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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익점수, 다양한 자격증, 해외 어학연수 등등. 가공할 만한 스펙과 함께 세상으로 달려가는 이 시대의 청년들에게 또 다른 길도 있음을 행동으로 알려주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희망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는 '희망별동대' 친구들입니다.

희망별동대는 희망제작소 청년 사회적기업가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인데요. 현재 1기를 넘어 2기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12일은 이제 막 새로운 길을 걸어가려는 희망별동대 2기와 험난한 노정을 씩씩하게 걷고 있는 1기가 만난 날입니다. 1기 '빛트인'과 '공감만세'의 이야기를 듣는데 천상병의 시 한편이 떠오르더군요.

사람들은 모두 그 나무를 썩은 나무라고 그랬다./그러나 나는 그 나무가 썩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그 밤 나는 꿈을 꾸었다./그리하여 나는 그 꿈속에서 무럭무럭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가지를 펴며 자라가는 그 나무를 보았다./나는 또다시 사람을 모아 그 나무가 썩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그 나무는 썩은 나무가 아니다. - '나무'

그들이 이렇게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것은 그들의 꿈속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푸른 나무를 보았기 때문인가 봅니다.

[청년 사회적기업가①-정천식] 요리사 꿈꾸던 그가 농촌으로 간 이유

요리를 전공했던 빛트인 정천식 대표의 사진
 요리를 전공했던 빛트인 정천식 대표의 사진
ⓒ 정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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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트인(Between) 정천식 대표는 고등학교 때부터 요리를  배우고 대학 전공도 그 분야를 선택한 예비 요리사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운명을 바꾸는 책을 만나게 됩니다. 먹을거리에 대한 문제의식을 품게 해 준 <BEYOND BEEF>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느가>라는 책이었죠.

"더 이상 요리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맛있는 음식 만들기가 그저 즐거웠던 그는 가슴에 품은 문제의식을 해결하겠다는 생각으로 정치외교학과로의 전과를 결심하게 됩니다. 요리 만드는 일도 좋지만 젊은 나이에 좀 더 근본적인 문제를 바꾸는 일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지요. 고민을 행동으로 옮기려는 와중에 '희망별동대'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현장 속으로 들어가게 되지요.

"너무 많이 수확돼서 팔리지 않거나 조금 흠집이 나서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과일들은 돈을 주고 버리거나 묻어야하는 게 농가들의 상황이었죠. 반면 사먹을 돈이 없어 과일을 못 먹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참 아이러니하지 않나요?"

먹을거리 문제를 고민하던 그는 이와 직결된 농촌의 문제를 목격하게 되고 현장 속에서 문제의 실마리를 풀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농민들이 가난한 이유는 유통구조 때문이었습니다. 농민들은 유통이라는 것 안에서, 가격결정의 결정권에서 제외됩니다(일반적 농산물 유통에서)."

농민들이 스스로 정한 가격과 생산자 이름 및 지역이 표기되어 있는 일본 농산물
 농민들이 스스로 정한 가격과 생산자 이름 및 지역이 표기되어 있는 일본 농산물
ⓒ 정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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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제의 해답을 찾기 위해 고민하던 그는 일본까지 방문하게 됩니다. 농민들이 직접 가격을 책정하고 B급 농산물도 함께 판매되는 일본 메케몬 히로바를 탐방하고 온 것이지요.

"농민들이 스스로 가격을 책정할 수 있게 하고 '못생겨도 건강하게 잘 만든 신선한 과일이면 기꺼이 사 먹을 수 있는 소비자'들에게 판로를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현실에 부딪쳐보는 것, 직접해보는 것, 거대한 일을 책상에서 이야기만 하지 말고, 작은 일을 실천에 옮기면서 그것을 수정보완 하는 것'

희망별동대에서 강조했던 말처럼 정천식 대표는 마주하는 문제들을 행동으로 옮겨왔습니다. 버려지는 배를 이용해 배잼을 만들고, 제대로 유통되지 못하는 과실들의 판로를 만들어 도시소비자들과 농민을 이어주는 '착한브로커'의 역할도 하고 있지요. 하지만 반응들은 냉담합니다. 사람들은 "정부가 몇 십년 동안 노력해도 안 되는 농산물 유통에 대한 걸 너네가 고쳐보겠다고? 어려울 걸, 실현 가능성이 떨어져"라고 말하지요.

그럴 때 빛트인은 이렇게 대답한다고 합니다.

"지금 당장 농산물의 전체적 유통구조를 혁신 할 수 없습니다. 저희가 할 수 있는 일들로 작은 변화를 만들어 내고, 그것을 확장하고,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하고자 하는 것이 저희의 생각입니다. 그렇게 작은 힘들이 모이면 우리들은 작지만 큰 변화를 이루어 낼 수 있습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청년 사회적기업가②-고두환] 필리핀 아이들에게 꿈을 만들어주다

필리핀의 바세코지역. 전 세계 빈곤지역 중의 하나이다.
 필리핀의 바세코지역. 전 세계 빈곤지역 중의 하나이다.
ⓒ 고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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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의 모든 비리를 대중에게 말하고 싶었습니다."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학보사에서 기사를 쓰며 훌륭한 기자를 꿈꿨었다는 고두환(공감만세 대표)씨의 이야기도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여러 가지 경험을 하면서 조금씩 변하게 됐어요. 내가 하는 말에 주변인들의 시선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하는 겁니다. 그러면서 혼자가 아니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됐죠."

그런 결심 속에서 그가 생활했던 2년간의 필리핀 생활은 공감만세를 만들게 된 동기가 됐습니다. "식수가 없어서 물을 잘못마시고 죽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었습니다"라고 그곳의 상황을 회상한 그는 하루 1달러 미만의 돈으로 살아가는 전 세계의 절대 빈곤지역 중 하나인 바세코 지역에서 그곳의 문제와 우리의 문제가 동일하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바세코지역의 아이들.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는 공감만세의 모습
 바세코지역의 아이들.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는 공감만세의 모습
ⓒ 고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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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만세가 '한국인 3명이 필리핀 여행을 할 때 필리핀 아이 1명이 함께 하는 여행'이란 기준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그간의 경험이 기초가 됐기 때문이었습니다.

"바세코 지역의 아이들의 꿈이 뭔지 아십니까? 이 아이의 꿈은 식모입니다. 경험이 없으니 꿈을 꿀 수 있다는 것조차 모릅니다."

공감만세가 제공하는 정서 교육에 참여하고 함께 여행을 했던 한 아이는 현재 빈민지역의 고아들을 가르치는 교사를 꿈꾸고 있다고 합니다. 여행이 자본에 종속되는 상황에서 공감만세가 제공하는 시스템이 필리핀 아이들에게 꿈을 선물해 준 것이지요.

한국에서도 이와 같은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공감만세가 진행하고 있는 북촌여행을 통해서 말이죠. 여기서 얻은 수익금은 차상위계층 아이들에게 꿈을 꿀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데 쓰입니다. 여행을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공감만세의 믿음이 시나브로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지요.

"계속 하실 건가요?"

두 사람의 얘기가 끝나고 희망별동대 2기 친구들의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수익구조에 대해 분명히 고민이 많을 텐데 어떤식으로 해결하고 있으며,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었지요. 두 대표의 대답은 동일했는데요. 바로 '수익구조도 중요하지만 즐겁게 일할 수 있으면 된다'였습니다.

고두환 공감만세 대표, 정천식 빛트인 대표(오르쪽)
 고두환 공감만세 대표, 정천식 빛트인 대표(오르쪽)
ⓒ 배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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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환 : "공정여행의 경우 모델을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답사를 다녀야하고 답사비용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브랜드 가치가 높지 않기 때문에 생각했던 수익모델로 운영하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죠. 수익에 대한 고민을 집중적으로 하게 되면 이 일은 할 수 없습니다. 이 일이 될 것이라는 확신으로 시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천식 : "수익구조를 고민하기 전에 즐겁게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공감만세와 마찬가지로 빛트인도 많은 답사가 필요한데 모든 구성원들이 즐거움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큰 수익이 발생하지 않아도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팀원들은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하기만 하면 되고 팀장만 수익구조 걱정을 하면 됩니다."

앞으로 지속할 생각은 있는지, 사업방향은 어떻게 잡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습니다.

정천식 : "물론 지속할 생각입니다. 대부분의 농산물들이 헐값에 팔리거나 버려지고 있는 상황에서 잉여 농산물들이 정말 필요한 사람들에게 갈 수 있는 유통구조를 만들고 싶습니다. 이 전에 시행한 바 있는 배쨈과 같은 가공사업도 하고 싶고요. 궁극적인 목표를 세우면서 작은 일들을 실행해 나갈 예정입니다."

고두환 : "사실, 아무리 사업계획서를 써도 실제로 실행되기가 힘들었습니다. 문서작업과 고민들 때문에 원래 가지고 있던 아이템이 퇴색되기도 했죠. 원래 품고 있던 아이템이 있다면 그것을 계속 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그 경험들이 쌓이면 진짜 자산이되죠. 북촌, 필리핀 공정여행의 수익률이 정착되는것이 1차적인 목표이고 그 다음은 예전에 답사갔던 곳들을 공정여행의 목적지로 만들며 같이 일하는 동료들의 최소임금을 지불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2기 친구들이 던진 질문은 역시 지속가능성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사회적기업을 준비하고 있는 청년들이 고민하고 있는 것 중 하나지요. 수입이 보장되지 않는 다는 점 때문에 100% 시간과 열정을 투자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그러다보니 쉽게 조직이 흔들리는 상황들이 발생하지요.

이러한 고민들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게 하는 힘은 두 대표가 말한 '즐거움'이 큰 뿌리가 되는 것같습니다. 앞으로는 그 이상을 넘어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만들어낼 때, 무너지지 않고 지속할 수 있겠지요. 녹록치 않은 길을 걷고 있는 청년들. 모두가 썩었다고 하는 나무가 그들의 꿈과 희망 속에서 푸른 가지를 뻗어나갈 수 있길 희망합니다.


태그:#빛트인, #공감만세, #사회적기업, #희망별동대, #청년소셜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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