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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한국 교회의 맹주 격이었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아래 한기총, 대표회장 홍재철 목사)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지난 23일 한기총 부회장인 조광작 목사는 긴급 임원회의에서 "가난한 집 아이 수학여행을 경주 불국사로 갔으면 될 것을 왜 제주도로 배 타고 가다가 이런 일이 사고가 발생했는지 모르겠다"는 발언했다.

또 조 목사는 "천안함 사건으로 국군 장병이 숨졌을 때는 온 국민이 경건하고 조용한 마음으로 애도하고 지나갔는데 이번에는 너무 소란스럽게 진행되고 있어 이해 못 하겠다"면서 "박 대통령이 눈물을 흘릴 때 함께 눈물 흘리지 않은 사람은 모두 백정"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여론의 비난에 조 목사는 공동부회장직에서 사퇴했지만 그에 대한 비난 여론을 식지 않고 있다. 조 목사의 이러한 발언이 나온 것은 한기총이란 조직의 성격과 위상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청와대는 지난 2일 국내 주요 종교계 지도자 10인을 초청, 세월호 침몰 사건과 관련해 간담회를 열었다. 청와대는 종교인들과의 각종 모임에서 관례적으로 기독교 대표 인사로 한기총 대표회장을 초청해왔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에는 홍재철 한기총 대표회장이 아닌 김장환 목사(극동방송 이사장)와 김삼환 목사(한국교회희망봉사단 대표회장)가 대표 격으로 초청됐다.

청와대의 이 같은 조치에 일각에서는 '한기총이 잇따른 회원 교단들의 탈퇴와 이단 시비로 인해 교계 내 입지기반이 대폭 축소됐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예장합동과 고신의 탈퇴로 소수 교단만 남은 상황에서 한기총이 기독교를 대표할 수 없다는 것이 교계의 시각. 게다가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된 한기총이 살아남기 위해 한교연과 손을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 같은 분석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한기총은 1989년 출범한 이후 명실공이 한국 기독교의 대표적인 연합기관으로 자리했다. 2009년 당시 67개의 회원교단을 보유하면서 교계 내 최정점에 다다른 한기총은 자신들이 표방한 슬로건인 '하나의 통일된 연합기관'을 만들지 못했고, 몰락한 한기총을 '해체하자'는 운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끊이질 않는 정권과의 결탁, 종교단체인가 정치단체인가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직전 한기총은 이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는 신년예배를 드렸다. 또 이번 조광작 목사의 발언에서 보듯 한기총과 그 구성원들은 정권의 충실한 방패막이로서의 역할을 자처해왔다.

이처럼 한기총이 여당과 결탁해 권력의 시녀가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기총 설립 멤버들은 1980년대 전두환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조찬기도회를 통해 국가 원수를 축복하고 군사정권의 정당성을 뒷받침해준 주역들이다. 일각에서는 "군사정권과 보수 기독교 세력의 상호 필요에 의해 탄생한 한기총의 정치적 편향성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라며 한기총이 가지는 태생적 한계를 지적했다.

이에 기독교 방송의 한 기자는 "한기총은 언젠가부터 극우 정치 단체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구국 기도회를 빙자해 한미동맹 강화, 국가보안법 사수, 사학법 반대 등 보수 우익의 주장을 대변해왔다"며 한기총의 편향된 정치성을 비판했다.

'십당오락' 한기총의 금권선거와 권력 유지 위한 이단 정책

또 모 기독교 시사 프로그램에서는 '한기총의 정체는 무엇인가?'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했다. 프로그램은 '십당오락(10억 원 쓰면 대표회장에 당선, 5억 원 쓰면 낙선)'이라는 말로 논란이 된 거액의 금권선거,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무분별하게 이단 규정 및 해제를 일삼고 있는 모습들이 소개됐다. 

2010년 한기총 소속 목사들의 기자회견으로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운동에 거액이 사용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내용은 길자연 전 대표회장 측근이었던 홍재철 목사가 길자연 목사의 당선을 위해 거액의 돈을 여러 목사들에게 건넸다는 것이다.

한기총의 금권선거는 일파만파로 사회적 파장을 불러왔고 한기총의 부정부패를 다룬 시사고발 프로그램 등이 확산되면서 회원 교단의 무더기 탈퇴와 한기총 해체 운동이 불거졌다. 또 '십당오락'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면서 국내 사회에 반 기독교적 이미지가 더욱 확산되기도 했다. 

한기총의 입맛에 따른 이단 정죄 및 해제는 한기총이 군소교단의 집합체가 된 결정적인 원인이다. 한기총은 지난해 다락방의 류광수 목사와 평강제일교회 박윤식 목사를 이단에서 해제했는데 이는 국내 개신교계의 거센 반발을 일으켰다. 전국 신학대 교수 110명은 "이단을 결정하는 일은 각 교단의 신학위원회와 이단대책위원회가 할 일"이라며 한기총을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또 국내 최대 단일교단이자 한기총의 핵심 멤버였던 예장통합이 탈퇴하고 이어 고신을 비롯한 다수의 중형 교단들이 "한기총의 개혁과 변화를 기대하며 탈퇴를 유보해왔지만 무분별한 이단 해제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게 돼 탈퇴하기에 이르렀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12~14일 열린 제51회 전국목사장로기도회에서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는 "교회가 복음의 본질을 잃기 시작하고 세속화와 정치적 물결이 교회 안으로 조금씩 들어오는 것을 느낀다"며  "로펌 사무실들을 교회가 먹여 살려 준다는 치욕스러운 우스갯소리가 있는데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고 개혁신학의 정체성을 회복하지 않으면 한국 교회는 사정없이 추락하고 쇠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기총의 몰락은 이미 예견되어 있었을 지도 모른다. 성도가 모이고 헌금이 모이면 담임목사가 횡령과 배임을 일삼는 것이 국내 기독교계의 현실. '예수'라는 이름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인들이 진정으로 주 앞에 무릎 꿇고 회개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한기총은 또 나오게 될 것이란 여론이 교계 안팎에 팽배해진 상황이다. 

덧붙이는 글 | 다른 매체에 송고하지 않은 기사입니다.



태그:#한기총, #기독교, #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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