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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한번쯤은 학창시절 친구와 다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철부지나이에 사소한 일로 친구와 수없이 다투고 화해하기를 반복했었다. 누가 먼저 화해하기 보다는 언제 싸웠냐는 듯 자연스러웠다. 만약 화해하지 말아야 할 상황에서 놓여 진 강요된 화해와 그 상황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중학교 때 반 내에서 큰 사건이 하나 있었다. A양과 B양은 친한 친구사이는 아니었지만 같은 반 친구로 별 탈 없이 지냈다. 하지만 A양은 평소 학교를 잘 나오지 않던 B양이 학교에 와서 자신의 가방을 뒤져 물건을 훔쳐간 사실을 알게 되었다.

B양은 증인이 나타나자 보상해 줄 것을 약속했지만 며칠 후, A양은 친구와 놀던 중 B양의 언니에 의해 친구들과 함께 그녀 집으로 끌려가 그녀의 가족들에게 해코지를 당했다. 담임선생님께서 오시고 저녁도 먹지 못한 채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집에 돌아 갈 수 있었다.

다음 날 선생님께서는 자초지종을 들으셨지만 증거가 정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더 이상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으신 채 화해만 강요하셨다. 마치 A양이 모든 것을 잘못한 것처럼 먼저 가서 사과를 하라고 하셨다. 그렇다보니 다른 친구들은 A양을 나쁘게 바라보게 되었다.

A양은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았다. 자신이 아끼는 물건을 도둑맞아야 했고, 자신의 편도,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도 없는 곳에서 몇 시간을 앉아 있어야 했지만 정작 남은 건 강요된 화해뿐이었다.

나는 아무리보아도 A양의 잘못도 먼저 사과해야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한쪽의 일방적인 잘못으로 인해 시작된 갈등은 어설픈 화해를 맞으면, 또 다른 어설픈 갈등을 남긴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또 다른 미움을 낳았다는 것을 아실까? 선생님의 짧은 판단이 무고한 아이에게 깊은 상처를 주었다는 것을 아실까?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수없이 화해를 강요받았다. 마치 화해를 먼저 하지 않으면 나쁜 아이인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이유 없이 맞아서 병원신세를 지게 된 사람, 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여직원, 수술비를 도둑맞아 아내가 죽게 된 남자. 이들 또한 화해를 해야 하는 것일까?

화해하지 않으면 이들은 나쁜 사람이 된다. 이렇게 그들은 강요된 화해를 하게 된다. 화해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화해하지 말아야 할 상황에서의 강요된 화해보다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태그:#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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