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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홍영표 의원이 11월 1일 선보일 책 내용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홍 의원은 <비망록 - 차마 말하지 못한 대선배패의 진실>이라는 책에서 지난 대선 때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 측의 단일화 협상 과정을 담았다.

또 안 후보가 대선후보직에서 물러난 뒤 문 후보를 돕기로 하면서 문 후보 측에 요구했던 조건이 과연 진실인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우선 진실공방 대상인 언론보도 내용을 요약하면 ▲ 문재인 후보가 대선 후보직을 양보할 경우 안철수 후보가 민주당에 입당하겠다고 밝혔다는 점 ▲ 안철수 후보가 후보직 사퇴 후 문 후보를 지원하는 조건으로 안 후보를 '미래대통령'이라고 불러줄 것과 신당 창당 및 정당 쇄신에 대한 '전권'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홍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이 근거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 후보가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에 패배할 것을 우려해 대선후보 직에서 내려왔다는 주장은 홍 의원도 추측이라고 밝혔으므로, 논외로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홍 의원의 책 내용에 대해 안철수 의원 측근 인사들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지만, 민주당 쪽이나 안 의원 쪽이나 호들갑 떨 일은 아니라고 본다.

문제의 내용이 책 홍보를 위해 기술됐는지, 아니면 친노계의 대선 패배를 변명하고 안철수 의원의 독자 세력화에 거부감을 표시하기 위해서인지 또는 대선 패배의 교훈을 얻기 위해서인지의 여부를 떠나 진실 공방은 야권의 아마추어리즘을 보여주는 데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홍 의원 주장이 사실이라는 전제에서 생각해보자.

먼저 문재인 후보가 대선 후보직을 양보할 경우, 안철수 후보가 민주당에 입당하겠다고 밝혔다는 점은 안 후보의 입장에서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협상안이다.

당시 객관적인 여론조사 결과는 안 후보가 문 후보에 비해 지역별, 성별, 이념별 지지도에서 폭넓은 지지층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안 후보는 문 후보에 비해 운신의 폭이 넓었고, 문 후보가 대선 후보직을 양보해주고 안 후보가 민주당에 입당해 대선에 출마한다면 민주당 지지자 플러스 알파를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을 것이다.

만약 이런 빅딜이 성사돼 안 후보와 민주당 측의 권력 배분이 논의됐다면 안철수 후보는 대통령을, 문 후보 측은 새 정부의 주요 각료와 당권을 차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양자 모두 만족할 만한 결과를 가져왔을지 모를 협상안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문제는 두 번째 사안이다. 안철수 후보가 후보직 사퇴 후 문 후보를 지원하는 조건으로 안 후보를 '미래대통령'이라고 불러줄 것과 신당창당 및 정당 쇄신에 대한 '전권'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첫 번째 협상안을 뒤집어 놓은 것에 불과한 것으로, 안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지지해줄 경우 안 후보 측이 당권을 가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만약 문 후보가 이 같은 조건을 받아들이고, 안 후보가 후보직 사퇴 이후 전력을 다해 진심으로 문 후보를 도왔다면, 안 후보 지지자들이 박근혜 후보 쪽으로 갈아타는 것을 최소화 할 수 있고 문 후보가 정권교체라는 목적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었을  것이라는 가정을 어렵지 않게 긍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이 같은 조건을 받아들일 자신이 없었던 문 후보 측이었다. 두 번째 협상안이 타결돼 안 후보가 전력으로 문 후보를 도울 경우에도, 박근혜 후보를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문 후보 측에는 없었던 것이다.

만약 안 후보 측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가 박 후보에게 패배한다면 그야말로 문 후보 측은 안 후보에게 당권만 뺏기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두려웠던 것이다. 그만큼 문 후보와 민주당 측은 약체였으며, 대선 전부터 패배의 두려움을 노출시키고 있었다.

이 시점에서 노무현- 정몽준 단일화 협상을 돌이켜보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필자는 만약 문 후보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면 안 후보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안 후보를 '미래의 대통령'이라고 말해주는 것은 안 후보 개인에게 뿐만 아니라 안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을 문 후보 측으로 끌어들이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로 갈아타는 것을 방지하는데 매우 효과적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문 후보와 민주당 친노 인사들은 아마추어리즘을 여전히 극복하지 못했고, 정권교체에 필요한 배짱이 부족했던 것이다.


태그:#안철수 문재인, #대선, #홍영표, #비방록 , #진실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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