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영화블로거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영화를 많이 보시는 기자 분들이나 블로거 분들은 아시겠지만 기자시사회를 가면 지나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보도자료죠. 보통은 A4 용지 크기에 인쇄물에 담긴 하얀 봉투를 받게 되는데요. 영화의 줄거리나 배우들의 모습을 담은 것들인데, 어떤 경우는 화보 성격을 띄고 있는 것들도 있어서 이것을 구하시려는 분들도 계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보도자료

 글쓴이 블로그에 사용되는 영화정보 이미지

글쓴이 블로그에 사용되는 영화정보 이미지 ⓒ 송승범

그런데 저는 이 보도자료를 요즘 들어 소중하게 모으는 편입니다. 기자 시사회에서는 꼭 받아가고, 심지어는 일반 시사회에도 홍보사나 제작사 쪽에서 오신 관계자분에게 실례를 무릅쓰고라도 보도자료를 요청합니다.

저는 영화리뷰를 쓸 때 좀 독특하게 쓰는 편입니다. 제가 특히 공을 들이는 작업이라면 영화 리뷰를 올리기 전에 쓰는 영화 정보에 대한 이미지입니다. 사실 별로 이 부분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으시리라고 보지만 저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다른 블로거들이나 기자들이 잘 적지 않은 제작·수입·배급의 자료를 적는 편입니다. 외국영화의 경우 원제도 작성하는 편이고요. 특히 저는 출연배우들의 정보를 올릴 때 '주연'이 아닌 '출연'이라고 작성합니다.

주연배우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조연들의 이름도 쓰는데요. 영화를 소개하는데 있어서 주연 배우 만큼이나 조연들의 영향이 크기 때문이죠.

네이버, 다음...게으른 건가요?

그런데 이들 자료를 찾으려고 네이버나 다음(Daum)등 포털의 영화섹션에서 이들 배우들의 자료를 찾으려고 하면 배우들의 정보가 상당히 빈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배우들의 자료가 너무 빈약해서 시사회에서 본 영화에서 눈길이 가는 조연들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려면 그것이 쉽지가 않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홍보사나 제작사는 분명 주요배역에 대한 DB(데이터베이스)를 포털에 제공하리라 봅니다. 하지만 영화의 재미를 위해, 혹은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출연진들의 자료를 전체 공개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작사나 홍보사에서 그렇게 시킨 것인지, 아니면 아직 기자시사회나 일반시사회 중인 상태에서 굳이 출연 배우들을 소개할 필요성을 못 느낀 포털들의 게으름인지 궁금합니다.

외국영화 정보 찾기, 얼마나 더 힘든지 아세요?

 기자시사회가 열리는 모습 (영화 '마이웨이')

기자시사회가 열리는 모습 (영화 '마이웨이') ⓒ 송승범


문제는 이런 배우들의 정보를 찾는 게 외국 영화일 경우는 더욱 힘들다는 것입니다. 헐리웃이나 다른 나라에서 제작된 영화의 경우 수입사나 홍보사에서 더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조연 배우 이름이 상당히 궁금한데 찾을 수 없는 것이죠. 모자란 영어 실력으로 배우의 이름을 검색합니다.

그 과정을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우선 이 영화의 영어 원제를 찾고, 그 다음 전 세계 영화들의 DB가 모여있는 IMDB.com(http://www.imdb.com)에 들어가 그 원제를 입력합니다.

그리고 그 영화 배역을 찾은 다음 국내 포털에서 다시 그 배우 이름을 검색합니다. 알려지지 않은 배우 이름일 경우 성과 이름을 따로 입력해서 배우의 이름을 알아냅니다. 예를 들어 그 배우 이름이 '제임스 딘'인데 배우의 DB가 국내에 없을 경우, 성인 'James'만 먼저 입력하고 나머지 풀 네임 'Dean'을 찾아 하나하나 한글로 고쳐 찾아내는 방법입니다. 참 복잡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 정도로 우리나라의 홍보사나 배급사들은 외국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자료를 공개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공개 안 한다기 보다는 귀찮아서 생략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다보니 관련자료를 넘겨받은 포털들이 외국배우들의 정보를 제대로 올릴 수가 없는 것이지요.

제가 보도자료 달라고 요청하는 이유는?

 3일 오후 서울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영화<페이스메이커> 기자시사회에서 배우 김명민이 인공치아를 끼고 연기를 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영화<페이스메이커> 기자시사회. 위 사진은 기사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 이정민


제가 보도자료를 달라고 요청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그나마 국내에서 만든 한국영화는 엔딩크레딧에 올라오는 스텝들 이름과 조연들의 배역이라도 찾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외국영화 보도자료에는 이런 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IMDB를 뒤적이고, 심지어 제작사 정보도 없어 이것도 찾아야하죠.

그러나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영화자료를 찾는 게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하이텔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는 과거 '필름즈'라는 영화포털이 있었는데, 웬만한 자료는 검색이 되는 그야말로 한국의 IMDB였죠. 특히 필름즈가 좋았던 이유는 영화에 대한 해설을 하던 홍성진씨의 코멘트였습니다.

하지만 '필름즈'는 사라졌고 홍성진씨는 네이버의 DB 마스터가 되셨지만 과거만큼 큰 활약을 보이지지는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는 다음 역시 마찬가지이지요. 고전영화 DB를 몇 년 전 업데이트했다고 하는데, 그 이후는 달라진 것도 없는 상태이고요.

이런 상황에서 외국영화 제작사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영화포털로 씨네서울을 자주 갔었고, 일본영화 전문자료를 찾기 위해 'TV.co.kr'이라는 사이트도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현재 이들 두 곳은 폐쇄되거나 길고 긴 공사 중에 들어갔습니다. 이들 사이트가 다시 문을 열 가능성은 상당히 희박해 보이고요.

한국영상자료원 역시 크레딧 정보 빈약

 기자시사회에서 제공되는 보도자료

기자시사회에서 제공되는 보도자료 ⓒ 송승범


결론적으로 볼 때는 우리나라에는 제대로 된 영화 DB 사이트가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영화 관련 DB가 아예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 이야기한 네이버나 다음도 나름 노력하고 있을 테고 'cine21.com'도 있고, 한국영상자료원이 운영하는 KMDB(http://www.kmdb.or.kr)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DB나 포털도 자료가 빈약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는 KMDB에 관해서는 이런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영상자료원 측이 나름 정보들을 축적하고 수집하고 있는데, 영화의 내용이 담긴 필름이나 DVD만 수집하는 게 아니라, 팜플렛이나 제가 앞에 말한 영화들의 보도자료도 바로 이 수집 대상중 하나라는 겁니다.

그런데 KMDB에는 크레딧 정보가 거의 빈약합니다. 국내에서 상영한 국내외 영화 DB를 축적하여 자료로 남기고 있는 KMDB 조차도 크레딧 정보나 배우들 정보에 대해 소홀하다는 것이죠. 꾸준히 DB를 업데이트 하기 위해 자주 직원들을 채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이런 여러 상황 때문에 저는 기자시사회나 일반시사회가 있을 때는 관계자 분에게 보도자료를 요청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정말 중요한 것은 영화에 대한 자료들입니다. 이를 충족시킬만한 DB가 많이 발전되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송씨네의 컬처매거진(본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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