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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위원장이 비밀리에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한다. 4박 5일 동안, 북경도 아닌 국경에서 가까운 길림, 장춘, 하얼빈 등이다. 3남 김정은의 후계 인정을 받으려는 것이었다는 보도도 있고, 장춘-길림-두만강을 잇는 경제개발과, 나진항 투자 등이 논의되었다고도 추측한다. 비공식을 넘어 비밀 방문인데도 중국 최고지도자인 후진타오가 동북지방까지 날아가 회담을 하는 환대를 했다. 이를 두고 '북-중 신동맹'이라는 말이 나오고도 있다.  

 

그런데 사실 김정일의 이번 방중은 비밀 방문이 아니라 너무나 눈에 띄는 과시이다. 요즘 강대해진 중국은, 지난날 그랬던 것처럼 국제사회에서의 책임 부담을 회피하지 않는다. 그 일환인 외국 원수의 중국 방문도, 후진타오 정부가 들어선 뒤로부터는 거의 공개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김정일의 중국 방문을 중국측이 일시적으로 비밀에 붙였다 공개한 것은, 그만큼 북한이 중국과 은밀하게 더 돈독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려고 작심한 것이다. '북-중 신동맹'이라는 말이 나오도록 일부러 유도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국과 미국이 그러한 북-중 신동맹을 밀어붙인 셈이다.

 

중국은 이제 강대국: 미국의 유일한 견제 세력

 

최근 중국은, 대외개방 정책의 놀라운 성공으로 경제력이 막강하게 되자 자체 군사무기 개발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다. 대내적인 자긍심은 물론 국제사회를 향해서도 진정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개혁 개방 정책 추진 이후, 외국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외국기업 우대 세율 적용, 수입관세 및 부가가치세 면제, 중국산 투자설비 구입 시의 부가세 환급 등등 갖은 특혜로 외국기업들을 불러들였다. 하지만 90년대 후반부터는 하나둘씩 완화, 폐지를 시작하여 내국, 외국 기업을 동등하게 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외국기업들의 불만이 늘어날 정도이다. 외국기업더러 이제 나갈 테면 나가라고 배짱을 부릴 정도에 이른 것이 바로 중국의 경제이다.

 

그만큼 중국의 경제는 규모도 커지고 내용도 충실해졌으며, 세계가 경제 위기로 몸살을 알아도 중국은 웬만한 강도의 위기는 끄덕도 안 한다. 그만큼 대외의존도를 잘 관리해 왔다. 따라서 중국의 총체적 국력은 장차 미국에 버금갈 강대국으로 손색이 없다. 미국은 당분간은 엄청난 자본력과 기술력으로 세계에 적수가 없는 유일 강대국이지만, 그런 미국에 'NO'할 수 있는 나라는 중국밖에 없다.

 

이번 미국의 이란 제재에 중국은 미동도 않는다. 유엔 결의안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미국의 독주라고 판단한 것이다. 우리만 막대한 이익을 잃어가면서 동참하다 못해 자발적으로 나선다. 그동안 우리의 대외관계, 특히 경제가 너무 미국과 결착되었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외교부는 "(자발적 제재 방안을) 미국에 보고한다"고 한 것이다.

 

미국은 자본주의의 최고봉에 올라, 이제는 방만한 경영이 더 이상 발전하기는 한계에 달해 있다고 보인다. 이제부터는 현상유지에도 급급할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여전히 부동의 세계 제일을 내놓지 않기 위해 앞으로는 더욱 군사적 초강대국으로서의 특권을 놓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현재는, 고성능 무기 판매, 분쟁 지역 개입, 석유 자원 확보를 위한 중동 개입 등에서 군사력은 여지없이 발휘되고 있다.

 

김정일 방중의 의미: 한․미에 대한 경고

 

이번에 김정일이 중국을 비밀 방문하고 중국이 동북 지역에 후진타오가 쫓아가 회동을 가졌다면 거기서 오고간 실제적 성과 외에도 당연히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북한이 6자회담 공백과 천안함 사건 이후 거의 궁지에 몰리다시피 한 상태에서 기댈 언덕으로 중국을 찾은 것이다. 또 중국은 국가 원수의 방문을 이례적으로 숨기고 유독 북한에게는 비밀 방문을 허용함으로써, 오히려 한-미에 보란 듯이 과시하고 있다.

 

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북한의 최고 권력자가 움직인 성과는 곧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경제적 협력은 조여 있던 북한의 숨통을 터주어 한-미의 결속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며, 곧 6자회담을 들고 나와 오히려 한국을 곤혹스럽게 만들 것이다.

 

본래 이명박 정부는 북한 핵문제 때문에 정권을 획득하자 마자 대북 강경책으로 돌아섰다. 협력 사업도 중단하고 각종 원조도 '퍼주기'라면서 끊었다. 그러면서도 핵문제를 해결을 대북문제의 최우선에 놓고 있었으므로 6자회담 이외의 대안을 내놓지 못 하고 있었다.

 

미국은 한국 정부가 북한에 대해 강경으로 돌아선 것을 누구보다 환영했다. 반대로 미국은 한국에서 남북한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을 속으로는 가장 경계하는 입장에 있다. 미국이 미국다울 수 있는 계기는 분쟁과 갈등 지역뿐이다. 그런 미국이므로 북한의 핵은 가장 껄끄럽다. 핵이란 약소국이라도 일단 보유만 하면 강대국도 쉽사리 건드리기 어렵게 되는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은 6자회담의 틀 속에서 북한을 가두고 싶었고 한국도 이 외에는 별 대안이 없었다.

 

그렇게 한국과 미국이 더 절실해 하고 적극적이었던 6자회담의 공이 중국에 넘어가게 되었다. 한미의 강경책 아래서는 북한과 책상을 마주하기도 어렵다. 중국만이 대안일 수밖에 없다. 이미 중국은 천안함 사건에서도 강하게 발목을 잡아 고장 난 타이어 같은 의장성명으로 김을 빼놓았다. 그리고 이번에, 아닌 척 하면서 가장 강력한 북한과의 우호를 드러낸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외교 선택: 첫 단추 잘못 꿰었다

 

북한 핵문제 때문에 대북한 강경책으로 돌아선 것은 잘못된 판단이었음이 점점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더구나 천안함 사건을 이유로 이명박 정부가 초강경 적대관계를 보인 이후에 그것은 곧 미국을 더 깊숙이 불러들이는 꼴이 되었다. 이명박 정부는 그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유엔에서의 비난 천안함 결의안 채택을 위해 미국의 협조가 절실했고, 또 보란 듯이 미 항공모함을 우리 영해로 끌어들였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제재가 집요해질수록 중국이 손을 뻗어주고 있다. 그리고 동북아는 다시 중국과 미국의 냉전구도로 들어가고 있다. 만일 중국이 6자회담을 제의하여 한국과 미국이 응하지 않거나, 응하더라도 아무 성의 없이 진행된다면 그것은 곧 냉전을 의미한다. 정말로 답을 얻기 위해 성의 있게 진행되려면 북한을 더 이상 제재할 수 없다는 말이 된다. 

 

설사 한 자리에 다 모이더라도 미국은 더 이상 회담을 주도할 수 없게 된다. 지금까지는 중국이 회의의 주선 역할만 했지만, 한-미 동맹이 지금처럼 강하다면 중국은 주선자에 그치지 않으려 할 것이다.

 

이 정부 들어 처음부터 너무 미국에 의존한 것이 잘못된 선택이었다. 북한을 다루려면 중국이 큰 대안이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그런 판단을 보류하고 중국과 등지는 외교를 초래한 것이다. 서해에서 미군 항공모함이 출현하는 합동군사훈련을 할 때 중국은 외교부를 통해 노골적으로 항의하고, 서해 인근에서 군사훈련까지 감행한 바 있다. 우리의 잘못된 선택이 도리어 북한 문제를 풀기 어렵게 만들고 있고, 동북아에 긴장을 부르고 있다.

 

대북정책과 친미 외교: 지금이라도 다시 구상해야 

 

다시 말하지만 북한의 고사(枯死)를 염두에 둔 미국과 이명박 정부의 전략은 잘못된 것이다. 이는 본래 미국의 전략이지 우리 한국이 취할 전략은 아니다. 미국과 이명박 정부가 바라는 바 북한의 붕괴가 몰고 올 엄청난 후폭풍은 6.25 전쟁 정도는 아니라도 어떤 고통이 될지 누구나 상상이 갈 것이다.

 

어떻게든 연착륙하여 한반도는 안정과 번영을 누려야 한다. 그것은 미국이든 중국이든 외세에 기대서는 도달할 수 없는 것이며, 우리 남북한이 열쇠를 쥐어야 한다. 미국과 중국 등은, 다만 도움을 받는 형국으로 전개하는 것이 우리 외교의 지향점이다.

 

미국도 중국도 일본도, 주변국이 원하지 않는 안정과 번영, 통일은 지금의 외교처럼 어느 한쪽에 기대려 해서는 결코 얻지 못 한다. 기대는 것은 쉽지만 줄타기는 어렵다. 이명박 정부는 쉬운 외교만 하려 하고 정말 어렵고 힘겨운 외교는 기피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 이른 것이다. 이제 다시 돌이키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지금 당장, 앞으로의 외교 구상을 다시 할 때이다.

 

논외이긴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G20 유치를 너무 자축하선 안 된다. 물론 그것 하나로 실패한 외교를 조금이라도 만회하고 싶고, 정부 외교의 업적으로 삼고 싶을 것이다. 그것은 분명히 정부의 아전인수이다. 그러기까지는 우리 국민들의 문화적 축적, 전자․원전 기술, 지금까지 누적된 경제력 등등 각 분야에서 세계가 우리를 인정한 때문이다. 그것을 외교의 성과로만 인식하고 광고하는 것은 적당한 정도에 그쳐야 한다.   


#외교#북중신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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