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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찮게 들었던 음악에 전율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그 전율이 가슴을 저미는 멜로디 때문일 수도 있고 너무나 와닿는 가사 때문일 수도 있다.

 

"일장기의 붉은 점은 내 조상의 핏방울..."

 

필자는 이 가사에 전율을 느꼈다. 지나친 민족주의라고 말하는 이들도, 아무리 역사적으로 골이 깊은 두 나라지만 그 나라의 성스러운 국기에 대한 모독이라 말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그저 평범한 소시민인 필자에게 이 가사는 전율 그 자체였다.

 

요즈음 한창 논란이 되고 있는 타블로, 그가 속한 그룹인 '에픽하이'의 3집 앨범 'Swan songs'에 수록된 'Lesson 3'라는 곡의 가사이다.

 

사실 외국에서 주로 유년 시절을 보내고 교육을 받아온 사람들 중에는 필자와 같이 대한민국에서 생활을 하고 교육을 받아온 사람들이라면 상식적으로 알 수 있는 역사적 사실에 대해 문외한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애국심을 강요하며 왜 모르냐 다그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단지 접하지 못했을 뿐이고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역시 유년 시절을 외국에서 주로 보냈던 상대적으로 역사에 대해 접할 기회가 적었던 타블로가 재기발랄을 넘어 이런 촌철살인의 발상을 했다는 것 자체에 대해 다시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명문 스탠퍼드 학석사 과정을 3년 반만에 졸업, 미국 CIA 인턴사원 서류 전형 합격 등등. 그야말로 '엄친아' 인생을 살아온 타블로에게서 그런 가사는 어찌보면 당연한 듯 보였고 이어지는 그의 앨범들과 개념 있는 발언들은 그를 '이슈 메이커'로 만들기 충분했다. 물론, 긍정적으로.

 

연예인은 공인이 아니다, 하지만 그 영향력 만큼은 '공인'

 

몇몇 부도덕한 행위를 저지른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 유명인들은 항상 '공인으로서…' 라는 말로 자신의 잘못에 대해 시인하고 용서를 빌곤 한다.

 

하지만 공인(公人)은 '공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을 가르키는 말로써 '공무원은 공인으로서 자기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라는 문장에서 쓰일 때가 맞지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 유명인들은 엄밀히 따지면 공인에 범주에 들지 못한다.

 

그렇다고, 공인이 아니므로 엄중한 도덕적 잣대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그들 역시 하나의 존엄체이고 존중 받아야할 고귀한 존재이지만 그들의 분야에서만은 하나의 상품이다. 대중은 그 상품에 대해 흥미를 느끼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한다. 대중의 구입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들을 통해 연예인은 일반 사람들은 상상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할 수 있으며 대중적 관심과 인기, 사랑을 한 몸에 받을 수 있다.

 

연예인들은 공인보다 더 큰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고, 그 영향력 또한 공인보다 크므로 더 엄격한 도덕적 잣대의 적용이 가능한 것이다.

 

다만 한가지, 분명히 짚고 넘어갈 문제는 그들은 그들의 해당 분야에 있어서만 철저히 대중을 위한 상품이지 그들의 분야에서 나와 자연인으로 돌아갈 때 발생하는 사생활까지 상품으로 취급하고 관여하려 들면 안 된다.

 

 

타블로의 학력이 위조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미 대한민국은 학력 위조라는 홍역을 겪었기에 대중들의 시선은 더 차갑고 날카로워졌다.

 

이에 대응하여 타블로는 스탠퍼드 재학 당시의 성적표를 공개했다. 그리고 더 이상의 '항변' 없이 '침묵'을 택했다. 하지만 타블로가 제시한 자료는 누리꾼들이 요구했던 사항에 훨씬 못 미쳤고 그의 침묵은 또 다른 의혹과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노래를 부르는 가수에게 학력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가수의 노래를 듣는데 그 가수의 학력을 가려가며 듣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어찌보면 가수의 학력과 국적, 개인 가정사는 사생활 범주에 속하는 것이므로 상품으로 취급하고 관여하려 들면 안된다.

 

하지만 '타블로'라는 이름이 대중들에게 어필하는 데 가장 크게 작용했던 것이 다름 아닌 학력이었다. 그렇기에 아무리 개인적 영역에 속한다 하더라도 그에 대한 해명, 적어도 그들이 요구하는 몇몇 사항에 대해서는 확실한 답변을 해줘야할 '의무'가 타블로에게는 있다.

 

비판이 아닌 비난은 지양해야

 

그러나 지금 인터넷상에서 진행되는, 비난에 가까운 말들은 그 정도가 심하다. '아이디'라는 가면을 쓰고 '아바타'가 되어 접속하는 인터넷 세상은 그리 건강한 토론과 논쟁의 공간이 되지 못한다. 익명성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공간이므로 자극적이고 외설적인 소재에 민감하고 비난과 욕설에 집중하게 된다.

 

이미 우리는 몇몇 스타들이 그런 가십에 휘둘려 자신의 귀중한 삶을 스스로 포기하는 비극적인 상황을 적지 않게 지켜봐 왔다. 타블로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비판이 아닌 비난, 논리적 반박보다는 욕설은 그가 진실을 말하고 있든 거짓을 말하고 있든 무조건 지양되어야 한다.

 

또 학력은 한 개인이 가진 여러가지 능력 중에 하나일 뿐이지 그 학력이 개인의 전부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논란이 어떻게 종지부를 찍든 대한민국 사회에 만연한 학력 숭배와 학벌이 뿌리 뽑혀 '학력위조'가 아닌 '학력철폐'가 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개인 블로그 (http://ygmature.blog.me)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타블로, #학력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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