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서 tvN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 얘기가 한창이다. 지상파 드라마도 아닌데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한 드라마가 2017년 1월 종영했다.

머리에 뿔이 하나 있고 가끔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개구쟁이 '도깨비', 전래동화에나 나오던 '도깨비'를 김은숙 작가는 2016년 대한민국에서 제일 찬란하게 그려냈다. 배우들의 멋진 모습, 몰입하게 하는 CG, 감각적인 대사만으로도 남녀노소가 열광할 이유로서 충분하다.

하지만 2016년 대한민국에 살고 있기에 이 드라마에 더 열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2017년 대한민국이 드라마 <도깨비> 같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나] 드라마 <도깨비>는 권선징악이다

왕여(이동욱 분)의 눈을 멀게 하고 그의 충신과 연인과 백성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게 한 간신 박중헌(김병철 분)은 죽어서도 죽지 못하고 900년을 헤매다 결국에는 김신(공유 분)의 칼에 처단된다. 왕여 역시 그 같은 잘못으로 인해 자신의 과거도 잊은 채 저승사자로 몇백 년을 살고 있다. 많은 사람을 희생한 김신도 그 대가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내며 900년을 사는 도깨비로 벌을 받는다.

우리는 좋은 사람은 상을 받고 잘못한 사람은 벌을 받는 세상에 살고 싶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더구나 2016년, 2017년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는 더욱 그렇지 못한 현실에 살고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이승에선 힘센 사람으로 잘살았어. 하지만 저 문을 넘는 순간 알게 될 거야. 눈으로 지은 죄, 입으로 지은 죄, 손발로 지은 죄, 마음으로 지은 죄가 얼마나 힘이 센지, 네 몸을 지옥의 어느 바닥으로까지 끌어당기는지…."

저승사자의 말에 우리는 슬픈 위로를 받는다.

[둘] 드라마 <도깨비>는 운명이다

살면서 처음 와 본 곳인데 낯설지 않거나 처음 본 사람인데 아는 얼굴인 것 같은 사람을 만난 일이 있을 수 있다. 만약 직접 경험은 못 했더라도 그런 얘기를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김은숙 작가가 이런 이야기에 숨을 불어 넣어준 것은 아닐까?

'첫눈에 반했다, 결혼할 사람은 다르더라. 두 분이 남매처럼 닮으셨네요.'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만나면 우리도 함께 행복해진다. 운명 같은 사랑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슴 설레는 기쁨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 가운데 너를 만난 건 정말 행운이야. 이렇게 넓은 세상 한가운데 그댈 만난 건 나 역시 기쁨이야" 도깨비 부부의 노래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운명이다. 전생에 쌓은 덕으로 지금 행복하고 현생에 쌓은 덕으로 앞으로도 평온하기를 바란다.

[셋] 드라마 <도깨비>는 삶이다

지은탁(김고은 분)은 저승사자를 피해 다니며 어떻게든 살아왔다. 힘들었지만 열심히 살았고 이제 도깨비와 행복한 시간만 남았다. 하지만 그녀는 명부에도 없는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신도 알 수 없는 인간의 선택으로만 가늠할 수 있는 희생이었다.

우리가 자신을 희생한 사람들을 기리고 존경하는 것은 어쩌면 신으로 표현되는 고결함에 대한 의식은 아닐까? 신의 형상을 본떠서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을 만들었다고 한다. 인간 능력의 한계는 알 수가 없고 아인슈타인이 두뇌의 15%도 못 쓴 거라고도 한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운명에만 매달리지 말고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자고 드라마 <도깨비>는 말하고 있다. 스스로 목숨을 끊고 저승사자로 살면서 삶을 그리워하게 된다는 이야기도 자살 공화국 대한민국에 필요한 허구일지 모르겠다.

[넷] 드라마 <도깨비>는 연결이다

신선한 드라마 소재지만 진부한 얘기일 수도 있는 '도깨비'가 현대극으로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은 작가의 탄탄한 구성력으로 가능했다.

이상한 일이 하나씩 나타날 때마다 이 얘기는 다음에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지금 생기는 이 일은 지난 얘기의 어떤 요소와 맞닿아 있는지 연결하면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물론 판타지 드라마라서 작가가 만들면 무엇이든 가능할 수 있지만, 미리 구성해놓지 않았다면 억지였을 이야기들을 탄탄한 전개로 완성했다. 윤회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으니 그 연결고리를 계속 고민했을지도 모르겠다. 그 과정은 쓸쓸했을지 몰라도 작가의 전작들보다도 더 찬란히 빛난 작품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인데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2016년 드라마보다도 더 드라마 같은 대한민국에 살았던 우리는 안다. 이제는 그 드라마를 끝내고 <도깨비> 같은 드라마를 현실에서 만나고 싶다. 그래서 우리도 수호신 하나쯤은 가진 게 아니냐고 설레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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