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베스트프렌드와 모처럼 카페에서 담소를 나누던 중, 나는 2022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에 관한 TV화면에 자연스럽게 눈길이 갔다. 우리는 이미 2002년에 월드컵을 개최했는데 20년 만의 개최가 다소 이른 것은 아닌가? 더군다나 유치의 명분이었던 한반도 평화가 북한이 터뜨린 지난 3월의 천안함 사태와 11월의 연평도 도발로 인해 명분이 흐려지면서 한 지역의 이슈와 화제가 어느 시대보다도 발빠르게 전파되는 현실에서 긍정적으로 개최의 염원을 기대한다고 하더라도 쉽지 않은 도전이 아니었나 생각하고 있었다. 2022년의 선정지는 서아시아의 작은 나라 카타르로 결정되었다. 당초 개최가 유력하다고 예상되었던 미국은 결선투표에서 고배를 마셨다.

 

어느 언론보도에서 본 내용이었는데 카타르의 월드컵 경기 유치에 대한 아이디어는 매우 유니크했다. 그것은 월드컵 경기장을 영구적이 아닌 조립식으로 신축해서 경기를 치른 후에 가난한 제3국, 특히 아프리카 국가들에 공여하겠다는 발상이었다. 이는 검은 대륙을 흥분케 하기에 충분한 아이디어였고 무엇보다 여름날씨가 섭씨 50도에 육박하는 뜨거운 날씨를 첨단 과학과 기술로 극복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은 매우 놀라웠던 것 같다. 세계화가 이루어지고 정보화를 거치면서 남들이 시도하지 않는 독특하고 창의적인 발상과 열정이 환경을 바꾸어가는 세태를 바라보면 이러한 카타르의 월드컵 도전은 의미있는 평가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지난 1996년에 당시 2년 전부터 유치선언을 하고 먼저 활동을 시작한 일본을 따라잡아 2002년이라는 공동개최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유치활동의 순간순간을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나에게 세세하게 기억되는 것은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월드컵 개최 앰블럼을 차 유리판에 붙이고 인터넷이 활성화되지 않았던 그 시대에도 신문광고에 그리고 방송에 익숙한 캐치 프레이즈와 당시 정몽준 KFA회장의 얼굴이 자주자주 등장했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지금의 2022년 유치보다는 국민적 관심이 컸고 열정도 더 뜨겁지 않았나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아시아 최초의 월드컵 유치를 통해 축구 인프라를 거의 완벽하게 갖추었고 아시아 대륙의 국가들 가운데서는 가장 많은 월드컵 진출횟수와 더불어 자랑스러운 국가대표의 경기실력을 갖춘 축구강국으로 성장했다. 뿐만 아니라 K-League에 대한 갖가지 논란과 평가는 다를 수 있지만 월드컵 이전에 비해 리그는 적잖은 활성화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월드컵 개최와 더불어 경기기간에 보여주었던 그 어떤 나라들보다 월등한 응원열기와 경기관전매너 그리고 서포터즈의 지칠줄 모르는 성원은 세계 일류라고 해도 과언이지 않는가? 자발적으로 붉은 악마들이 되어 너도 나도 거리에서, 그리고 집집마다 함께 둘러앉아 승리에 함께 울고 환호하는 뜨거움은 대한민국이 아니면 찾아보기 어려운 최고의 축구열기라고 할 수 있다.

 

Why Korea? 왜 한국에서 월드컵이 개최되어야 하는가? 유치위원회의 홈페이지에서 제시했던 것은 크게 여섯 가지 이유였다. '첫째_세계적인 축구인프라, 둘째_최소의 재정부담, 셋째_국제대회 개최의 경험, 넷째_아시아의 축구대국, 다섯째_월드컵에 대한 열정, 여섯째_한반도의 평화를 위하여' 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이 가운데 첫째, 둘째, 셋째는 경쟁국인 미국과 일본, 호주에서도 내세울 수 있는 명분이 아닌가 싶다. 우리만의 내세울 수 있는 자랑이 바로 다섯째와 여섯째였는데 사실상 이부분에서는 앞서 밝힌대로 이번 한반도의 위기와 화약고가 불쑥 튀어나왔고 이것은 인간적인 친화력이나 다른 어떠한 로비로도 극복하기 어려울 수도 있었던 리스크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지금의 대립을 넘어서 2022년에는 남과 북이 하나가 되는 통일의 그날을 어쩌면 수많은 국민들은 바라고 또 염원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하여 우리나라는 그래도 이번 월드컵 유치를 통해서 적지 않은 선전을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1차투표와 2차투표에서 우리보다 낫다고 예상되었던 호주와 일본을 누르고 3차투표까지 가는 접전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안되었는데 3차투표가 무슨 소용이냐?' 라고 묻는 다면 축구를 잘 모르는, 그리고 월드컵 개최 선정방식에 대한 내용을 좀 더 읽고 학습해야 할 사람들이다.

 

어제 이루어졌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 선수의 영문 프리젠테이션은 매우 세련되고 FIFA위원들의 관심을 사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유치위원장으로 활동한, 미국인들보다 영어를 더 잘한다는 한승주 위원장은 세련된 언어표현과 차분한 인상으로 적지 않은 신뢰를 주었을 것이고 버스요금 70원 발언으로 수많은 사람의 가슴을 꽉 막히게 했던 정몽준 FIFA부회장도 이번 개최에 올인을 했을만큼 열심히 뛰고 수고했으리라 생각한다. 이러한 땀흘린 사람들의 노력은 평가되어야 하고 박수를 보내는 것이 마땅하다.

 

마지막으로 FIFA는 월드컵 개최방식에 있어서 유일하게 적용하는 룰이 한 가지 있는데 그것은 단일대륙에 연속적으로 개최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2022년 카타르에서 월드컵 개최가 이루어짐에 따라 앞으로 아시아 대륙에서는 월드컵이 개최되려면 몇 회를 더 기다려야 하는 실정에 직면하게 되었다.(그런 의미에서 미국이 차라리 선정되었으면 실리적으로는 좋았을 뻔 했다.) 미국은 어차피 다음 대회에 또 유치를 노릴 것이다. 그리고 훗날 아시아에 또 한 번의 순서가 될 때에는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일본이 다시금 도전장을 내밀 것이 유력하고 아마도 중국도 어느새 경쟁자가 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 점을 염두해 두고 지금 부족했던 축구 인프라와 많은 가능성들을 차근차근 가다듬어서 비단 유치전을 앞둔 짧은 기간동안 반짝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실행하는 사람들이 나와야 하지 않나 생각해 본다.

2010.12.03 10:26 ⓒ 2010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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