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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엽체 황백화' 또는 '김 황백화'라는 생소한 단어가 최근 이슈가 됐다.(뉴스로 등장하기는 했지만 일반 시민들이 느끼는 심각함은 그리 크지 않은 게 사실이다.)

김이 나름대로 제 본연의 색을 내야 하는데, 성장을 하는 도중 무슨 이유에서인지 누렇게 변해 버리는 현상을 맞게 된 것이다.

색만 변하면 그나마 어떻게든 쓰일 일이 있을 법도 하지만 김 관련 산업 종사자의 말을 들어보면 향도 이상하다고 하니, 양식하는 분들 속도 누렇게 타 들어가지 않을 수 없겠다.

인터넷으로 뉴스를 검색해 보니 올 1월초 고군산군도에서 김 황백화현상이 나타났고, 이후 충남 서천과 보령에서 황백화현상이 나타났다고 기사화됐다.

영양염의 부족이 원인이라고 하는데, 왜 영양염 부족이 생겨났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답이 없다.

서천군은 전체 양식장의 70%가 황백화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금액으로는 237억여원에 이른다. 참고로 서천군은 충남 김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한때 보령시는 품질좋은 최상의 김을 생산하는 곳으로 유명했지만, 지금은 양식 규모가 크지 않다. 그럼에도 보령시 집계 65억여원의 피해를 입었다.

황백화 현상으로 김 엽체가 누렇게 변색해 버렸다.
▲ 누렇게 변한 김엽체 황백화 현상으로 김 엽체가 누렇게 변색해 버렸다.
ⓒ 보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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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초를 못구해서"…구이김 업계의 한숨

보령시의 경우 김 양식 규모가 줄어든 후 생산된 김을 가공하는 구이김 산업이 발달했다. 특히 보령의 구이김은 일반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형태로 발전했다.

이렇다보니 김 원초의 확보는 각 구이김 업체에게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김 엽체 황백화현상으로 김 원초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아졌다. 년초에 한 해 동안 사용할 원초(김)를 확보해야 하는 구이김 업체의 한숨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김 원초가 생산되는 곳은 크게 세 곳으로 분류가 된단다. 남해안, 충남 서천, 인천 제부도가 그곳이다. 해수 온도가 낮은 북쪽의 생산지일수록 품질 좋은 원초가 생산된다고 한다. 물론 가격도 높을 거다.

그 때문에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보령의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원초 품질이 좋은 서천이나 제부도의 김을 선호한다.

원초생산지 한 곳이 초토화됐으니 구이김 업체들은 당연히 남해안이나 제부도의 김을 확보하지 않을 수 없다. 김 원초가 귀하신 몸으로 등극함과 동시에 값도 상당히 뛰었다고 한다.

김 원초가 크게 부족하지 않던 시기에도 원초를 확보하려면 목돈이 필수다. 특히 현금없이 원초를 확보하는 것은 어려웠다.

원초 자체가 부족해진 올해는 말할 필요도 없다. 구이김 업체를 운영하는 지인의 말을 빌자면, 은행에 김 원초 구입을 위해 대출을 문의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원초값이 올랐으니 예상하지 않았던 비용이 크게 늘어서이다.

물론 올해는 돈이 있어도 원하는 만큼 원초를 구입하리란 보장은 없다.

어민들이 김 엽체 황백화 현상으로 못쓰게 된 양식어구를 철거하고 있다.
 어민들이 김 엽체 황백화 현상으로 못쓰게 된 양식어구를 철거하고 있다.
ⓒ 충청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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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은 둘 중 하나 "줄이거나 올리거나"

어려움에 봉착한 구이김 업계의 입장에서는 생산비용이 크게 늘어난 만큼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 대략 두가지로 압축된다.

가격을 올리거나, 제품의 양을 줄이거나다.

현재 가정용 구이김 한 봉지는 7-8장의 A4지 만한 구은 김이 들어있다. 이런 봉지 10개 들이 한 상자가 일반적으로 1만원-1만1천원의 가격이다.

이게 이런 종류의 제품이 생겨날 때부터 그렇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구은 김 10장이 한 봉지에 들어 있었다. 그러다가 생산비가 점차 늘게 됐고, 9장에서 8장으로, 또 8장에서 7장으로 자꾸 내용물이 줄어들게 됐단다. 물론 가격도 점점 올랐다.

이게 또 줄어든다는 거다. 아마도 한 봉지에 5-6장이 될 듯 싶다.

가격을 올리는 곳도 생겨난다. 이번 글과 관련 이런 저런 얘기를 해준 지인은 내용물을 줄이는 대신 가격을 올릴 예정이란다.

우리 생활과 별 상관도 없을 것 같았던 '김 황백화 현상'은 식탁의 '구이 김'과 '우리' 사이를 조금 멀어지게 할 것 같다.

김 원초 부족현상이 첨예해지면 이 거리는 조금 더 벌어질지 모르겠다. 아참, 당장은 아니겠지만 전에 먹던 김맛이 아니더라도 너무 실망하거나, 괴로워하지 말기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보령리뷰(http://boryeongreview.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황백화, #김엽체황백화, #구이김, #보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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