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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토) 낮 1시 반부터, 구성진 가락의 전통소리와 우리의 몸짓이 춘천 수변공원에 울려 퍼졌다. 본 기자는 그 가락을 따라 춘천마임축제 낮도깨비난장의 <아시아 몸짓찾기> 현장을 찾았다.

<아시아 몸짓찾기>는 전통연행예술에 내재한 한국적 몸짓, 움직임을 찾고자 하는 프로젝트로, 낮도깨비난장 속에서 그 첫 번째 장인 '밀양백중놀이'와 '예천청단놀음'을 선보였다.

서민의 한을 춤에 녹인다... 밀양백중 놀이 '병신춤과장'

 밀양백중놀이보존회가 마당으로 들어서는 모습
▲ 밀양백중놀이 보존회 납시오 밀양백중놀이보존회가 마당으로 들어서는 모습
ⓒ 엄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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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밀양백중놀이 보존회가 줄을 지어 등장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68호로 등록되어 있는 '밀양백중놀이'는 바쁜 농사일을 끝내고 고된 일을 해오던 머슴들이 음력 7월 15일경 '용날'을 선택하여 지주들로부터 하루 휴가를 얻어 흥겹게 노는 놀이를 말한다. 이러한 놀이는 '호미씻이'라 하여 벼농사를 주로 했던 중부이남 지방의 농촌에서는 흔히 볼 수 있다. 밀양에서는 다른 말로는 '머슴날'이라고 하며 '지주들이 준비해 주는 술과 음식을 일컫는 꼼배기참을 먹으며 논다.' 해서 '꼼배기참놀이'라고도 부른다.

놀이 가운데 춤판은 양반춤으로 시작되는데 장단에 맞추어 양반답게 느릿하게 추고 있으면, 머슴들이 양반을 몰아내고 난쟁이, 중풍쟁이, 배불뚝이, 꼬부랑할미, 떨떨이, 문둥이, 곱추, 히줄대기, 봉사, 절름발이 등의 익살스러운 병신춤을 춘다.

양반의 모습을 한 놀이꾼이 흥에 겨워 부채춤을 추는 모습
▲ 어디 한번 놀아보자꾸나 양반의 모습을 한 놀이꾼이 흥에 겨워 부채춤을 추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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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백중놀이 병신춤과장 시현 모습
▲ 밀양백중놀이 병신춤 밀양백중놀이 병신춤과장 시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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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밀양백중놀이 보존회는 한국의 몸짓 대중화 프로젝트로 추진되고 있는 병신춤과장으로 상민과 천민들의 서러움과 한을 춤에 녹여 익살스럽게 표현하였다.

하지만 놀이를 관람하는 관객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제대로 된 홍보가 이뤄지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방문객들의 관심과 참여 또한 미비했다. 한국 전통의 놀이문화가 점점 소외되고 있는 현실을 보는 것 같아 못내 아쉬움을 남겼다.

한편 춘천마임축제의 단골인 외국인도 있었다. 미국 텍사스에서 온 스콧(38)은 "이번 마임축제 방문이 벌써 다섯 번째다. 북을 치는 사람과 놀이에서의 춤이 좋다"며 밀양백중놀이에 대한 소견을 밝히기도 했다.

혼령의 한을 위로하는 무언가면극 '예천 청단놀음'

  예천청단놀음판의 등장모습
▲ 예천청단놀음 예천청단놀음판의 등장모습
ⓒ 엄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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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한바탕 머슴들의 신나는 놀이가 끝나고, 뒤이어 이번엔 탈을 쓴 사람들이 무언의 가면극을 진행했다. 전통무언탈놀이 '예천청단놀음'이 시작된 것이다.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옛날 전라도에 살던 한 늙은 부호가 젊은 아내가 가출을 하자 몸져눕게 되었다. 이를 보다 못한 아들이 서모를 찾기 위해 춤을 잘 추는 사람들을 모아 '청단'이라는 기예집단을 꾸며서 전국을 돌며 가면 놀이를 벌였다.

그는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던 중 예천읍에서 놀 때 관중 속에서 서모를 발견하였다. 그런데 서모가 집에 돌아가기를 거부하자 이에 격분해 서모를 죽여 암매장하였다.

그 후 예천읍에서 자주 불이 나서 걱정거리였는데, 죽은 여자의 혼을 위로하고 그 놀음을 놀면 불이 나지 않는다고 하여 마을 사람들이 광대놀음을 재연케 했더니 예천읍에서 더 이상 불이 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때부터 예천에서는 매년 초여름 백사장에 휘장을 치고 이 청단놀음을 연례행사로 행하였고, 조선 말엽까지 재주 많은 한량들에 의하여 전승되었다.

1935년의 행사를 마지막으로 중단되었던 것을 오늘날 복원하여 전승하고 있다. 현재는 매년 예천문화제 때 시연하고 있다. 청단놀음은 강릉 관노탈놀음과 함께 국내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무언극이다.

예천청단놀음 마당놀음과 마무리 인사 하는 모습
▲ 예천청단놀음 예천청단놀음 마당놀음과 마무리 인사 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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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마임축제 안에서도 예천청단놀음 보존회는 놀음판의 여섯 마당을 각각 개성 있는 가면들과 표현으로 이끌어 갔다.

놀음판에서 흥겹게 같이 춤을 추던 한 외국인을 만날 수 있었다. 뉴질랜드에서 온 데이비드(37)는 "연극 관련 학과를 졸업하고 아시아의 연극에 관심이 많았지만 한국의 연극은 처음 접해본다. 매우 흥미롭다"고 말했다.

이어 데이비드와 같이 동행한 조현주(30)씨는 "예천청단놀음이 특이하고 마임축제 성격에도 잘 맞는 것 같지만 시간상 너무 더울 때 놀음판을 벌여 관객들이 없는 것이 아쉬운 점"이라고 전했다.

이 날 놀음판들이 비록 많은 관객의 호응을 얻지는 못했지만, 그 자리에 참여한 관객들만큼은 전통 놀이의 흥에 흠뻑 취해 그 아쉬움을 달랬다. 이렇게 '밀양백중놀이'와 '예천청단놀음'은 세계 3대 마임축제 중 하나인 춘천마임축제에 선보여짐으로 한국 전통 마임으로써, 한국만의 마임으로써의 기상을 세우기에 충분했다. 두 놀이 모두 <아시아 몸짓찾기>를 관람한 외국인들과 우리나라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고, '한국 전통의 가락과 몸짓'을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역량을 발휘했다.

금일 29일(일), 폐막난장인 '아!우다마리'에서는 <아시아 몸짓찾기>의 마지막 장인 안성바우덕이풍물단의 '남사당 놀이' 가 저녁 6시시 30분부터 7시까지, 30분 간 춘천 수변공원 공지어 광장에서 초청공연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인터넷 웹진 뉴스토피아와 강원일보에 함께 게재됩니다.
이 기사는 엄지호, 고경록 공동 작성하였습니다.



태그:#강원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춘천마임축제, #아시아 몸짓찾기, #밀양백중놀이, #예천청단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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