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주간 불금을 지켜주던 Mnet의 <쇼미더머니>가 끝났다. 우승은 예상 혹은 바람대로 더블K와 신예래퍼 권혁우의 차지로 돌아갔다.

이 방송, 다른 오디션과는 확실히 다른 면이 있었다. 일단 상대적으로 비주류 음악인 힙합을 다뤘고, 오디션 프로그램 중에서는 이례적으로 전편 녹화방송을 택했다. 8주라는 방송기간도 비교적 짧은 기간이다.

방송 포맷도 '<나는가수다> 더하기 <슈퍼스타K>'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두 프로그램의 특징적인 면을 합쳐 놓았다. 사실 나는 힙합을 좋아하지만 이에 대한 깊은 지식은 없다. 다시 말해, 지극히 평범한 시청자다. 평범한 눈과 귀로 8주간 즐긴 <쇼미더머니>를 프로그램 종방을 기념해 꺼내보고자 한다. 내 멋대로 꼽은 Best3와 Worst3다.

 <쇼미더머니>의 한 장면.

<쇼미더머니>의 한 장면. ⓒ Mnet


Best 1. 별을 쏘다!

<쇼미더머니>는 '래퍼 혁명! 별들의 전쟁'을 표방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진정 별들을 보았는가. 이 부분에 대해서 자신있게 '예스'라고 말하겠다. 최강래퍼로 출연한 가리온, 더블 케이, 주석, 45rpm, MC스나이퍼, 버벌진트, 미료, 후니훈 등은 매 회 '헉' 소리 나는 무대들을 보여주었다.

물론 개인별로 기량의 차이는 있겠지만 무대에 대한 이들의 진정성만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출연자들은 가사, 퍼포먼스, 팀의 호흡, 편곡 등을 두루 신경 썼다. 그간 아이돌 일색의 음악프로그램에서 보기 힘들었던 힙합 뮤지션들을 안방에서 다리 뻗고 볼 수 있는 기회였다. 래퍼판 <나가수>라고 당당히 입에 올리기에 손색이 없는 무대들이었다.

Best 2. 넝쿨째 굴러온 이효리

"내 이름은 이효리. 거꾸로 해도 이효리" 라며 랩하던 그녀가 <쇼미더머니>에 나왔다. 그것도 제 발로 넝쿨째 굴러 들어왔다. 강렬한 댄스와 끈적한 사운드, 농염한 몸짓으로 그녀는 15분간 무대를 완전히 사로잡았다.

전문 힙합인은 아니지만 신예래퍼들을 다독여가며 무대를 꾸미기에 충분했다. 그녀는 섹시했고 <쇼미더머니>는 한층 더 '핫' 해졌다. 이효리의 자발적 콜래보레이션으로 꾸며진 이 무대는 <쇼미더머니>에 화제성과 흥행성을 선물했다. 이효리 이후에 김창렬도 45rpm과 콜래보레이션 무대를 꾸민 바 있다. 이들의 콜래보레이션 무대는 자칫 밋밋할 수 있는 경연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Best 3.더블 케이

고백하건대 <쇼미더머니> 이전엔 그에 대해 잘 몰랐다. 그가 이토록 매력적인 뮤지션이라는 것도 몰랐다. 노래를 들은 적은 있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더블 케이는 이 프로그램의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힙합과 대중성을 둘 다 놓치고 싶지 않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로부터 약 2달 여가 지난 지금, 그는 자신의 희망을 어느 정도 이뤘다. 매 주 가장 높은 금액의 공연비를 가져갔던 팀은 더블 케이 Crew 였다. 오죽하면 '방송기간 저 돈을 모아 재테크도 가능할 것' 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제 5000만원 상금의 주인공이 되었다. 하지만 상금과 순위보다 중요한 것은 더블K 그 자체다.

Worst 1. 공격(Disrespect)보단 존중(Respect)가 필요해

디스가 아무리 힙합의 한 장르라지만 프로그램은 출연자를 존중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쇼미더머니>는 처음부터 폭력적인 면이 있었다. 1차 예선을 통과한 1000명의 지원자들 가운데서 한 번에 단 21명만을 추렸다.

오디션프로그램의 기본이 '배제와 제거'라지만 <쇼미더머니>는 그 중에서도 특히 폭력적이었다.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무대를 꿈꾼다'는 프로그램의 모토와는 대치되는 느낌을 주었다.

공연 중에 이루어지는 공연비 투표도 폭력적이기는 마찬가지다. 모든 공연이 끝난 뒤에 공연비 투표 버튼을 눌러도 될 것을 래퍼들이 공연을 하는 도중에만 누를 수 있게끔 했다. 처음 공연했던 이들에 비해 마지막에 공연하는 이들이 더 적은 공연비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Worst 2. 사라진 신예래퍼를 찾아라

45rpm의 이현배는 <쇼미더머니>의 마지막회에서 "신예래퍼들은 끝까지 기억해주시길 바랍니다. 그것이 쇼미더머니의 궁긍적인 목표였으니까요." 라고 말했다. 더블 케이 역시 우승자 호명 후 "더블 케이라 발표했지만 권혁우라 호명해야 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 권혁우가 다 끄집어내줬다. 그렇기 때문에 우승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라며 권혁우를 치켜세웠다.

이 당부들을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이들 역시 신예 래퍼의 존재감이 미미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쇼미더머니>는 기존 오디션프로그램과 다르게 최강 래퍼 8팀과 신예 래퍼들이 한 팀을 이뤄 무대를 펼치는 형식을 따랐다. 최강 래퍼와 신예 래퍼가 공동운명체가 된 것이다.

하지만 스포트라이트는 고르게 분사되지 못했다. 최강 래퍼 틈에서 신예 래퍼는 다른 오디션프로그램에서 만큼 아마추어들의 존재감을 뽐낼 수 없었다. 어떤 무대들에서는 신예 래퍼가 최강 래퍼의 들러리에 그친다는 느낌도 받았다. 권혁우와 김정훈, 서성조 등 몇 명을 제외하고는 큰 인기를 얻지도 못했다. 최강 래퍼는 빛났지만 신예 래퍼는 그만한 빛을 보지 못했다. 이것이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단점이자 아쉬운 점이다.

Worst 3. 늘어진 고무줄, 늘어진 경연

지금껏 오디션프로그램의 기본요소 중 하나는 '누가 떨어질 지'를 예상하는 긴장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녹화방송을 고수한 <쇼미더머니>는 늘어진 고무줄 마냥 긴장감이 약했다.

시청자 투표와 상관없이 정해지는 탈락자는 프로그램과 시청자의 유대감을 약해지게 만들었다. <쇼미더머니>가 기존의 오디션프로그램들과는 다르게 녹화방식의 형식을 따른 데에는 일련의 현실적인 이유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와는 관계없는 시청자들은 일단 답답하다. 혹시 아나. 오히려 '60초 후에 뵙겠습니다' 라며 시청자들의 짜증지수를 높이던 김성주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있을지.

지금까지 평범한 시청자로서 꼽은 <쇼미더머니> Best3와 Worst3였다. <쇼미더머니>는 Mnet에서 2004년 <힙합 더 바이브> 이후 10여년 만에 선보이는 힙합 프로그램이다. 이것만으로도 이 프로그램의 존재 의의는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것은 더 살리고, 부족한 것은 보완해 <슈퍼스타K>와 같은 시즌제 오디션프로그램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문화비평 변두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쇼미더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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