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2015 NH농협 V리그 여자부 경기가 지난 28일 치러진 KGC인삼공사와 GS칼텍스의 경기를 끝으로 3라운드를 마감하며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순위표를 보면, 지난 27일 흥국생명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현대건설이 승점 30점을 기록하며 1위로 3라운드를 마무리했고, IBK기업은행이 28점, 한국도로공사가 26점, 흥국생명이 24점으로 그 뒤를 맹렬히 추격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GS칼텍스와 KGC인삼공사가 상위권에서는 좀 떨어져 있지만 GS칼텍스는 언제든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올 수 있는 승점 차이입니다.

​여자 프로배구의 포스트 시즌 커트라인은 3위입니다. 현재 선두권 경쟁을 하고 있는 4팀도 모두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결국 이렇게 되면 주전에 약한 전력이 없는 팀과 뎁스가 두꺼운 팀이 유리해지는데요. 1위를 달리고 있는 현대건설의 경우 공격형 레프트에 폴리, 수비형 레프트 김주하, 센터에 양효진-김세영, 라이트 황연주, 세터 염혜선-이다영, 리베로 김연견, 원포인트 블로커 한유미, 원포인트 서버 박혜미 등 주전 선수와 뎁스가 탄탄합니다.

2위 IBK기업은행도 레프트 박정아-센터 김희진-라이트 데스티니의 삼각편대가 건재하고, 수비형 레프트 채선아의 리시브가 흔들릴 때 신인 전새얀이 들어가 리시브를 받아주면서 작년보다 한 층 안정되었고, 유희옥과 김유리가 맡는 남은 센터 한 자리와 세터 김사니, 리베로 남지연과 권혜림, 원포인트 서버 김언혜와 후위 수비 강화 선수 노란, 최은지 등 주전 선수들이 확고하게 자리가 잡혀 있습니다.

한국도로공사(이하 도로공사)와 흥국생명의 사정은 위의 두 팀과는 조금 다릅니다. 도로공사​는 외국인 라이트 니콜, 공격형 레프트 문정원, 장소연-정대영-하준임의 센터진, 이효희-이고은 세터와 김해란 리베로, 원포인트 서버 오지영 등이 건재하지만 레프트 한 자리를 두고 황민경, 고예림, 김선영, 김미연, 하혜진이 무한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이며 흥국생명은 외국인 라이트 루크, 공격형 레프트 이재영, 김혜진-김수지의 센터진, 세터 조송화와 리베로 김혜선-한지현, 원포인트 서버 공윤희 등이 자리를 잡아주고 있지만 역시 레프트 한 자리를 두고 곽유화, 주예나, 박성희 등이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도로공사와 흥국생명, 두 팀의 무한 레프트 경쟁을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도로공사, 한 자리 주인공은 드디어 찾았는데...

도로공사는 2012/2013시즌을 마치고 국가대표 레프트 임효숙이 은퇴한 이후로 한 자리 이상의 레프트 포지션이 불안하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2013/2014시즌에는 황민경, 김선영, 고예림, 표승주, 곽유화, 김미연 등이 두 자리를 놓고 무한 경쟁을 벌였으며 황민경-김선영이 주전으로 나서고 나머지 선수들이 종종 선발로 나서거나 원포인트 서버, 후위 수비 강화 선수로 나서는 체제로 시즌을 운영했습니다.

이후 2014/2015시즌을 앞두고 스토브 리그를 통해 FA로 IBK기업은행에서 이효희, GS칼텍스에서 정대영을 영입하면서 양 팀은 보상선수로 모두 도로공사의 레프트 자원을 선택했고 그 결과 보상선수에 이은 트레이드로 곽유화가 흥국생명의 유니폼을, 표승주가 GS칼텍스의 유니폼을 입게 됐습니다. 그리고 신인드래프트에서는 1라운드 3순위로 선명여고의 하혜진을 지명하며 도로공사의 레프트 자원은 황민경, 김선영, 고예림, 김미연, 하혜진 5명으로 정리되는듯 했습니다.

하지만 이 5명의 선수들을 모두 압도하는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했습니다. 2014 KOVO컵대회 때 라이트를 맡아 외국인선수 못지 않은 활약을 해주던 이 선수는 정규 리그 들어서 원포인트 서버로 활약해주더니 어느새 주전 레프트 자리를 잡아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프로 입단 네 시즌만에, 라이트에서 레프트로 전향을 한 끝에 주전 자리를 잡아 맹활약을 해주고 있는 이 선수는 바로 문정원입니다. 문정원이 레프트로 전향해 주전 한 자리를 잡으며 나머지 다섯 선수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습니다.

지난 시즌 든든하게 도로공사 레프트의 한 축을 맡아줬던 황민경은 올 시즌 초반 고질적 부상의 통증으로 인해 벤치 멤버로 시즌을 시작했습니다. 프로 입단 때부터 여러 차례 크고 작은 부상을 입으며 여러 번의 수술을 거친 황민경은 그럼에도 매년 레프트로서 공격에서 상당한 역할을 해준 바 있습니다. 하지만 서브 리시브 면에서 지적을 받으며 후위에서 수비 강화 선수와 교체되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하지만 5명의 레프트 후보들 중 가장 경험도 많고 공격에서 꾸준한 활약을 보여준 선수입니다.

황민경과 입단 동기인 김선영 또한 지난 시즌 도로공사의 주전 레프트로 자리매김했던 선수입니다. 주로 상대 블로커의 손가락 끝 부분을 노려 밀어서 블로커 아웃을 노리는 공격을 하는 선수로, ​입단 직후에는 부상으로 인해 수술을 하며 한 시즌을 쉬었지만, 수술 이후에는 큰 부상 없이 꾸준히 경기에 출장해주고 있습니다. 다만 리시브 성공률이 갈 수록 좋아지고는 있지만 20%대로 좋지 않은 것이 아쉬운 점입니다. 꾸준히 28경기 이상을 출장해줬던 지난 세 시즌과는 달리, 올 시즌에는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15경기 중 8경기 출전에 그치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 1라운드 2순위로 도로공사에 입단해 신인 선수상을 수상한 고예림은 지난 해 36%의 높은 공격성공률을 보이며 도로공사의 공격 면에서 큰 보탬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시즌 프로 무대의 플로터 서브나 강한 스파이크 서브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고, 올해는 지난 해보다 리시브 성공률이 더 떨어지며 아쉬운 모습입니다. 하지만 공격이 좋아 경기에 계속해서 투입되고 있으며 세트 당 1점 이상의 득점을 올려주고 있습니다.

​김미연은 많은 경기를 뛰지는 않았지만 나올 때마다 공격에서 매우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벤치에 있다가도 중요한 상황 혹은 크게 뒤쳐진 상황에서 점수 차를 좁히거나 점수 차를 벌릴 때 투입되어 좋은 역할을 해주고 있는 선수입니다. 전임 어창선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을 때는 많이 중용되었으나, 서남원 감독 체제에서는 많은 기회를 얻지 못 하고 있는 것이 아쉬운 점입니다. 신인 하혜진은 181cm로 도로공사 레프트진 중에서 가장 키가 크며, 올해 여자고교배구를 호령한 진주 선명여고 출신으로 지명 당시에는 즉시전력감 평가를 받기도 했었으나, 실전에 투입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해보입니다.

최근 도로공사의 제2레프트는 황민경, 김선영, 고예림이 주로 투입되고 있고 김미연이 종종 강한 공격이 필요할 때 투입이 되고 있습니다. 이 선수들의 공통점은, 서브 리시브에 약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도로공사 주전 제2레프트 주인공은, 아마도 이들 중 공격은 물론이요, 상대적으로 리시브가 더 좋은 선수가 들어갈 확률이 높지 않을까요.

흥국생명, 선수는 많으나 부상 악령에 울다​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 박성희, 윤혜숙(은퇴), 주예나, 조영은(은퇴) 등이 레프트 자리에 출장을 했으나, 확실한 활약을 보여준 선수는 없었습니다. 김연경(현 페네르바체), 황연주(현 현대건설), 한송이(현 GS칼텍스)가 좌, 우에서 시원한 공격을 보여주던 흥국생명의 전성기에 비하면 매우 아쉬웠던 공격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러나 이번 시즌을 앞두고 흥국생명의 레프트진은 한층 탄탄해졌습니다. FA로 현대건설에서 센터 김수지를 영입하며 레프트, 센터, 라이트가 모두 가능한 정시영을 레프트로 쓸 수 있게 됐고, 해외진출로 인해 보유권을 가지고 있던 세터 김사니가 IBK기업은행으로 FA 이적하며 다각 트레이드 형식으로 곽유화와 신연경을 영입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신인드래프트에서는 1라운드 1순위로 국가대표 레프트 선명여고 이재영을 지명했고, 3라운드에서는 수원전산여고의 강혜수를 지명하며 레프트의 숫자가 크게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부상 악령이 흥국생명 레프트진을 덮쳤습니다. ​지난 시즌 IBK기업은행에서 전 경기를 소화하며 수비에서 상당히 인상 깊은 활약을 펼쳤던 신연경이 2014 KOVO컵대회 준결승전 GS칼텍스와의 경기에서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했고, KOVO컵에서 라이트로 출장했던 정시영 역시 부상으로 경기에 출장하지 못 하고 있습니다. 또한 신인 이재영도 국제대회인 AVC컵에서 발목 부상을 입어 시즌 초반 출전하지 못 하고 전국체전 차출로 인해 출전하지 못 하는 등 악재가 잇따랐습니다.

그러나 이재영이 복귀 이후 국가대표 레프트다운 모습을 보여주며 공격성공률 3위에 이름이 올랐고, 단숨에 공격형 레프트로서 주전 한 자리를 꿰찼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한 자리는 여러 선수들이 무한 경쟁을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도로공사에서 FA 이효희의 보상선수로 IBK기업은행​으로 이적했다가 곧이어 트레이드로 흥국생명의 유니폼을 입게 된 곽유화는 도로공사 시절 황민경-고예림과 함께 '미녀 레프트 3인방'으로 이름이 알려졌던 선수입니다. 서브 리시브와 수비가 안정적이고 특히 수비에서 공에 대한 집중력과 집념이 돋보입니다. 그러다보니 지난 27일 현대건설전에서는 공격을 시도하는 루크와 동선이 겹쳐 이것이 실점으로 연결되기도 한 바가 있습니다.

​주예나는 데뷔 첫 시즌부터 2010/2011시즌을 제외하고는 지난 시즌까지 꾸준히 25경기 이상을 소화해주고 있으며, 2011/2012시즌부터 세 시즌 연속으로 100세트 이상을 소화한 꾸준함이 돋보이는 선수입니다. 공격과 수비 면에서 모두 안정적이고 공격에서 과감함이 돋보입니다. 올 시즌 초반에는 이재영, 박성희, 곽유화 등에 밀려 출장 기회가 적었고 KOVO컵에서는 리베로로 전향 시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박미희 감독이 공수 모두 안정적인 주예나를 주전으로 기용하기 시작하며 제2레프트진 후보들 중 가장 많은 기회를 부여받고 있습니다.

박성희는 ​시즌 초반 이재영이 부상으로 인한 컨디션 관리 및 전국체전 차출로 인해 경기에 나서지 않을 때 주전으로 나서 과감한 공격을 보여줬습니다. 서브에서도 상당한 강점을 보이며, 지난 시즌까지는 10%~20% 초반의 리시브 성공률로 매우 좋지 않은 수치를 보였으나 올 시즌에는 수비에서도 한 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만 경기에 따라 기복이 심하며, 경기가 안 풀리는 날에는 상대에게 공격 차단을 많이 당하는 단점도 있습니다.

여기에 신연경, 정시영이 부상에서 복귀한다면 흥국생명은 ​레프트 한 자리를 놓고 다섯 명이 경쟁하는 양상이 됩니다. 수비가 매우 안정적인 신연경, 그리고 라이트 출신으로 공격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정시영이 합류한다면 최근 다소 하락세를 보이는 흥국생명으로서는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지난 27일 현대건설전에서는 지금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던 두 선수가 출장은 하지 않았지만 코트에서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두 선수는 부상으로 상당히 오랜 기간을 쉰 만큼 다시 재활을 하고 복귀를 하는데는 더 시간이 필요할 듯 합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흥국생명의 제2레프트는 당분간 주예나, 곽유화, 박성희 세 선수가 돌아가면서 출장할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글을 마치며​

이번 시즌 여자프로배구는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순위경쟁으로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여자배구에 대한 팬들의 관심을 가장 잘 보여준 경기는 바로 지난 27일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의 수원 경기인데요. 오후 2시부터 진행됐던 한국전력과 대한항공의 남자부 경기가 역대 최다 관중인 6759명이 입장하며 좌석의 색깔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이후 진행된 여자부 경기에서 대부분의 관중들이 나갈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약 75% 이상의 팬들이 자리를 지키며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의 경기를 지켜봤습니다.

선수들의 기량이 향상될수록, 팬들은 더 많이 배구장을 찾아서 열띤 응원을 펼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도로공사와 흥국생명 레프트진의 무한 경쟁은 선수들 간의 경쟁 의식을 통한 개인 기량 성장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팬들이 경기장으로 발걸음을 향하게 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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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네이버 개인 블로그 <헬로우 퓨처스> 중복게재
여자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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