 원을 받았던 것이 새삼스럽다.

2007년 1월 17일 "가까이 다가가서 손을 꼭 잡아드려라!" 기사는 잉걸이었지만 KBS <TV동화>에 극화돼 그해 5월 8일 어버이날 전국에 방영되는 기쁜 순간도 있었다.

"엄마하고 몇 번을 불렀는데 대답이 없어" "항암 치료, 그 모진 고통을 어찌 참아냈을..."

아내와 관련된 기사는 지인들로부터 지나친 사생활의 노출이라며 만류도 받았다. 생활하면서 사는 이야기를 써야하는데 가장 가까이에 있는 아프고 슬픈 이야기를 쓸 수 없다는 것에 내가 동의하지 않았던 것이 지금 잘했다는 생각이다.

"아들, 진짜사나이가 되어 만나자" "'의무경찰' 아들이 '명박이 개'라뇨?"는 아들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의 맘을 적은 글로 독자들로부터 많은 격려를 받았다.

"고3보다 힘든 대학생활, 참고 견뎌내는 딸..." "'1500만원 입금했습니다' 딸 문자에 감동했..." "참 잘 견뎌낸 내 딸, 꼭 안아주고 싶다"는 딸 얘기다.

"어버이날 노모(老母)가 준 큰 선물" "어머니 웃는 모습에 울컥 했다" 등 어머니의 사랑이야기도 기사 소재였다. 지나고 보니 우리가족들이 주연으로 많이 등장했다.

"누가 온탕에 큰 것을 실례했습니다" "나는 개가 아니랍니다"는 오름 기사로 독자들의 찬반이 많았던 기사였다.

<첨단정보라인>을 뒤적이다 창간 10주년 기념호를 펼쳤다. 축사 중에 반가운 얼굴과 글이 있다. 그때는 <오마이뉴스> 지역팀장인 이주빈 기자다.

급박한 시대다. 느리면 겨루기 판에 끼는 것조차 힘들다. 겨루기도 빨리 승부가 나야 한다. 사람들이 지루해 한다. 해서 느리게 산다는 것은 세상의 룰을 거스르는 철없는 짓 같다. 더군다나 느리게, 함께 산다는 것은 요즘 세태에선 혁명처럼 무모한 일이 된다.

이경모 기자로부터 <첨단정보라인>이 창간 10주년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거북이보다 느린 걸음으로 뚜벅뚜벅 한길을 십년동안 걸어왔다는 것만으로 최고의 상찬을 받아 마땅한 일이다. 동네에 똬리를 튼 잡지가, 이웃들의 살가운 사연과 함께 십년을 느리게 그렇지만 중단 없이 십년을 살아왔다는 것은 가늠되는 십년 세월 이상의 무게로 다가온다.

빠르게 승부를 보려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까. 빠르게 영역을 확장하려 했다면 지금처럼 튼실하게 이 자리에 서있을 수 있었을까. 참으로 대단하다.

듬직한 이웃이 필요한 시대다. 숨 가쁜 이야기야 전하는 이 많은 세상이니 어느 누구 하나는 그저 담담하게 거친 손 잡아주는 듬직한 이가 되어주면 좋겠다.

바람이 있다면 <첨단정보라인>이 그런 역할을 소담하게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거창할 필요 없다. 요란할 필요는 더더욱 없다. 첨단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많이, 더 자주 실리면 좋겠다. 과제라면 과제고, 조금 먼 날의 즐거운 기약이라면 기약일 테다.

어쩌면 그런 즐거운 기약을 스스로 안고 이미 십년 자축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또 십년의 세월이 흘러 누군가에게 또다시 축하의 글을 협박할(?) 이경모 기자를 생각하니 유쾌하게 소름이 돋는다. 미리 창간 20주년을 축하해야 하나.

<오마이뉴스>와 함께했던 <첨단정보라인>을 폐간하면서 <오마이뉴스>와도 멀어질까 걱정이다. 가장 열정적인 나이에 혼신의 힘을 다했다고 나를 다독이지만 가을걷이가 끝난 휑한 들판과 같다.

영국의 극작가이자 소설가인 버나드쇼의 묘비명도 생각난다.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

덧붙이는 글 | 월간잡지 첨단정보라인 10월호에 게재합니다.



태그:#이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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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광주 첨단지구에서 첨단정보라인을 발행하는 발행인입니다. 첨단정보라인은 월간지(광주 라88)로 정보화 시대에 신속하고 알찬 보도논평, 여론 및 정보 등 주민생활의 편익을 제공하며 첨단지역 상가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만큼 생생한 소식을 전할 수는 없지만 이 지역의 관심 현안을 취재하고 대안을 제시해 주민들과 늘 함께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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