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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6일, 약속시간인 3시보다 늦은 3시 30분경. 드디어 명동역 10번 출구에 도착했다. 여전히 명동 거리에는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다른 학우들은 이미 마트에서 지원 물품을 사고 있었다. 롯데 백화점 방향으로 가서 지원 물품을 들고 끙끙대며 다시 명동역 10번 출구로 왔다.

명동역 10번 출구 바로 앞에는 세종호텔노조와 연합노조 측에서 걸어 놓은 플랜카드(?)가 보였다. 분쟁중이라는 것을 잘 알 수 있는 표시였다. 현재 세종호텔에는 2010년 복수노조가 시행 된 이후, 원래 단일노조였던 '세종호텔노조'와 어용노조인 '세종호텔연합노조'로 2개의 노조가 있었다.

세종노조는 사측의 민주노조 탄압, 부당전보에 저항해 파업을 하고 있었다. 세종호텔 로비로 들어가자마자 농성장이 보였다. 약 30명의 조합원들이 농성중이었다. 우리를 보시자마자 인터뷰를 하기로 되어 있던 김성기 노조원이 반갑게 맞아주셨다. 간단히 인사를 하고, 지원 물품을 전달했다. 그리고 곧바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인터뷰에 참가한 사람은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대안언론 실천모임 청개구리의 김예은, 김서정, 오민규, 한부강 학우와 세종호텔노조 언론담당 김성기 노조원이다.)

명동역 10번 출구 반대편에 걸려 있는 플랜카드다.
▲ 세종호텔파업에 관해 서로 엇갈리는 세종호텔노조와 연합노조. 명동역 10번 출구 반대편에 걸려 있는 플랜카드다.
ⓒ 청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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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저희는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대안언론 실천모임 청개구리입니다. 이번 인터뷰 목적은 언론에서 세종호텔파업에 대해서 관심이 없는 것 같아, 저희가 쓰는 기사가 기폭제가 되어서 세종호텔파업이 언론과 사회에 관심을 받도록 하는 데 있습니다. 저희가 기사를 처음 써보는 거라서 많이 서툴더라도 양해 바라겠습니다.
"네. 고맙습니다."

- 이름과 연세 그리고 세종노조에서 맡고 계신 업무가 어떻게 되세요?
"네, 제 이름은 김성기이구요. 나이는 38살. 지금 파업하는 중에는 외부에서 오는 언론을 담당하고, 세종노조 트위터 계정(@sejongnojo)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 오늘이 파업 며칠째인가요?
"25일 차 입니다. 1월 2일날 시작했구요. 로비농성은 1월 3일날 시작해서 24일 차 입니다."

- 세종노조 조합원 분들은 설 연휴 다들 어떻게 보내셨어요?
"설 연휴는 여기서(로비) 보냈구요. 물론 집에도 갔다 오기도 하고, 여기서 차례상 차려놓고...트위터에 그 사진이 올라가 있을 거예요. 차례상 차려서 같이 차례지내고, 윳놀이도 하고, 영화도 보고. 연휴라고 우리들끼리 있을 것 같았는데, 의외로 외부에서 연대하러 오신 분들이나 그런 분들이 되게 많이 찾아와 주셨어요. 대규모로 오시진 않았는데 몇 몇 분이 오셔서 공연도 해주시고 노래도 불러주시고, 그러는 분들도 있고 그래서 재밌게 보냈어요."

설 연휴. 집에 가지 못하고, 세종노조원들이 로비에 차례상을 차려놓은 모습이다.
▲ 세종호텔로비에서 차례상을 차려놓은 모습. 설 연휴. 집에 가지 못하고, 세종노조원들이 로비에 차례상을 차려놓은 모습이다.
ⓒ 세종호텔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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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 자주 못 내려가시는데, 파업한다고 하시니깐 집에서는 반응이 어떤가요?

"개인적으로요? 개인적으로 집에서는 굉장히 안 좋아하죠. 저희가 파업을 시작한 지 25일이 됬는데 저를 포함해서 다른 두 분과 (저까지) 포함한 세 명은 이제 싸움을 시작한 게 한 4개월이 넘었어요. 회사에서 부당하게 다른 부서로... 좌천이라고 해야 하죠. 부당하게 전보를 받고 '부당하다'라고 거부를 한 상태고 4개월째 저희들은 싸우고 있는데. 그래서 집에서 좋아하진 않죠. 좋아하진 않는데... 그래도 제가 하는 일이 누군가를 괴롭히기 위해서 누군가의 무언가를 빼앗기 위해서 나쁜 일을 하려고 하는 게 아닌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집에서도 이해하려고 노력하려고 있죠."

- 아, 혹시 여자친구분 계신가요?
"결혼했어요.(웃음) 작년에 했어요. 그래서 부인님이 싫어해요. 3개월째 이러고 있으니깐."
(김성기 언론담당 노조원분께서 너무 동안이시라 이런 질문이 나오게 되었다.)

- 부인 분 못 보신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한... 3일 정도 된 것 같아요. 돌아가면서 조금씩 집에는 갔다 와야 하니깐요. 부인님한테 혼나지 않으려면 정기적으로 들어가야죠.(웃음)"

- 그럼 혹시 자녀분 있으신가요?
"아니요. 없어요. 다른 두 분은 자녀분 있구요. 과장님 한 분이 계신데, 첫 큰 딸이 초등학교 6학년인데요. 투쟁 초반에 아빠한테 편지를 썼어요. 되게 예쁘게 '아빠가 하는 일을 응원한다. 아빠가 자랑스럽다.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써서 보낸 적이 있어요. 집회 때 그걸 과장님께서 사람들 앞에서 읽은 적도 있어요. 노조에 부위원장님 이세요."

- 파업하기 전에 부당하게 전보를  받았다거나, 좌천됬다는 구체적 피해 사례가 있나요?
"네. 제가 해당 당사자예요. 그래서 저는4개월 째... 원래는 제가 근무하는 곳이 프론트인데요. 보통 통상적으로 호텔에서는... 호텔이라고 하면 객실이 먼저 떠오르잖아요. 객실을 담당하는 부서 중에서도 제일 중심이 되는 곳이 프론트라는 곳이에요. 모든 오더나 오퍼레이션이 프론트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나머지 벨이라든지 하우스 키핑이라든지 나머지 부서들은 사실 프론트를 서포트 하기 위한 곳인데 그래서 보통 일반의 호텔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프론트 근무를 굉장히 선호해요. 일은 좀 힘들고 바쁘지만 경력에도 도움이 되고 프론트에 있었다는 것이 인정을 받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저도 프론트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고 나름대로 잘 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상사와의 사이가 좀 안 좋았어요. 말도 안 되는 요구 같은 걸 하는 거죠. 근무시간이 끝났는데 남아서 일 더 해라 하면 '아 못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 가고 그랬거든요. 그런 거 때문일 수도 있고 회사에서 노조 활동 때문일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이유에서였던 것 같은데... 갑자기 제가 휴가 중에... 여름휴가를 좀 늦게 9월 말경에 여름휴가를 갔는데... 다른 직원들이 다 갔다 온 뒤에 갔는데 여름휴가 중에 전보가 된 거죠. 하우스키핑이라는 곳에. 아, 이것은 사전에 나에게 어떤 통보도 없었고, 이야기도 없었기 때문에, 그리고 통상적으로 프론트에서 하우스키핑으로 보낸다는 것은 좌천에 해당하는 거든요. 그리고 '앞으로 승진할 생각 말아라.' '호텔 나가라.' 무언의 압력 같은 거거든요. 그런 식의 처우를 받은 거죠. 그래서 '나는 못가겠다, 부당하기 때문에 싸우겠다'고 했고, 사실은 세종노조쪽 조합원들 중에 꽤 많은 한 7~8명이 부당전보를 당했는데 몇몇 분은 생계 때문에 나이도 있고 자녀도 있고 그래서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당하는 부서로 가서 일하시게 된 분들도 있고, 몇몇 분은 그만두신 분들도 있어요. 견디기 힘들고 또 이전에 당했던 일을 또 당하게 되니깐 지치고 힘들고 몸도 안 좋은 상태에서 더 이상 회사에 애정도 없고 (회사를) 다니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에 그만둔 분들도 있고. 그리고 이전에도 회사에서도 이런 식으로 사람들 부당전보 시킨다든지 그런 식으로 해서 그만두게 만들고 괴롭히고 그러는 경우가 되게 많았거든요. 저를 포함해서 부위원장님인 과장님 한 분, 대의원으로 활동하시는 한 분. '언제까지 이렇게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앞으로 이런 것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위해서라도 싸워야 된다'고 생각을 하고 싸움을 시작하게 된 거죠."

실제 나이보다 훨씬 어려보이시는 김성기 노조원분이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 인터뷰 중인 동안 외모의 소유자 김성기 노조원. 실제 나이보다 훨씬 어려보이시는 김성기 노조원분이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 청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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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론트에서 몇 년 정도 근무를 하신 거에요?
"호텔에 들어 온 지는 만 9년이 다 되어가고, 프론트에서는 2년 반 정도 근무했어요."

- 그럼 지금 프론트에 계신 분들은 다 연합노조 측 조합원 분들이신가요?
"네. 다 연합노조 조합원 분들이구요. 일부 두세 명은 파업이 시작되고 난 후에 불법적인 대체인력으로 투입된 사람도 있어요."

 
▲ 프론트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노조원. 
ⓒ 오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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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조원의 상당수가 연합노조 쪽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금 여기 세종노조와 연합노조의 관계는 어떤가요?
"관계는 안 좋죠. 지난 주, 설전에 농성장 안쪽을 저희가 전기랑 취사하는 장소로 썼는데 연합노조 조합원들과 회사 간부들이 구사대로 여기를 침탈해서 여기를 좀 많이 부수고 조합원들이 다치고, 전기도 끊고, 폐쇄하고 그러면서 관계가 좀 더 안 좋아졌죠. 저희들은 소수노조이고 그러니깐... 그리고 또 어차피 돌아가서 같이 일해야 할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해하려고... 머리로는 이해하려고 노력은 하고 있는데, 사실 감정적으로 많이 다친 분들이 있어서 쉽게 용서가 되거나 그렇게 되지는 않는 것 같지만, 어쩔 수 없이 그런 것이라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 구사대는 언제 들어왔나요?
"설 직전에. 설 전 목요일인가... 들어왔었어요."

- 인원은 몇 명 정도였나요?
"당시 이쪽에 있었던 인원이 아침시간이라 씻으러 가고 그래서 20명이 안 되는 인원이 남아 있었고, 준비하고 그래서, 구사대로 들어온 거는 70~80명 정도 였어요."

- 구사대가 직원들이었나요?
"네."

- 옛 동료?
"그렇죠. 업소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을 동원해서 온 거니깐요."

- 구사대가 침탈했을 때, 경찰이 온 걸로 알고 있는데. 경찰이 CCTV를 보고서도 아무 말도 안 했다고 들었습니다.
"CCTV가... 여기가 딱 사각지대예요. 호텔 CCTV라는 게 호텔에서 왔다갔다하는 손님들 동선을 파악하기 위한 거라서... 이쪽은 일반적으로 손님이 왔다갔다 하는 길이 아니고, 구사대가 일부러 그런 것을 노려서 싸운 거기도 하고요. 경찰은 대체로 노조에 비협조적이고, 회사에 굉장히 협조적이고. 여기에 계속 파견되서 상주하다시피 하는 정보관이 있는데 거의 사측 사람들과만 이야기를 하죠."

- 그럼 혹시 연합노조에서 다시 세종노조로  돌아오신 분은 계세요?
"아니, 없어요. 그러니깐 이 파업이 시작하기 전에는 그래도 한두 명 정도는 있었는데, 파업을 하고, 농성을 하게 된 이후에는 없구요. 파업 시작은 한 50명 정도 했는데 열 몇 명이 파업에서 이탈한 상태예요. 생계라든지 이런저런 개인적인 사정들 때문에 몇몇 분이 이탈을 했고, 이탈하신 분 중 일부는 어쩔 수 없이 연합노조에 가입하게 된 경우도 있어요. '호텔로 돌아올 거면 세종노조 탈퇴서를 쓰고 연노로 복귀를 해야 한다'라는 식으로 받아서 어쩔 수 없이 한 사람들이 있죠."

- 연합노조 측에서 단체교섭권을 가지고 있는 건가요?
"아니요. 왜냐하면 복수노조 시행일이 7월 1일이었잖아요. 그전에 사측이 세노와 교섭을 3차례 정도 진행했는데 그 바람에 7월 1일 이후에 여기가 소수노조고 연노가 다수노조라는 이유로 회사에서 우리와 교섭 중단을 선언하고 연노와 교섭을 해서 임협을 체결을 한 거거든요. 급하게. 근데 법원에서 판결을 받았어요. 이전에 협상을 했던 이력이 남아 있기 때문에 효력이 남아 있기 때문에 대표 교섭 노조는 세종노조이고 2012년까지는 법적으로 단체교섭권을 가지고 있는 상태인데 회사에서는 2012년 협상을 다시 시작하면 다시 문제를 삼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 이후에는 소수노조이기 때문에 협상권을 뺏길 수밖에 없겠죠."

- 세종노조 조합원 분들 중에 파업에 반대하는  사람은 있나요?
"지금 노조원 중에 파업 자체에 반대를 하고 있는 사람은 없어요. 찬반투표 때 반대 의사를 표명한 사람은 있는데, 여기에 참가하고 있는 사람 중에는 파업을 반대한다면 참여하지 않았겠죠. 그리고 세종노조의 약간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게, 되게 적은 인원인데 또 부서가 객실부 쪽에 많이 집중되어 있어요. 근데 일부 몇몇 사람들이 식음료 업장이나 주방쪽에 있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같이 일하는 사람들 90%~95% 이상이 연합노조 측 사람들이다 보니깐 선뜻 파업을 하러 나오는데 좀 망설여진 분들도 있을 테고, 겁이 나고, 또 '나와봤자 내가 무슨 도움이 되겠냐'하는 마음 때문에 처음부터 나오지 않으셨던 분들도 몇 명 있긴 하죠."

- 이번 파업이 세종노조의 첫 파업인가요?
"네. 세종노조가 처음 하는 투쟁이고, 처음 하는 파업이에요."

- 호텔에 오는 손님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처음 찾는 손님들은 되게 놀라하시고, 외국 손님 같은 경우에는 재미있어 하고, 사진 찍는 사람들도 많아요. 그리고 단골 손님들 같은 경우는 자주 오시는 분... 프론트라는 곳 자체가 손님들을 제일 먼저 맞이하는 곳이잖요. 근데 아는 사람이 없잖아요. 그래서 저희 쪽으로 오셔서 싸우는 거 힘들게 고생한다고 해주시고, 먹을 것도 사주시고, 지원해주시고, 봉투 같은 거에 돈도 넣어 보내주시고... 단골 손님, 단골 가이드들은 응원해주죠."

- 파업에 대한 회사 측의 입장은 어떤가요?
"회사 측은 기본적으로 '부당전보에 대해서는 인사권이다' , '비정규직 정규직화도 인사권이기 때문에 면접을 통해서 우리가 결정하겠다. 정규직 해줄 건지 비정규직으로 둘 건지, 적정인원은 우리가 알아서 충원할 테니, 너네가 신경쓰지마라. 임금은 연합노조와 한 거 이상으로는 절대 줄 수 없다' 한 치도 양보를 안 할 생각인 거죠. 계속 문제가 커지다 보면 아무래도 회사에서도 협상으로 뭔가를... 세종노조도 마찬가지예요. 저희가 파업을 해서 회사를 무릎 꿇게 만들겠다고 시작한 게 아니라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서 어떻게든 타협을 해서 서로 양보를 하고 서로 납득할 수 있는 안을 만들어서 좋은 결과를 도출해 내기 위해서 시작한 일이기 때문에 회사에서 대화를 하러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호텔에 무단으로 출입하지 말라는 경고문.
▲ 호텔 로비에 붙여진 사측의 경고문. 호텔에 무단으로 출입하지 말라는 경고문.
ⓒ 청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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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사람들이 이슈가 안 된다고 뉴스를 만들지 않는 건 스스로 '이슈를 만들 생각이 없다. 뉴스로 취급할 생각이 없다.' 그렇게 생각해요."


- 부당전보와 회사 측의 부당행위에 대한 법적 소송 대응은 하셨어요?
"일단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행위 구제 신청'을 넣었었구요. 지난 해, 12월에 판결이 났는데 지방노동위원회에서는 기각이 된 상태예요. 거기 노동위원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보통 대부분 이제 친 기업적인 사람들인데, 심리 때는 마치 노조 편을 들어주는 것 같았어요. 지방노동위원회에서도 이 전보가 부당하다는 것을 인정을 하는데, 통상적이지 않고 사람들에게 부당하게 이루어진 전보라는 건 인정하고 회사에서도 통상적이지 않은 전보라는 것은 인정했어요. 그럼에도 보통 지방노동위원회가 회사에서 가진 인사권이라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 주거든요. 그리고 부당하게 이루어진 전보지만, '전보를 당한 해당 당사자들의 생활상이나 그런 쪽에 심각한 불이익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각이 된 상태고, 그래서 저희는 이제 서울중앙노동위에 항소를 한 상태고, 서울중앙노동위에서 아마 2월 중순 쯤이나 말 쯤에 다시 심리를 통한 판결이 될 예정이에요."

- 파업 이후에 회사 측에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하게 된다면, 대처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이미 손해배상청구소송(이하 손배소)을 한 상태구요. 내일 출두명령이 내려졌지만 저희는 안 갈 생각이구요. 대부분의 경우 손배소는 하는데... 뭐 요즘에는 예전에도 그랬지만 법원에서 이런 것을 다 받아주지 않을 뿐더러 협상과정에서 서로 취하하는 식으로 되고 있어요. 지난 번에 구사대가 들어왔을 때 저희는 폭력으로 고소를 해놓은 상태거든요. 사측 직원들 몇 명도 저희를 고소를 했는데... 왜 고소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자기들끼리 팀킬하다가 다친 건데.(웃음) 대부분 경우 그런 것들은 협상과정에서 취하하는 걸로 마무리 되는 경우가 많아요."

- 인력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는 경우에 굉장히 악성 인사 컨설팅 회사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일단 그 쪽에서 회사에 컨설팅을 시작하면 무조건 회사의 노조가 와해되는 경우가 있다는데 혹시 호텔 구조조정 같은데 그런 회사가 개입한 정황은 없나요?
"개입했어요. 그 발전노조 파괴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D노무법인데요. 그 노무법인이 세종호텔 관리부를 컨설팅 해주고 있구요. 유명한 양대 법인 중 하나예요. 되게 유명한 법인이에요. 거기서 개입해서 실제로 컨설팅을 하고 있고. 그런데 호텔에서 그렇게 돈을 많이 준 것 같지는 않아요. 아주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 지금까지 몇 개의 언론에서 다녀갔나요?
"지금까지 주요 언론에서는 찾아오지 않았구요... 진보언론들이라고 해야 하죠. 칼라TV, 민중의 소리, 오마이뉴스, 그런 곳들에서 그리고 개인미디어들이 트윗이나 유투브, 페이스북에 올려주고 있죠."

- 다른 파업들에 비해서 많은 관심을 못 받는 것 같아요. 언론에서 무관심 한 것 같은데.
"일단은 한 지 얼마 안 된... 그리고 이제 기자들에 말을 빌리자면 이슈화할 만한 그런 게 없다는 거죠. 홍대 노동자처럼 사회 밑바닥에서 최악에서 인간 이하에 취급을 받으면서 일한 것도 아니고 사내에서 현대처럼 큰 성폭력이 일어난 것도 아니고 그리고 일반사람들이 보기에는 배부른 투정으로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본인이 일이 아닐 때는 그리고 노동자들이 하는 투쟁이라는 것 자체가 사회에서 크게 관심을 안 가지려고 노력 하는 것 같아요. 뉴스나 그런 곳에서 그 사람들이 이슈가 안 된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그 사람들이 이슈를 만들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이슈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사람들이 이슈가 안 된다고 뉴스를 만들지 않는 건 스스로 '이슈를 만들 생각이 없다. 뉴스로 취급할 생각이 없다.' 그렇게 생각해요."

- 주류언론에 취재요청은 해보셨나요?
"네, 했죠. 왜 안 했겠어요. 근데 전혀 반응이 없어요. 심지어 한겨레에서도 오지 않으니깐요. 한겨레 같은 경우에도 처음에는 한진중공업에도 가지 않았잖아요. 사실은 희망버스가 시작되지 않았으면 뉴스를 만들지 않았을 거라는 거죠. 한겨레 역시도 그러니깐 쌍용자동차 역시도 무관심한 거고, 또 워낙 쌍용이나 재능이나 코오롱이나 유성이나 케이티나 큰 이슈가 되는 곳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실제로 기자가 '세종호텔파업'으로 네이버 뉴스란에 검색한 결과, 32건의 뉴스가 검색됐다. 그 중 19건은 '세종호텔파업'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었다. 물론, 주류언론에서는 한 건도 발견되지 않았다.

- 주류언론에 바라는 점은 뭔가요?
"노조가 하는 투쟁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것들을 뉴스로 만들어내서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노조가 하는 투쟁뿐만 아니라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이 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뉴스로 만들어내는 것이 주류 언론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해요."

당당히 세종호텔 로비에 붙였습니다.
▲ 호텔 로비에 붙여진 청개구리 파업 지지 성명서. 당당히 세종호텔 로비에 붙였습니다.
ⓒ 청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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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랑 똑같이 일하는 노동자인데 차별적인 대우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잖아요. "

- 아까 말씀하신 것 처럼, 일반인들은 이 파업을 보면서 '세종호텔노조는 특급호텔에서 일하는 데 무슨 파업이냐. 진짜 배부르다.' 이런 식으로 생각할 수 도 있는데, 임금 수준이 어느정도 되세요?
"호텔업이 상대적으로 임금이 많지 않아요. 서비스업 자체가 임금이 낮은 편이구요. 같은 기간을 일하는 다른 산업의 노동자에 비해서 많지 않은 편이고... 제 임금을 딱 밝히긴 그렇고. 직업군이 전혀 다르게 취급받고 있는 룸메이드 분들은 정규직도 한 달 월급이 200만원이 안 돼요. 뭐 제가 8~9년을 일했는데. 저랑 비슷한 사람들은 연봉이 야근을 하고, 휴일 날 근무를 하고, 휴일 하루 이틀을 근무하고, 한달에 5일 이상 야근을 해도 세금을 다 떼고 하면 월급이 250만원이 안 돼요."

- 미디어 코난과 한 인터뷰에서 본 것 같은데 "조합원 대부분이 정규직이지만 몇 안 되는 비정규직분들을 위해 싸우고 있다"고 하셨는데 비정규직이세요?
"저는 정규직이구요. 9년이나 일했는데 비정규직이면 안 되죠.(웃음) 호텔이라는 곳 중에서도 비정규직이 제일 많은 곳이 어디냐면 세탁일 하시는 분들이나... 청소나 경비는 대부분 용역이나 외주화가 돼서 저희 호텔도 이미 용역 외주화가 된 상태고요. 용역, 외주화, 비정규직이 많은 곳 중 하나는 객실에서는 룸메이드 부분이에요. 대부분의 호텔들이 용역화가 된 상태인데 세종호텔은 몇 안 되는 룸메이드들을 직접 고용 하고 있는 호텔이고, 정규직으로 쓰고 있는 호텔이에요. 계속 그거를 바꾸려고 회사는 하고 있고, 노조는 못하게 하려고 있고. 같이 싸워주고 있는 룸메이들 분들이 비정규직분들이 네 분 계신데, 세 분은 2년이 넘으셨고, 한 분은 아직 1년이 안 되셨는데 이분들이 계속 비정규직,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부당처사를 받은 것들이 있어요. 봉사료 배분에 있어서 배분을 못 받는다든지 수당을 못 받는다든지... 그거 역시 세종노조에서 같이 서울중앙노동위에 불평등한 대우, 차별 처우를 개선해달라는 소송을 했고 실제로 승소를 했고 다 돌려받게 됐어요. 그럼에도 2010년에 세종노조와 한 단협사항에 '2년 이상 근무를 한 계약직 직원들은 정규직 직원으로 전환한다'는 조항이 들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회사에서 하지 않고 있어요. '무기계약직이나 준비직으로 쓰겠다.' 그러는데 말이 안 되잖아요. 실제 협약 사항에도 있는데 단지 자기들이 마음에 안 들어하는 노조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이분들을 지켜내지 못하면 앞으로 우리 호텔에 들어와서 우리와 함께 일하게 되는 어떤 계약직 직원들도 우리가 지켜낼 수 없는 거구요. 실제로 이분들을 지켜내야지 나중에 연노에서 활동하고 있는 비정규직 조합원들에게도 혜택이 들어갈 수 있는 거고... 노조는 분명히 갈려져 있지만 같이 일하는 직원들이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고. 세종노조가 그것 때문에 싸우고 있는 거이기도 하구요."

- 파업 현장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같이 싸우는 모습은 보기 힘든 일이잖아요.
"흔한 일은 아니라고 하더라구요."

- 세종호텔의 정규직, 비정규직 비율은 어떻게 되나요?
"세종호텔은 정규직 비율이 굉장히 높은 편이에요. 제가 알기로는 80% 이상인 걸로 알고 있는데. 복수노조가 시행되기 전에는 세종노조가 단일노조였고, 외부에서 흔히 말하는 강성노조에요. 조합원들의 권리라든지 그런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 앞장서서 싸우고 열심히 싸우는... 아주 예전부터 그런 건 아니었는데. 현재 위원장님, 부위원장님 같은 지도부가 투표에 의해서 당선이 되면서부터 바뀌게 됐는데. 상급단체도 예전에는 한국노총이었지만 지금은 민주노총이거든요. 상급단체를 바꾸고 조합원들이 정규직화 되도록 많이 노력을 했죠. 80% 이상이 정규직으로 바뀌었습니다."

- 본인은 정규직이기 때문에, 못 본 척하고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데... 어떻게 동참하게 되셨어요?
"같이 와서 싸워주시는 비정규직 룸메이드 분들이... 어떻게 나이나 그런 걸로 보면 제 이모, 어머님 뻘이신데... 저희가 파업을 잘 이끌어 갈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어머님 같은 분들이 저희 먹을 것도 잘 챙겨주시고, 식사 준비 잘해주시고 그러는 것 때문이기도 하거든요. 그런 것에 대한 감사하기도 하고, 어머님 같은 분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리고 저랑 똑같이 일하는 노동자인데 차별적인 대우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잖아요. 실제로 룸메이드라는 직업군은 저같이 프론트나 하우스키핑 근무를 하는 직업군들과는 급을 다르게 둬요. 임금도 거기에서 차이가 크거든요. 룸메이들분들이나 저같은 프론트 근무자와... 근무환경 형태도 별로 차이가 없는데... 저는 사실 거기서도 왜 분리가 생기는 지 모르겠지만 룸메이드라는 직업군 자체가 가지고 있는 회사에서 직업군을 급을 한 단계 낮춰서 인정을 해줘요. 그래서 실제로 임금 차이가 거기서 굉장히 크게 나요. 그럼에도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인데... 또 임금차이가 나는 룸메이드라는 직업군 안에서도 정규직, 비정규직을 나눈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거죠. 또 거기서 더 나눠서 파트타임을 만들고 용역화, 외주화 만들어서 돈 벌어 먹고 사려고 하는 거죠."

트위터리안 이장원 (@NPP_jangwon)씨는 세종호텔파업을 두고 "세종호텔 파업은 정말 의미있는 투쟁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싸우고 있다. 노조가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로 갈린 채로 각자의 이익에만 치중해 동료를 배신했던 사례가 많은 가운데 세종호텔노조의 투쟁은 소중한 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 세종호텔이 적자 상태인가요?
"아니요. 2011년 같은 경우에는... 우리나라 관광업이라는 게 제일 영향을 많이 받는 요소가 환율인데, 엄청나게 뛰었잖아요. 환율이. 이명박씨 때문에. 전 재경부 장관 강만수씨랑. 그러는 바람에 호텔업은 굉장히 성황이에요. 명동에 2년 새 호텔이 거짓말 안 보태고 5~6개 생겼어요. 지금도 짓고 있구요. 서울 시내 곳곳에 객실이 없을 정도로... 그런데다가 세종호텔이 작년에 역대 최대라고 할 정도의 매출을 올렸구요. 그러면 당연히 흑자겠죠. 흑자폭도 커졌을 거구요. 2010년에도 엄청난 흑자를 기록했구요."

- 그런데 왜 용역화를 하려고 할까요?
"더 벌고 싶은 거겠죠. 이렇게 해서 10억 벌 수 있으면 용역화 하면 30~40억 벌 수 있으니깐요. 직원들한테 주는 월급 300만원이 200만원이 되면 100만원 더 벌 수 있잖아요. 그런 식인 거죠."

세종호텔 파업에 관련해서 '주명건'씨에 대해서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주명건'씨는 2004년 교육인적자원부 감사에서 공금 횡령 등의 비리가 드러나 물러났다. 그런데 2011년 세종대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대양법인' 이사회가 이사회를 열어 '주명건'씨를 정이사로 선임했다. '세종호텔'은  세종대학교 '대양재단' 산하의 수익 산업체이다.

- 용역화나 외주화가 주명건씨가 다시 세종호텔로 돌아오면서 시작된 건가요?
"그렇죠. 주명건씨가 2009년도에 돌아왔으니깐. 명예회장. 이런 식으로 해서."

- 그럼 지금은 주명건 씨가 세종호텔 회장인가요?
"네. 세종호텔은 사실은 대표이사가 최고 직급이죠. 명예회장이라는 식으로 호텔로 돌아와 공식적으로 복귀를 했고, 그 이후에는 거의 그 사람이 다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실제로도 그 사람이 다하고 있을 거구요. 회장이나 부사장 그런 사람들은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거죠. 세종대 총장도 마찬가지로 그럴 거구요."

- 파업의 최종 목적은 뭔가요?
"최종목적은 저희들이 파업을 하고 나와서 내걸은 게 가장 큰 네 가지는 그거예요. '2년 이상 일하 비정규직분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줄 것.' 원래는 우리하고 했어야 할 임금협상인데 그 임금협상을 연합노조랑 그냥 빨리 해치워버렸거든요. '근데 그 임협의  내용은 인정하겠다.' 연노랑 임협은 정규직 직원들만을 대상으로 한 임협이거든요. '그 내용들은 인정하겠는데, 그 협상의 결과물을 비정규직분들에게도 적용시켜라.', 부당하게 전보 당해서 저항하고 있는 세 사람을 원직복직을 시켜라 또는 원직복직이 정 그렇게 힘들다면 납득할만한 수준의 타협안을 만들자, 다른 부서로 이동한다든지 일정기간 다른 부서로 이동시켜 줄 것을 확실히 이야기를 해주든지 해라, 힘들게 일하고 있는 사람들... 인원이 굉장히 많이 부족하거든요. 원래 300명이 넘는 곳이었던 호텔이 지금 260명~270밖에 직원이 없어요. 부족한 인원들을 빨리 보충해라. 그 외에도 '직원 라커룸에 타일 설치해달라.' 등 여러 가지 아주 사소한 요구사안들이 많은데, 그것들은 그렇게 크게 중요한 것들은 아닐 수도 있으니깐, 이 네 가지가 충족되면 나머지 부분들은 대화를 통해서든 쉽게 풀릴 수 있는 것들이다라고 이야기하고 있구요. 또 한 가지 마지막으로 제일 중요한 건 세종호텔이 예전에 2003~2004년도까지 주명건 회장이 있다가 쫓겨난 것이거든요. 세종호텔이 대양재단이라고 하는 세종대학교를 소유하고 있는 재단 산하에 수익산업체예요. 그 대왕재단이 세종호텔 주식을  100%를 소유하고 있는 그런데 주식회사 세종호텔이라는 이름도 되게 헷갈리게, 자본금 한 5천만원짜리 용역회사를 만들어서 여기 있는 직원들을 다 용역직으로 빼려고 한 시도들이 있었어요. 그때는 노조고 하나뿐이었고, 전체 직원들이 자신들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라 잘 막아냈는데, 작년에 또 한 번 주명건씨가 돌아온 다음에 이번엔 '주식회사 세종서비스'라고 또 자본금 1억짜리 유령회사를 만들어서 용역을 하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근데 그게 몰래몰래 해오다가 지난 해, 12월에 노조에 의해서 밝혀졌거든요. 그게 왜 만들어졌는지 세종호텔 직원이라면 웬만한 사람이라면 다 알고있어요.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불안해 하고 있고, 저희가 나와서 파업하는 것들을 연합노조 조합원들... 꽤 많은 연합노조 조합원들은 마음 속으로는 응원하고 있는 거죠. 실제로 그래서 알게 모르게 우리에게 농성 물품을 지원해주거나 그런 것들도 있고... 왜냐하면 세종노조가 파업을 진 채로 끝나게 되면 자기들이 용역이 되고 고용이 불안해져서 언제 회사에서 잘릴지도 모르는 신세가 되는 게 눈에 보일 듯이 뻔하니깐 막을 수 없게 되니깐 그런 것들을 막아줬으면 하는 마음들을 가지고 있는 것 같거든요. 제 생각에는. 그것 때문에 세종노조가 계속 협상내용에 '용역화나 외주화를 절대 하지 않겠다'라는 그런 명문화된 문서를 남기라는 요구를 하고 있어요. 제일 중요한 요구 중 하나인 것 같아요."

 
▲ 세종호텔로비 한 구석 자리한 농성장. 
ⓒ 청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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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고 있는 사람들에게 제일 힘이 되는 건 사람들이 방문해주고 응원해주고 하는 것들이거든요."

- 농성하실 때 가장 힘든 점은 뭔가요?
"이제는 많이 익숙해지긴 했는데.... 근데 로비라는 곳이 항상 밝은 곳이잖아요. 밤에 전등을 일부 끄기는 하는데... 여기서 노숙하는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에요. 처음에는 밥 해먹고 그랬는데 여기 있는 전기들을 다 끊었어요. 여기 있는 전광판이 안 들어오는 이유가 우리가 전기 쓰는 걸 못 하게 하려고... 그래서 저희가 발전기를 쓰고 있는 거 거든요. 그리고 돌아가서 같이 일해야 할 동료들이랑 계속 얼굴 붉히고 싸워야 하는 것 그런 것들이 심정적으로 많이 다치죠.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지치게 되는 것도 있고 힘들어서 어쩔 수 없이 떠나게 되는 사람들 보면서 저희도 지치고, 기운빠지는 그런 것도 있고."

- 파업투쟁자금은 부족하지 않으세요?
"언제나 부족하죠. 조합원들이 갹출도 했었고. 파업이 20일밖에 안됐고, 투쟁한 지는 4달밖에 안 됐지만 이 작업들이 주씨가 들어온 2009년부터 계속 있었던 거고, 그 이전에도 시그널은 계속 있었거든요. 나름대로 언제 이런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거 때문에 기본적으로 노조는 파업기금을 적립을 하게 돼 있어요. 적립 기금으로 지금까지는 버티고 있는데 사실 도움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긴 해요."

-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제가 재정을 담당하는 게 아니라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재정적인 거 때문이 아니라도 시간이 길어지면 대부분이 생계를 걸고 있기 때문에... 아주 길게 버틸 수 있을 것 같진 않아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쉽게 포기하고 들어갈 거라면 나오지 않았겠죠. 저희가 버틸 수 있을 때 까지. 그리고 회사 역시 지금 힘들게 돌아가고 있는데... 일부 직원들은 주40시간 근무해야 하는데 70~80시간을 하고 있는 거거든요. 회사 측에서도 언제까지 계속 이런 식으로 버틸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사태는 적어도 2월 초~중순쯤에는 마무리 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바라고 있어요."

- 조합원 분들 주무실 땐 여기서 이불만 덮고 주무시나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에서 파업을 하면 이불이나 침낭 같은 것들을... 민주노총이랑 세종대 생협도 같이 투쟁을 하고 있는데 지원을 해주려고, 이불같은 거를 지원해줘서 잘 덮고 있죠. 그래도 날이 추워지면 춥기는 해요. 바람이 많이 들어오니깐 회전문이 돌아갈 때마다. 찬바람이 들어오고. 그리고 밤에는 로비에 히터도 끄구요."

- 어디서 씻으세요?
"원래는 직원 라커룸을 사용했는데, 40명이 직원 라커룸을 사용하는 게 보기 싫다고 직원 라커룸 물을 다 끊었어요. 200명 다 못 씻게 하려고... 그래서 직원용 출입구 쪽 경비실 화장실 쪽 세면대를 이용하거나 노조 사무실 앞 세면대를 이용하거나. 저는 개인적으로 호텔 로비 화장실을 사용해요. 직원 식당도 그래서 폐쇄된 상태예요."

- 듣던 것보다 상황이 좋진 않네요.
"거의 대부분 농성하는 곳에서는 다 그렇구요. 그런데 저희는 얼마 안 됬잖아요. 재능은 1500일, 쌍용은 1000일, 코오롱은 7년, 콜트콜텍 3~4년, 그렇게 되는 곳들도 있는데... 그런 곳에 비하면 나은데...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빨리 끝내야 되는 싸움이기도 하죠. 아직은 희망을 가지고 있어요. '희망 뚜벅이' 첫날 일정이 세종호텔이거든요. 그런 것들이 사회적으로 이슈를 만들고 하다 보면 회사에서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뭔가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그리고 우리가 우리 것만을 주장하는 게 아니라 언제든지 대화하려고 하고 있고 또 접점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의지가 있기 때문예요. 금방 돌아갈 거라고 믿고 있어요."

- 그래도 이곳 파업 분위기는 대체로 밝은 편인 것 같아요. 많이 힘들어 하시는 것 같지는 않은데.
"뭐, 속으로 힘들어도 겉으로는 그러면 안 되잖아요. 실제로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길게 싸우고 있는 거예요. 길게 싸울 거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길게 싸우다 보니 또 해보니 해볼만 하다는 이야기도 있고 우리가 더 힘내서 싸우지 않으면 해결될 문제도 해결 되지 않을거라는 마음도 있고. 끝까지 싸워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열심히 하고 있는 거죠."

파업에 관한 질문들은 거의 다 한 것 같아서, 김성기 노조원에 대한 개인적인 질문으로 넘어갔다.

- 혹시 자녀 계획은 없으세요?
"아직은 없어요."

- 만약에 자녀가 태어난다고 하면... 혹시 그때까지, 파업을 하고 있으시진 않겠죠?
"하면 안 되죠. 큰 일 나죠."

-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대한민국은?
"안 물려주고 싶어요.(웃음) 가능하면 이런 나라가 아니면 좋겠어요. 근데 어차피 아이가 생기고 자라면 저랑 똑같은 노동자가 될 테니깐... 그냥 저보다는 힘 있는 노동자로  살 수 있는 세상이면 좋지 않을까요."

- 2012년에 대선이 있잖아요. 근데 저는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노동자의 권리가 많이 올라가지 않을 것 같아요. 본질적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이 바뀌어야 할까요?
"물론 그렇다고 생각해요. 통합진보당이 정권을 잡는다고 해서... 아... 통합진보당 정도가 되는 곳에서 정권을 잡는다고 하면 그래도 조금 달라질 것 같기는 하지만. 민주통합당이 정권을 잡는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건 없다고 생각해요. 노무현씨가 대통령일 때도 6명이 넘는 노동자가 자살을 했고, 20명이 넘는 노동자가 일터에서 죽었고, 대추리나 그런 곳에서도 사람들이 쫓겨나고... 용산참사 시작도 사실은 노무현 정권이었으니깐요. 그래서 저는 그런 것들을 믿을 수 없고, 그래서 노조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파업이 잘 끝나면 계속 세종호텔에서 근무하실 생각인가요?
"확실하게 모르겠어요. 근무하고 싶은 생각도 있는데... 투쟁하는 과정에서 특히나 개인적으로 저는 사측과 관리직 사람들과 심하게 싸웠어요. 쌍욕 섞어가면서 싸우고 그래서. 그 사람들과 계속 일하고 싶어질 것 같지는 않아요. 그렇다고 해서 막 그만두고 싶지는 않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오기가 생겨서... 오랫동안 다닌 회사라 쉽게 떠날 수 없을 것 같진 하지만 너무 많이 상처 받아서 아주 오래 다닐 것 같지는 않아요.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어요. 끝나봐야 알 것 같아요."

- 파업 전에는 노조원분들 잘 알고 계셨나요?
"잘 모르는 사이도 있었죠. 호텔이 일하는 곳이 다르고, 특히나 주방에서 일하는 분들 같은 경우는 출퇴근 하는 시간에 잠깐 잠깐 볼 시간 빼고는 없었는데... 특히나 호텔은 24시간 돌아가는 곳이니깐. 스케줄이 다 다르잖아요. 출퇴근시간이 다 달라서. 같이 프론트에서 일하는 사람도 한 보름씩 못 보는 경우도 있고. 같은 부서에서 지내면 친하게 지내는데 다른 부서사람들과는... 파업하면서 굉장히 많이 친해졌죠."

- 노조에 처음 들어 올 때, 거부감은 없었나요? 한국 사회에서 노조가 '노조=빨갱이'로 왜곡되어져서 많이 알려져 왔는데.
"그런 건 전혀 없었어요. 대학 졸업하기 쯤에는 사상적으로 빨갱이가 되어 있었고...(웃음)"

- 파업이 잘 끝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이 뭐예요?
"집에 가서 푹 자는 것. 그게 제일 하고 싶어요. 마음 편하게. 스키 타러 가고 싶고."

- 파업 하는 시간 동안 뭐하고 계세요?
"영화도 보고, 외부에서 강사분들 오셔서 강연해주시고, 저희들끼리 프로그램도 짜고, 힘들면 쉴 때도 있고. 여러 가지 하죠."

- 파업을 하는 동안, 저희 같은 일반인들이 어떤 식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제일 좋은 건 많이 와주시는 거죠. 여기에서 싸우고 있는 사람들에게 제일 힘이 되는 건 사람들이 방문해주고 응원해주고 하는 것들이거든요. 그게 안 되면 계좌로 후원을 해주는 것도 좋고, 물품을 보내주는 것도 좋고... SNS을 통해서 홍보를 해주는 것도 좋고 어떤 식으로든 지지와 연대를 보여주시는 것이 저희에게 도움이 되죠."

- 매주 집중 집회 하는 시간이 몇 시인가요?
"원래 매주 화요일로 잡혀 있는데... 이번 주는 확실히 모르겠고... 다음 주 수요일날, '희망뚜벅이'가 세종호텔에 찾아오기 때문에 다음 주는 30일 7시가 되겠죠. 매일 저녁 7시가 저희 마무리 집회를 하는 시간이에요."

홍세화 대표는 "이성으로 비관하더라도 의지로 낙관하라!"는 그람시의 말을 인용했다.
▲ 진보신당 홍세화 대표의 파업 지지 성명서. 홍세화 대표는 "이성으로 비관하더라도 의지로 낙관하라!"는 그람시의 말을 인용했다.
ⓒ 청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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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분의 인터뷰가 끝나고, 청개구리는 일명 '파업 밥'을 얻어 먹었다. 호텔 로비에 앉아서 찬 밥과 몇 가지 반찬을 집어 먹었다. 먹으면서도 조합원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조합원분들은 괜찮다고 하시며 밥을 더 퍼주시고, 반찬도 듬뿍 주셨다. 기숙사에서 혼자 먹는 밥보다 가족같은 분위기에서 여럿이 먹는 밥이라 그런지 좀 많이 먹었다.

밥을 다 먹고, 호텔을 나섰다. 끝까지 배웅해주시던 조합원분들의 모습이 기억난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 대학 강의에서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운 것 같았다. 김성기 조합원의 말 하나하나는 대안언론을 공부하는 청개구리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특히, "이슈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사람들이 이슈가 안 된다고 뉴스를 만들지 않는 건 스스로 '이슈를 만들 생각이 없다. 뉴스로 취급할 생각이 없다"는 말에서 '띵'하고 머리에 무언가 맞은 것 같았다.

'세종호텔파업'은 한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투쟁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없이 함께 어울려 하는 투쟁이다. 밖에서 보기엔 특급호텔에서 파업을 한다고 '밥그릇 챙기기'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단지 '기득권'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서 싸우고 있지 않았다. 그들은 모든 노동자가 평등하게 사는 삶을 지향하고 있었고, 차별없는 사회를 위해서 싸우고 있었다.

청개구리가 방문하고 하루가 지난 다음 날.  1월 27일, 사측과 노조가 충돌했다. 노조는 불법 대체인력을 막기 위해서 프론트 입구를 막았다. 회사 측은 노조원을 끌어내는 과정에서 룸메이드 여성 노동자에게 침을 뱉는 만행을 저지른다. 하지만 언론에서는 아직까지도 관심이 없다. 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세종노조에게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세종노조는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세종호텔 로비에서 집중 집회를 한다. 특히 다음 주,
1월 31일은 '희망 뚜벅이'가 세종호텔을 찾는다. 세종호텔은 명동역 10번 출구 바로 앞에 위치해 있다.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그들에게 많은 지지와 관심, 연대가 필요하다. 트위터는 @Sejongnojo, 계좌번호: 1002-542-132909(김상진) 우리은행.

기자 김예은 김서정 오민규 한부강
최종 편집 오민규


태그:#세종호텔파업, #대안언론 실천모임, #청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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