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붐 세대라고 하는 195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은 정치 경제는 물론 사회 문화적으로 급격한 변화를 경험한 세대이다.

베이붐 세대가 10대를 보낸 1960년대까지는 아직 가부장 제도가 굳건히 유지되던 시절로 가정의 모든 권력은 오로지 남편이자 아버지인 가장의 것으로 아내는 금적적인 문제 뿐 아니라 남편의 외도까지도 이해해 주어야 했던 시절이다.

 영화 "미워도 다시한번" 포스터

영화 "미워도 다시한번" 포스터


이 시절을 잘 반영한 영화가 바로 60년대 최고의 흥행작 "미워도 다시 한번"이다. 1968년에 1편이 제작되어 70년대 초까지 3편이 제작되었던 문희, 신영균이 주연한 당대의 흥행작으로 당시 흔히 볼 수 있었던 남편의 외도가 주제인 영화임에도 여자의 희생과 모성애를 소재로 한 이 작품이라 하여 당시 여성 관객들로 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이러한 남자 위주의 관계에 변화가 있음을 보여주었던 시기가 1970년대인데 경제개발 정책으로 경제적 풍요가 시작되던 이 시기는 베이붐 세대가 고등학교 혹은 대학생으로 활동하던 시절로 세상의 모든 분야 관심을 가지고 참여를 시작하던 때이다.

 영화 "겨울여자" 포스터

영화 "겨울여자" 포스터

1977년에 영화 "겨울여자"는 개봉되자마자 엄청난 흥행으로 주인공 '이화'역을 맡았던 장미희가 일약 스타덤에 올랐던 작품이다. "겨울여자"는 원래 조해일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이화는 자신을 사랑하던 청년의 애정행위를 매몰차게 거절하고 이로 인해 충격을 받은 청년이 자살을 하게 된다. 이 청년의 자살을 통해 이화는 자신의 육체적 순결이 한 청춘을 자살케 할 만큼 중요하지 않음을 인식하게 된다. 이후 이화는 자신의 위로가 필요한 남성들에게 진심으로 자신을 열어 주었다.

영화는 그녀는 자신의 사랑과 도움이 필요한 곳에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는 것에 큰 보람임을 깨닫고 진정한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간다는 것으로 결론 낸다. 여성에 있어서도 육체적 순결보다 정신적 순결이 더 중요한다는 것이다.

이는 순결의 문제에 국한되어 보기보다는 남녀관계에서 여성이 보다 자유로워지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20세기가 저물어 가는 1990년대 말부터 21세기가 시작되는 2000년대가 들면서  변화가 급류를 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시기는 IMF사태로 베이비붐 세대가 처음으로 좌절을 겪게 되는 때이다.

1999년에 제작된 영화 "해피엔드"에서 유부녀인 전도연이 결혼 후에도 결혼 전에 사귀었던 애인과 관계를 계속한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그래도 전도연의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관계를 정리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영화 "해피엔드" 포스터

영화 "해피엔드" 포스터 ⓒ 김용덕


하지만 2년 후인 2001년에 제작된 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에서는 주인공인 유부녀 엄정화의 행동은 전도연의 것과는 전혀 다르다.

결혼해 남편과 가정이 있는 엄정화는 동갑내기 애인 감우성과의 연애행각은 그냥 만나 즐기고 헤어지는 것이 아니고 살림까지 차린 상당히 본격적으로 형태로 "해피엔드"의 전도연과는 달리 들키지만 않으면 괜찮다는 60년대의 남자들의 것과 닮아 있다. 그리고 관계를 고민하는 쪽은 여자인 엄정화가 아니라 일종의 60년대 첩과도 같은 처지의 남자 주인공 감우성이다.

 영화 "결혼은 미친짓이다" 포스터

영화 "결혼은 미친짓이다" 포스터


이러한 변화의 완벽한 종결편은 2008년에 제작 개봉되어 당시 세간에 많은 관심을 집중시킨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이다. 2006년에 소설가 박현욱의 작품을 영화화한 것으로 손예진과 김주혁이 주연한 영화로 제목에서처럼 아내가 결혼을 한다는 것이다.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는 결혼한 여자의 단순한 외도가 아니다. 김주혁과 손예진은 서로 열렬한 연애 끝에 결혼한 부부다. 어느 날 아내 손예진이 남편인 김주혁에게 남편 말고 또 사랑하는 남자가 있으며 그와 결혼하고 싶다며 그 남자와의 결혼을 용인해 달라고 부탁한다. 더 재미있는 것은 남편 김주혁과 이혼하고 결혼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은 남편인 김주혁도 사랑하고 또 다른 그 남자도 사랑하기 때문에 둘 다와 결혼 상태를 유지하고 싶다고 당당히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포스터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포스터


이러한 소설이나 영화가 60년대나 70년대 아니 80년대에 나왔다면 어떠했을까. 아마 엄청난 사회문제로 관계자들은 많은 지탄과 비난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단순히 변화되는 사회적 현상으로 잠시 동안 매스컴을 달구었지만 가볍게 넘어가 지금은 별로 기억하는 사람도 없다.

이것은 이러한 문제들이 이제는 어느 정도 우리들 모두가 이해될 수 있는 문제로 용인하고 있다는 것의 반증이다.

이렇듯 베이비 붐 세대가 살아온 지난 반세기는 모든 부분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고, 특히 남자와 여자의 관계설정에 엄청난 변화의 물결이 존재했던 세월이었다. 지난 반세기 동안 베이비붐 세대들은 스스로 주도하거나 또는 방관하면서 함께 세월을 살아왔다. 세상은 언제나 변화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베이비붐 세대가 겪어 왔던 변화는 그 속도와 폭에 있어 다른 어떤 세대들도 경험해 보지 못한 격량의 소용돌이였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주도한 것은 그 세월과 함께 살아 온 베이비붐 세대 자신들이라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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