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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57)의 JTBC행보는 충격이었다. 그동안 손석희가 진행해온 MBC '100분 토론'이나  라디오 '시선집중'에서 보인 그의 발언들을 보면 그의 JTBC행은 의외였다는 게 중론이다. 그가 진행한 MBC라디오 '시선집중'의 토요일 방송폐지와 끊임없이 오르내린 하차설에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킨 손석희다. 그런 손석희가  JTBC를 선택한데는 나름 그만의 소신이 있었음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를 응원해온 많은 사람들에게 아쉬움이 남는 것 또한 사실 아닐까. 

손석희, JTBC행 '충격'

최근 가장 충격적인 뉴스는 중앙일보 소유 종합편성채널 JTBC에서 손석희를 영입했다는 소식이다. JTBC는 보도부분 사장으로 손석희를 앉혔다. 성신여대 교수였던 손석희는 사실상 프리랜서 언론인이었다. 그리고 그가 보여온 행보는 국가대표 언론인이나 칭할만했다. 그런 손석희가 종합편성 채널인 JTBC를 선택한 것은 개인의 선택이라고 보기만은 어려운 측면이 있다. 종합편성채널은 2009년 날치기탄생으로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곳이다. 그런데 손석희가 종합편성채널 중 하나인 JTBC를 택했다. 무엇이 그를 움직이게 했을까.

"JTBC가 여러 한계를 갖고 있지만, 제가 보기엔 가능하면 합리적인 목소리를 담아내려는 노력이 내재돼 있어요. 제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도전해 볼 만한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너무 쉬우면 도전의 의미가 없고 불가능해도 의미가 없을 텐데, 어렵더라도 가능성이 있다고 보니까 선택을 한 거죠." - 한국일보 손석희 인터뷰 중에서 -

'손석희'와 '손석희 브랜드'

손석희의 종편행. 과연 JTBC는 손석희의 능력만을 원했을까. 이런 의문은 던져볼만하다. 손석희는 방송사 모두가 영입하고 싶은 인물임에는 틀림없다. 대학생들이 가장 닮고 싶은 인물로도 뽑혔고, '100분 토론'과 '시선집중'으로 토론 진행의 롤모델로 첫손에 꼽히는 인물이다. 수려한 외모와 차분한 진행, 날카로운 질문과 냉정함을 잃지 않는 그의 진행은 쉽게 따라할 수 없는 그만의 경쟁력이었다.

손석희가 진행했던 MBC '100분 토론'도 그가 하차한 후 급격히 내리막길을 걸었고, 그가 13년간 진행한 MBC라디오 '시선집중'은 수많은 라디오·텔레비젼 시사프로그램을 제치고 대표적인 시사프로그램으로 각광을 받아온 점만 봐도 손석희 파워는 가히 대단하다. 그런데 이걸 손석희의 능력만으로 볼 수 있을까. 앞서 언급했듯이 그가 언론인으로서 걸어온 길이 국민들에게 깊은 공감과 신뢰를 주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손석희는 언론인의 대표적인 표상이자 하나의 브랜드나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JTBC는 손석희의 능력과 '손석희 브랜드' 중 어느 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그를 영입했는지 생각해볼 여지는 충분한 셈이다.

개인이 조직 바꿀 수 있나

손석희는 1984년 MBC에 입사했고 2006년 MBC 아나운서 국장을 끝으로 퇴직했다. 그런 손석희가 언론사와 조직의 생리를 모르지는 않을 터이다. 장기간 파업을 했던 MBC노조들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지난해 MBC노조는 공영방송 정상화와 김재철 사장퇴진을 내걸고 1월30일~7월18일까지 장기간 파업이라는 초강경수를 뒀다. 170일간의 파업이 끝나고, 그해를 지난, 올 3월 26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회에서 김재철 사장에 대한 해임안이 최종적으로 가결됐다.

하나의 목표를 이른 셈이지만 출혈이 너무 컸다. 노조원 8명이 해고되고 200여명이 징계를 받았다. 성과가 있는 듯했지만, 새로 임명된 김종국 사장이 '김재철 라인'이라 평가받는 인물이라는 점은 시사한 바가 크다. 총파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남은 건 노조원들의 해고와 징계였다는 것.

그런데 손석희는 혼자다. 혼자라는 게 문제다. 뜻을 같이 할 동지가 필요해 보인다. 그렇기에 그의 선택이 그만의 선택만은 아니라고도 볼 수 있다. 프리랜서 선언을 한 많은 전직 언론인과 현재 방송에서 얼굴을 비출 수 없는 많은 언론인들에게 손석희의 JTBC행이 종편행의 정당성을 부여해주고, 물꼬를 터주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볼 여지는 충분해 보인다. 마지막 도전이라고 했다. 그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지켜볼 일이다.

덧붙이는 글 | 다음 뷰에도 송고했습니다.



태그:#손석희,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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