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요즘 학기 말이라 정신 없이 바쁜 중에도 퇴근 후 뉴스를 보면 장관 후보자 청문회 소식이 주요 기사로 떠있어 관심을 가지고 검색해 보고 있습니다. 청와대 인사 검증 시스템을 거쳐 지명된 후보자들이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줄줄이 사퇴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 나라의 지도층은 관행이란 이름으로 국민을 기만하고 기본적인 상식을 무시하며 권력을 잡으려 발버둥 치고 있었는가? 문서상으로 청렴을 모든 공무원, 그리고 국민들에게 강요하면서 위에서는 이것을 철저히 비웃으며 기득권을 유지하려 했던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전교조 법외 노조 판결 사건과 청와대 게시판에 글을 올린 선생님을 검찰에 고발했다는 교육부의 만행(?)에 살짝 겁을 먹긴 했나 봅니다.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에서 당분간 조용히 지내야겠다는 생각을 했으니 말입니다.

며칠 전 아이들과 수업시간에 '지식채널e'를 보며 생각과 느낌을 나누는 활동을 했습니다. 그 영상은 권위를 가지고 있는 누군가가 나에게 비인간적인 행동을 하라고 시켰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을 실험을 보며 고민해 보고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험 주최자의 생각을 전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영상을 보고 난 후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얘들아, 만약 선생님이 ○○가 수업시간에 너무 떠들어서 그 짝꿍에게 ○○의 머리를 한 대 세게 때리라고 했어. 너희들이 그 짝꿍이라면 어떻게 하겠니?"

아이들은 잠시 고민하더니 웅성웅성합니다. 그러던 중 용기 있는 한 아이가 말합니다.

"그런 말을 들을 수 없어요. 그건 비인간적인 행동이잖아요."

방금 영상을 보고 난 후라 아이들은 상당히 비범한 눈빛으로 매우 용감해져 있는 상태였기에 가능한 말입니다. 그러나 그 후 몇 몇 아이들은 솔직히 그런 상황이면 선생님이 하는 말이니까 안 들으면 혼날까봐 살살(?) 때리겠다고도 얘기했습니다. 솔직하게 얘기해준 아이들에게 요즘 저의 생각에 위안을 얻으며 한 마디 했습니다.

"얘들아, 지금은 너희들이 그런 경험이 많지 않겠지. 하지만 선생님처럼 어른이 되고 직장을 가지면 사장이 시키는 일이 부당하고 상식에 맞지 않는 일을 강요하는 상황이 생긴단다. 그럴 경우 너희는 어떻게 하겠니? 아니, 어떻게 해야 할까? 네가 그 말을 듣지 않는다면 사장이 회사를 그만두게 할 수도 있어."
"그만 두더라도 저는 부당한 일을 하지 않겠습니다."

"그래, 지금 네가 한 그 말을 꼭 기억해라"하고 수업을 마치려는 순간 한 아이가 손을 들더니 저에게 다시 묻습니다.

"선생님은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하시겠어요?"

저는 그 말을 듣고 멍해졌습니다. 모든 아이들이 선생님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까 기다리는 눈을 보고 흔들리는 눈빛을 들키고 싶지 않았습니다. "선생님도 그 부당한 명령을 하는 사람과 관계를 끊어야지"하고 수업을 서둘러 마치고 의자에 털썩 앉아 버렸습니다. 그 아이의 질문 하나로 제가 너무 부끄러워졌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전교조가 6만 명의 조합원 중 해고자 9명이 속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법외노조 통보를 했고 법원은 지난 6월 19일 1심에서 법외노조 판결을 했습니다. 이후 교사들은 끊임없이 거리에서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의 부당함을 알렸고, 세월호 참사에 대한 올바른 해결 촉구 및 후퇴하는 교육 민주화를 바로 세우기 위한 2차 교사 선언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거기에 있지 않았습니다. 조퇴투쟁에는 조용히 조퇴해서 다녀왔을 뿐입니다. 이 세상 어디에도 부당함과 싸우는 제 모습은 녹아 있지 않았기에 제자의 그 질문에 제가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제자에게 위선을 가르치고 삶으로 보여주지 못한 교사가 철저히 반성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

정부가 전교조를 법의 테두리 안에 있는 것조차 부정하고 싶은 이유는 부당한 권위에 굴복하지 않기 때문이며, 아이들에게 무한한 애국심으로 국가 체제에,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무조건 따르기보다 자기 생각을 가지고 사회를 바로 보게 가르치고 그것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가르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민주주의 사회가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것임에도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국가 체제의 전복의 위기라고 인식하고 왜곡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이 그것이라면 저는 학교 현장에서 더 치열하게 고민할 것이며 학생과 민주주의에 대해 더 공부할 것입니다. 또 제 사상을 일방적으로 주입시키기보다 아이들이 자신의 사상을 가지고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지도할 것입니다. 그 것이 자유로운 민주주의 공화국의 국민으로 바로 서는 것임을 가르치겠습니다. 눈을 감아도 빛은 스며듭니다.


태그:#전교조, #민주주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