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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7시. 어스름한 홍대 앞거리가 젊음으로 가득 찼다. 그 가운데 좀 독특한 빛깔의 젊음이 눈에 띤다. 핑크색 후드를 걸치고, 핑크빛 요구안을 받는 20대 정치캠페인 팀 '휴먼파탈'이다.

 

 

6.2 지방선거와 젊음을 연결짓는 이들의 생각은 명쾌하다.

 

'20대, 원하는 것을 말하자. 생활에서 느낀 불만과 바람을 이야기하는 것이 곧 정치다.'

 

이런 생각으로 지금껏 서울 전역에서 일곱 번의 캠페인을 벌였다. 홍대에선 이번이 세 번째다. "여전히 처음 나서는 건 두려워요. 그래도 홍대는 좀 자유로운 분위기라, 다른 곳보다 호응이 좋은 편이죠." 요구안을 받는 김용진(22)씨는 말한다.

 

"어! 20대시죠?"

 

어느새 캠페인 부스 주변에 활기가 돈다. 골똘히 고민하는 20대, 열 올리며 무언가 설명하는 20대, 서명판을 들고 요구를 적는 20대가 엉겨 생각을 나눈다. 그 사이로 눈에 띄는 새로운 피켓.

 

'시장님은 얼마 받아요? 난 4110원!'

 

힐끔거리는 행인들 중에 공감의 목소리를 건네는 사람도 몇 보인다.

 

4110원. 작년보다 110원 오른 최저임금, 혹은 이 시대 모든 알바생이 2010년 한 해 동안 덤덤히 수용해야 할 적정임금이다. 한 시간 일해도 밥 한 끼 해결하기 힘들다는 사실(밥만큼 비싼 커피는 언감생심)은 중요치 않다.

 

네 시간 일하고 나서야 유행하는 3D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사실, 100시간 일해야 한 달 치 쪽방 값을 치를 수 있다는 사실도 전혀 중요하지 않다. 상식적인 임금을 외치는 소리는 '법대로' 한마디 앞에 힘을 잃는다. 4110원은 그렇게 젊음을 빈곤에 옭아매는 새로운 족쇄가 됐다.

 

일본의 최저임금 9100원, 호주 13000원, 노르웨이에선 시간당 15000원을 준단다. 꿈같은 얘기다. 우리나라에선 지난해 최저임금 110원을 올리기 위해서도 고통스런 토론과 싸움을 거쳤다. 너나 할 것 없이 서민경제를 외치는 정치권은 가장 기본적인 문제, 일한 만큼의 정당한 대가를 이야기하는 데는 놀라울 만큼 인색했다.

 

유흥시설에서 호객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다는 김성구(29)씨는 아르바이트를 하던 때를 떠올리며 말한다. "알바 쉬운 게 아니죠. 특히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는 손님 앞에서도 웃고 있어야 하는 게 너무 힘들다"고 운을 뗀 뒤 "그렇게 힘들게 일한 대가를 받아도 남는 건 거의 없고 한 달 방세, 교통비, 식비 그리고 학자금대출 이자까지 모두 해결하려면 알바 한 개로는 어림도 없다"고 얘기했다.

 

홍대의 밤거리는 여전히 밝다. 밤을 밝히는 젊음 가운데 많은 수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20대들이다. 친절하게 커피를 건네주고, 소리치며 호객하고, 연신 빗질한다. 그들 가운데 대다수는 4110원 짜리 일 밖에 할 수가 없어 추운거리에서 땀 흘리고 있다. 돈 벌 다른 여지가 없다. 그래서 가난한 청춘에게 최저임금은 당장 생존과 연결된 문제다.

 

한 20대가 '휴먼파탈' 핑크빛 캠페인을 따듯하게 격려한다. 뜨겁게 데운 음료수 몇 잔을 건넨다. '최저임금 올려주세요! 120분 노동에 10000원도 안 되는데 등록금은 왜 이렇게 비싸죠? 마침 또 다른 간절한 20대의 외침을 듣고 나니 편한 마음으로 음료를 들이킬 수 없다. '이 음료수들 다 합치면 6000원쯤? 그럼 얼마나 일해야 되지?'


태그:#휴먼파탈, #정치캠페인, #최저임금, #핑크빛 캠페인, #홍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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