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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연(서울 월천초 6년)양은 해외 검색 사이트를 보며 좌절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동해를 '일본해(sea of Japan)'라 표기한 문서들이 줄을 잇기 때문이다. 6년 간 해외에 거주했던 장양은 영어 실력을 발휘해 이를 바로잡겠다고 결심했다. '청소년 사이버 외교관'을 양성하는 반크(VANK)에 가입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한국의 소프트파워 세계에 알린다

반크는 우리나라의 국가브랜드를 해외에 홍보하고자 1999년 설립한 민간단체다. 한국에 관한 왜곡된 정보를 수정하고, 전세계인과 교류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청소년들이 주체적인 '외교관' 역할을 할 수 있는 지원 사업도 겸한다.

서울 한영외고 2학년 김규정(17)양도 한 달 간 사이버 교육을 받았다. 이번 달부터는 아시아 피스투피스(peace2peace)사업에도 참가한다. 아시아 평화를 위한 영어웹진을 발간하는 일이다. 김양은 "반크 활동을 통해 한류의 영향력을 실감케 됐고, 평화로운 아시아의 공존에 우리 문화가 큰 힘이 되리란 확신이 생겼다. 이번 웹진에도 아시아인들이 공감할만한 문화 콘텐츠를 실어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알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작은 힘 모아 큰 뜻 이룬다

'뭉치면 힘'이라 믿는 최병휘(경기 수원외고 2년)군은 동아리까지 결성해 캠페인을 펼쳐 왔다. 얼마 전엔 수원역에서 독도-동해 알리미 행사를 열었는데, 외국인에게 한반도 엽서를 나눠주며 우리 국토의 소중함을 되새겼다. 최군은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한글과 수학을 가르치는 일에도 열심이다. 아이들이 한국인으로서 긍지를 갖게 됐다고 말할 때 큰 보람을 느낀단다.

"외교라는 게 꼭 거창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호감을 갖고 우리 땅에 뿌리 내린 이들이 우리 국토와 문화를 더 사랑하게끔 돕는 일도 중요하죠."

직접 제작한 한국 홍보 자료를 든 육승희 양
 직접 제작한 한국 홍보 자료를 든 육승희 양
ⓒ 유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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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승희(대전 문지초 6년)양 또한 '함께하는 외교 활동'에 푹 빠졌다. 육양은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작은 노력들이 모여 세계에 우리나라를 자랑스레 알릴 수 있다"고 자못 어른스럽게 말했다. 어린 학생 치곤 꿈도 비범하다.

"해외 펜팔을 통해 가난한 나라에서 질병에 고통 받는 아이들 이야기를 접했어요. 그때부터 '국경없는의사회'에 들어가 이들을 치료하겠다는 꿈이 생겼죠. 저처럼 더 많은 어린이들이 해외에 봉사할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한다면, 우리나라의 이미지는 절로 좋아지지 않을까요?"

우리를 알리기에 앞서 우리를 알아야

외교 활동을 위해선 우리 스스로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뒷받침돼야 한다. 사이버 외교관으로 활약 중인 김은지(부산 백양고 1년)양은 "우리나라를 깊이 이해할 때 창의적인 홍보 전략도 떠오르게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 세대의 역량을 십분 발휘해 온라인에서 자료를 찾고, 이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재구성해 해외에 알리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최근 제 고향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를 '한국영화 탐구 기회'로 삼는 식이에요. 한국 감독들의 작품세계를 조사해보고, 이를 다시 동영상에 담아 세계인이 애용하는 사이트에 올리는 거죠.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한국을 해외에 알리겠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니까요"

나이는 어려도, 어엿한 외교관

청소년 외교관이라고 무시했다간 큰 코 다친다. 김준기(경기 금촌중 3년)군도 "'IT강국 코리아'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고 싶었다"며 구체적인 외교 활동 목적을 밝혔다. '코리아 업 프로젝트'에 참가하며 한국 관련 외신을 분석하는 김군은 오류를 발견하는 즉시 관련기관에 항의서한을 보낸다.

"외국 출판사, 정부기관, 학교에 메일을 보내 답변을 받으면, 제가 마치 '외교관'이 된 듯한 기분이 들어요. 예전엔 부정적으로 한국을 묘사한 글을 보면 화만 내고 말았는데, 이젠 체계적인 방법으로 공식 항의 서한을 보낼 수 있으니 뿌듯하죠."

서울시의 매력은 '브리즈기자단'이 알린다

수도 서울을 홍보하는 외교 꿈나무들도 있다. 서울시는 지난 달 서울의 매력을 해외에 알릴 '브리즈기자단'을 모집한 바 있다. 이번에 선발된 중고등학생 50명은 2010년 2월까지 글, 사진, 영상 등으로 전 세계 네티즌에게 서울을 소개하게 된다.

이다영(서울 영신여고 2년)양 또한 '디자인 수도, 서울'를 주제로 영어 에세이를 써 기자단에 뽑혔다. 디자인올림픽에서 영감을 얻어 서울의 숨은 매력들을 여러 색깔로 표현한 점이 주효했다. 평소에도 이양은 마이스페이스에서 외국인 친구들과 교류하며, 서울 홍보 UCC를 제작해 유투브에 올리는 등 외교 활동을 계속해왔다. 디자인에 관심이 많아 한글의 조형미를 독창적으로 표현하는 작업도 즐긴다. 이양은 "브리즈 활동을 통해 서울의 아름다움을 보다 적극적으로 알리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태그:#반크, #유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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