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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유플러스는 2일 전국적인 통신망 장애를 겪으면서, 수많은 가입자들이 3G인터넷 망을 사용하지 못하는 불편을 겪었다.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짧게는 3시간부터 길게는 10시간 이상 데이터를 이용하지 못했다. 특히나 유플러스 측은 통화엔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실제로는 통화 자체도 불편했다는 가입자들이 많았다.

이에 관련하여 LG 유플러스 측은, "평상시의 5배에 달하는 데이터 트래픽이 몰려 네트워크 장애가 발생했다."는 해명을 내 놓은 상태다.

자, 그렇다면 어떤 이유로 평상시의 5배에 달하는 트래픽이 생겼을까?

실제로, 오전 8시부터 시작된 이 장애는, 사용자들이 갑자기 5배가 몰렸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실제로 새벽대 시간에 가까워 사용자들이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는 시간대가 아닐뿐더러 아무 이유없이 무제한 데이터요금제 가입자들이 동시에 데이터망에 접속했을 리도 없다. 이에 관련하여 LG 유플러스 측은 "무제한데이터 요금이 관련이 없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반드시 그것 때문이라고 할 수도 없다." 고 밝혔다. 쉽게 말해 아직 이유를 전혀 모른다는 뜻이다.

그런데, 유플러스의 통신망 장애가 발생하고 바로 직후 인터넷에는 또다시 무제한데이터요금제를 성토하는 기사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무제한데이터 요금 때문에 망 부하가 걸려 통신장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여론몰이인지 알 수 없을 정도의 황당한 내용이다. LG 유플러스측이 정확한 장애원인을 내 놓지 않은 상황에서 마음대로 원인을 추측하여 추측성 기사를 내보내고 있는 것이다.

통신사의 전가의 보도 데이터무제한 요금제, 문제는 없을까?

지난 하반기 SKT가 처음으로 데이터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이동통신업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음성에 비해 매우 비싼 요금을 부가하여 이익을 얻던 나머지 통신사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SKT의 무제한요금제를 따라 할 수밖엔 없었다. 특히나 휴대폰시장이 스마트폰으로 전면 개편되기 시작하면서, 데이터무제한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거셌기 때문에 많은 소비자들이 55,000이라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비싼 통신요금을 부담하면서까지 무제한요금제를 선택했다.

그러다보니 사용자들은 데이터를 마음 놓고 사용하게 되고,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트래픽이 증가하면서 무제한요금제는 통신사들의 골칫덩이가 되고 말았다.

특히나 최근에 출시되는 어플들이 데이터를 이용하여 무료문자, 무료음성통화를 하는 기능을 지원하게 되면서 통신사들은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이제 정말로 데이터망 제공 사업자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위기감이 조성되면서 "돈이 안 될 것처럼 느껴지는" 무제한데이터요금제가 도마위에 오른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게 수도 없이 광고를 하던 것을 생각해보면 쉽게 없앨 수는 없는 노릇이고, 무제한요금제가 없어질 경우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요금인하 압박"이 통신사들을 압박하는 상태이다. 실제로 무제한데이터요금제가 사라진다면, 해당 상품에 가입되어 있는 가입자들은 당연히 요금 인하를 원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막대한 손해를 입는 통신사들은 "요금은 내리지 않으면서 무제한데이터만 없애는" 최상의 시나리오를 선택하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려면, 우선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 바로 국민 여론이다. 즉, 가입자들 사이에서 무제한데이터요금 때문에 통화에 문제가 생기고, 데이터통신에 문제가 생긴다는 여론을 만들어 놓아야, 자연스럽게 데이터요금제를 없앨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무제한데이터요금제를 성토하는 기사가 수도 없이 쓰여지고 있는 것이다.

무제한데이터요금제, 없애면 안될까?

사실, 3G망으로 인터넷을 아무리 많이 사용해봤자 테더링기능(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연결, 모뎀방식으로 데이터를 컴퓨터에서 이용하는 것)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한 달에 3-4Gbyte이상을 사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특히나 고용량의 영화나 데이터를 직접 다운로드 받지 않거나, 스마트폰으로 동영상 기능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1Gbyte정도의 용량으로도 충분히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아니라 통신사와 소비자 간의 약속이다. 통신사들은 요금인하 압박을 받으면서 무제한요금제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 결국 SKT는 기본료 1000원 인하, 나머지 두 통신사는 전혀 요금인하를 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요금인하가 전제되지 않은 무제한데이터요금제 폐지는 소비자의 불만을 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저렴한 가격의 종량제 인터넷상품을 출시한다면, 한달에 55,000원이라는 막대한 통신비를 지출하는 소비자들이 저렴한 인터넷 요금제를 택할 확률이 높아 오히려 통신사에게 큰 독이 되는 상황이라, 통신사들은 깊은 고민을 안을 수밖에 없다.

특히 무제한요금제를 최초에 출시한 SKT가 소비자들과의 약속을 최초로 저버리는 행동을 하기엔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게다가 SKT가 무제한데이터요금제를 없앨 생각을 하지 않는 이 상황에서 KT나 LG유플러스가 막대한 숫자의 가입자를 잃으면서 먼저 그 카드를 꺼낼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KT나 LG유플러스가 기댈 수 있는 곳이 바로 방송통신위원회인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손을 댄다면 어떻게 될까?

방송통신위원회는 사실상 통신사들을 좌지우지할 정도의 힘을 갖추지는 못했다. 게다가 방송통신위원회 자체가 통신사들을 압박할 생각이 없다. 이번 통신요금인하건만 해도 SKT의 기본료 1000원 인하라는 구색맞추기 이외에는 한 것도 없다. 거창하게 만들어진 통신료인하 T/F는 말하기가 민망할 정도의 성과 이외에는 올린 것이 없다.

그러나, 이번 무제한요금제 폐지는 방송통신위원회에서 한 마디만 하면 통신사들이 바로 시행할 확률이 높다. SKT 같은 경우는 바로 승낙하기 곤란한 면이 있겠지만, KT나 LG유플러스는 방송통신위원회의 권고를 따를 확률이 높고, 이것으로 SKT를 압박할 수 있는 명분이 주어진다.

하지만, 요금인하와 저렴한 데이터요금 신설이 전제되지 않은 무제한데이터요금제 폐지는 소비자들에게는 아무런 이익이 되지 않는다. 이미 스마트폰을 구입한 사람들 중에는 2년 약정이나 할부의 노예가 되어 55,000원이라는 막대한 통신료를 지출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만약, 통화품질 향상을 미끼로 무제한요금제만을 없앤다면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이익은 사실상 전무하다.

실제로 소비자들의 반발이 뒤따를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도 아무런 이유 없이 무제한요금제폐지 권고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번 LG유플러스의 통신장애 사태는 이동통신사들에게 충분한 명분을 준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런데, 실제로는 무제한데이터요금제 때문에 통신장애가 있다고 말을 할 수도 없다.

한 LG유플러스의 관계자는 "무제한데이터요금제가 문제라 하더라도 그렇게 이야기하기는 곤란한 상황." 이라면서 "가입자도 가장 적은 LG유플러스가 고작 이 정도의 트래픽도 감당하지 못해 무제한데이터요금제를 포기해야 한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이동통신사업을 접겠다는 이야기로, 4G시장에서 선두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 LG유플러스가 그런 식의 해명을 하는 것도 어렵다." 라고 하여, LG유플러스의 어려운 상황을 전했다.

LG 유플러스의 상담원은 "이미 해당 관련 문의로 문의가 폭주한 상태." 라면서 "최선을 다 해 복구하고 더 이상의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 아직 정확한 원인은 모르는 상태이다." 라고 답했다.

무제한요금제, 해법은 없는 것일까?

사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무제한데이터요금제가 있든 없든 큰 차이가 없다. 집에서 하는 인터넷을 스마트폰에 물려 사용하는 소수의 헤비유저를 제외한 보통 가입자들의 생각은 "어떻게 하면 통신료를 줄일 수 있을까" 이지 무제한데이터요금제의 존속 여부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통신3사가 저렴하고 합리적인 데이터부가상품을 내 놓는다면, 굳이 무제한데이터를 사용하겠다는 사용자도 많이 줄어들 것이다. 다만 현재의 종량제 데이터요금은 터무니 없이 비싸며 (SKT기준 500MByte에 1만원, 1Gbyte에 1만5천원)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어내기엔 무리가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기본료를 외국의 경우와 같이 파격적으로 내리고, 데이터요금제 가격 또한 합리적으로 산출한다면, 가입자들도 굳이 55,000원이라는 막대한 통신료를 내지 않아도 될 것이고 헤비유저가 없어지면 통신사들도 트래픽이 적어져서 통화품질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부터는, 무제한데이터요금제를 무조건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몰이식 기사보다는, 올바른 통신문화를 주도할 수 있는 진정한 국민들을 위한 정책이 나올 때다.


태그:#스마트폰, #무제한, #요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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