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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도 당당한 교육 노동자 복지갈구 화적단 제19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야기>
ⓒ 복지갈구 화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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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일하면 다 공무원, 정규직 아닌가요?"

학교에 비정규직이 있다는 말에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반응을 보인다. 전국에 15만 명, 충북에만 6000여 명의 사람들이 유치원·초·중·고등학교에서 유령처럼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학교 담장 너머에 있는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현재 학교는 비정규직 백화점이나 다름없이 운영되고 있다. 직종만 50여 개에 달한다. 학교급식을 책임지는 영양사·조리사·조리원, 과학실험실의 숨은 일꾼인 과학실험실무원, 도서관의 체계적인 운영을 담당하는 사서, 학교 주요 공문 접수 및 민원처리를 담당하는 교무·행정실무원, 장애학생의 교육을 지원하는 특수교육실무원, 저소득층 및 맞벌이 가정의 학생들을 위한 돌봄 교사, 학교폭력예방과 정서교육을 담당하는 전문상담사 등이 모두 비정규직이다. 사회의 축소판인 학교에서 이른바 '최하위 계급'에 속한 사람들이다.

얼마 전까지 학교 비정규직들은 OO 보조, OOO 여사라고 불렸다. 무리한 업무지시와 차 심부름, 과일 깎아 나르기도 당연히 감내해야 할 몫이었다. 2년 이상 근무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정한 '기간제법'은 오히려 2년 미만의 계약직들을 해고하는 칼날이 되었다. 일방적으로 계약만료를 통보받고,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 인간이 되어버린 이들이 받은 상처는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그래서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8년 동안 초과근무수당을 한 번도 지급하지 않은 학교,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내년에는 계약해주지 않겠다고 연초부터 협박하는 학교, 심지어 왜 노동조합을 끌어들였냐며 사죄문을 쓰게 하는 학교 등 노동조합에 접수된 문제 사례도 다양하다. 일부 학교 관리자들의 상식 이하의 행동에 교육기관에 대한 신뢰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 기본적인 노동권조차 무시당하는 이런 학교에서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겠는가?

무분별하게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학교현장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은 분명 정부와 교육청에 있다. 그러나 교육청은 계약서 상의 사용자인 학교장의 권한을 인정한다는 핑계를 대며 발뺌하기 급급하다. 고용노동부가 학교 비정규직의 진짜 사용자는 교육감이며 노동조합의 교섭대상도 교육감이라 명시했음에도 교섭거부와 책임회피로 일관하고 있다. 노동부의 지도감독조차 무시하고 헌법이 보장한 노동자의 권리를 박탈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감이 사용자"

지난 2월 17일 노동부에서 "교육감이 사용자"라는 입장을 밝힌데 이어 7월 6일 충북 지방노동위원회 역시 "공립학교에 근무하는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들에 대한 노동관계법상 단체교섭권자는 교육감이며 따라서 단체교섭 요구사실을 공고하라"는 판정을 내렸다. 이러한 시정명령에 따라 충북교육청 이기용 교육감은 즉시 교섭 테이블에 나와야 함에도 여전히 단체교섭을 위한 어떠한 절차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는 명백한 노동법 위반이며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충북지역의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충청북도교육청의 행태에 분노하며 지난 6월 25일부터 7월 18일까지 2012년 임금인상, 단체협약 쟁취를 위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하였다. 그동안 참아왔던 분노를 반영하듯 충북지역 곳곳에서 일하고 있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참여 열기는 드높았다. 결과는 88.8% 투표율과 93.8%의 찬성으로 쟁의행위가 가결되었다.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아직까지 교육감이 대화의 자리를 열고, 자신들이 파업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만들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교육의 주체로서 스스로에게 갖는 자부심에서 나오는 기대다. 아이들과 학교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모두가 행복하고 즐겁게 일하는 학교를 위해

무상교육, 무상급식, 무상보육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를 교육현장에서 실현하는 학교 비정규직들의 역할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먹이고, 가르치고, 학교 곳곳에서 교육을 지원하는 우리가 없다면 학교는 멈춘다. 모두가 행복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드는 것이 교육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는 이유다.

경력이 인정되지 않아 1년 일한 사람이나 10년 일한 사람이나 똑같은 임금을 받았던 학교 비정규직들이 작년부터 적은 액수지만 장기근속수당을 받게 되었다. 학교에서 10년 넘게 일한 어떤 조리사님이 임금명세서를 보며 "처음으로 월급 앞자리에 1이 찍혀 있어서 감동"이라고 탄식하던 그 모습을 잊을 수 없다. 노동권과 생존권을 지키고 확대하기 위한 학교 비정규직 노동조합에 더 많은 이들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

학교 비정규직도 당당한 교육의 주체이며 교직원이다. 학교 비정규직들의 소중하고 절실한 요구와 희망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 총선시기 너도나도 이야기했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아이들의 꿈이 자라나는 학교에서부터 현실화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복지갈구 화적단(http://www.media-net.kr/hwajuck)



태그:#비정규직, #학교비정규직, #무상교육, #무상급식, #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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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의 2012년 프로젝트 <복지갈구 화적단 : 너네 동네 살 만하니?> 전국 곳곳의 풀뿌리 시민제작자들이 모여 우리 동네의 '복지=행복한 삶'과 관련된 콘텐츠를 제작, 매주 1회 팟캐스트로 방송하는 대안채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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