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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하이텍 이명숙 대표. 그녀는 '작업복이 제일 편하다'며 항상 작업복을 입는다.
▲ 이명숙 대표 정명하이텍 이명숙 대표. 그녀는 '작업복이 제일 편하다'며 항상 작업복을 입는다.
ⓒ 차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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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명하이텍에 대해 말씀해 주시면?
"우리 회사는 알루미늄 다이캐스팅(die casting) 금형을 설계, 제작하며 직접 다이캐스팅 부품도 생산하고 있다. 그 외로는 LED조명도 만들고 있다. 신기술개발 우수기업 금상도 받았고 며칠 전에는 생산기술경기대회에서 생산기술 연구원장 상도 받는 등 새로운 기술 개발도 많이 하고 상도 많이 받았다. 특허도 여러 가지 가지고 있는데 최근에는 전기자동차에 사용하는 부품도 국내 최초로 독자 개발해서 특허를 신청해 놓은 상태이며 노트북 케이스도 만들고 있다"

- 여성 제조업 대표는 몇 안 되는데 제조업을 하게 된 계기는?
"2001년 3월 12일 우리 회사가 출발했는데 그 전에는 은행에서 근무를 했었다. 아무래도 은행원이다 보니 정부 정책자금이나 금융 분야는 다른 사람들보다 정보가 빠를 수밖에 없다. 그 외에는 보통 가정주부였고 취미로 테니스를 했는데 아마추어 대회의 최고인 전국 왕중왕전에서 우승도 해봤다. 그 우승이 삶의 자신감을 얻어 서른아홉 때 사업을 해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다행히 가족 중에 금속과 관련한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는 연구원이 계셔 기술적 도움을 많이 받았고 경영대학도 다시 들어갔다. 처음에는 1억 원으로 기계 1대를 놓고 시작했다. 나도 3년간은 현장에서 일하면서 직원들과 같이 기술을 배우고 땀을 흘렸다"

- 사업을 시작할 때 난관 없었나?
"그때는 사업하시는 분들이 지금의 골프처럼 테니스를 많이 하고 있어서 취미인 테니스가 영업에 많은 장점이 됐다. 그래도 여성이라는 점이 손해를 보게 될 때가 많았다. 아무래도 주변에서는 여자가 대표를 맡고 있다고 하면 '서류상 사장'으로 오해를 하는 경우도 있었고 은행에 아무리 좋은 기술과 사업계획서를 가지고 가도 결국에는 남편이 와서 도장을 찍으라고 한다. 이것은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여성 CEO가 겪는 문제이다.

그리고 인력 문제도 쉽지 않았다. 사실 우리 일이 조금 힘들다보니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부족하다. 공단에 버스가 많이 안 다녀 기숙사를 놓고 외국인들을 쓰는데, 올 4/4분기는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하다며 외국인 근로자가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 문제는 졸업을 앞둔 공고학생들을 인턴채용 방법으로 해결하고 있으며 차차 그 학생들을 관리자로 키울 생각이다"

-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때는 언제였는가?
"처음 시작 때 좋은 기술력을 갖고 있는 분이 계셔서 기술적인 어려움은 없었다. 또 사업을 하다 보니 노하우도 생기고 기술도 향상됐다. 어느 정도 궤도에 진입하고 나서는 자신이 생겼고 매년 기계를 하나씩 두 개씩 늘리다보니 재미도 있었다.

가장 어려웠을 때는 작년 4/4분기였다.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의 여파가 제조업을 비껴가지 않았고 우리 매출도 절반 이하로 줄었다. 아마 하남공단에 있는 공장 70%가 문을 닫았을 것이다. 사무실에 앉아 있다 보면 일자리가 없는지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았고 얼마나 막막했으면 오겠냐 싶었지만 도울 수 없어 많이 미안했다.

우리도 20일쯤 휴업을 했다. 그래도 무엇보다 기뻤던 것은 그 위기 속에서도 우리는 차돌처럼 더 단단해진 것이다. 모두가 모여 상황을 직시하고 20일씩 돌아가면서 근무를 하는 방법으로 서로 고통분담을 해, 단 한명의 퇴사자도 생기지 않았다.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으로 그 힘든 시절을 함께 견디어 직원들의 소중함을 알았고, 우리 회사도 직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는 회사가 되기 위해 더 노력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정명하이텍에서 생산한 알루미늄괘가 공장에 쌓여 있다.
▲ 공장안에 쌓여 있는 알루미늄괘 정명하이텍에서 생산한 알루미늄괘가 공장에 쌓여 있다.
ⓒ 차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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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원들이 자랑스럽겠다. 회사는 직원들을 위해 무엇을 하는가?
"우리 회사의 관리자들만큼은 10년을 같이 하고 있다. 우리는 일하겠다고 마음먹은 이상 그만한 대우는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 누가 와도 3개월 이상이 되면 정규직이 된다. 그리고 2010년부터는 색다른 사업을 추진할 생각인데 직원들에게 1년마다 기계를 줘서 경영을 해볼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고, 공장부지도 120평을 임대해 놨다. 물론 그 일도 물량이 많아지니까 가능한 것이며, 회사는 약간의 손해가 나더라도 직원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은 심정으로 추진했다.

많은 사장님들이 회사 키울 생각만 하지 직원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데 젊은이들이 제조업을 기피하는 이유는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꿈을 꾸지 못하면 누가 공장에 올려 하겠는가? 기회를 주면 처음에는 두려워하지만 나중에는 정말 좋아들 한다.

제조업의 많은 직원들이 기술을 익히고 독립하지만 누구나 성공하진 못하는 것은 경영이 기술뿐만 아니라 영업력도 있어야 하고, 도와주는 사람도 있어야 하고, 계획이나 실천력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경험 없이 들어가면 실패할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는데 나는 그 확률을 줄여주고 싶다. 영업력이 부족하면 내가 도와 줄 것이고, 손해가 나도 메워 줄 것이며, 정 어렵다면 다시 회사로 복귀하면 되니 실패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 정명 하이텍의 장점은 무엇인가?
"우리 직원들은 회사의 주인이다.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 먹었던 그 마음이 아직도 변하지 않고 있다. 나는 매년 매출을 비롯한 세세한 모든 것까지 다 공개하면서 직원들과 회사 사정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한다.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준비할 것은 준비하며 매출이 늘었으면 함께 기뻐하기 때문에 직원들이 회사에 대한 의심이 없다. 결코 나 혼자 배부르지는 않을 것이고 그래서 나는 즐겁고 행복하다"

- 앞으로 어떤 사업을 준비 중인가?
"우리 회사는 알루미늄 다이캐스팅 사업을 하고 있는데 이 사업은 기술력도 많이 필요해서 광주 전남에서도 열 개 업체도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이캐스팅으로는 할 게 너무 많고 특히 내년부터는 휴대폰 케이스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모든 제조업체의 희망이기도 하겠지만 독자브랜드를 개발했으니 대기업만 바라보지 않고 독자적인 판매를 해볼 생각이다. 내가 여자이다 보니 주방용품에 관심이 많은데 주방용품은 쓰다보면 코팅막이 벗겨져 오래 못 가고 비싼 외국제품을 선호하는 이유이다.

그래서  주부들이 쓰기 쉽고 튼튼하게 프라이팬을 비롯한 주방용품 6종을 개발했다. 벌서 OEM방식의 수출이 계약됐고, 1달에 5만개 정도 가져가겠다는 외국 업체도 나타났다. '라이브쿡'이라 이름 지은 이 제품을 위해 기계도 계약 했고, 금형 발주까지 끝냈다. 이것만으로 내년에 약 30억 원 정도 매출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큰 의의는 광주 전남에서 최초의 자사 브랜드가 될 것이라는 데에 있다."


태그:#이명숙, #정명 하이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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