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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만에 돌아온 유앤미블루의 콘서트현장.
 12년만에 돌아온 유앤미블루의 콘서트현장.
ⓒ 안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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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다림 끝에 팬들과 해후하다

예매시작과 동시에 전회매진. 표를 구하지 못한 팬들의 아우성.
슈퍼스타의 내한공연 이야기도 아니고 어느 아이돌그룹의 이야기도 아니다.
12년만에 활동을 재개한 어느 밴드의 이야기이다.

'그는 깨달았다. 이제 쉬어야 되는 시간인 것을.
그의 머릿속에 이제 남은 것은 오직 쉼표뿐이었다.'

1997년 마지막 공연에서 이 '쉼표'를 찍고 기억으로 사라졌던 그들이 12년만에 돌아왔다.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딱 한바퀴. 설마 이런 주기를 맞춘 건 아닐 테지만, 12지신들이 모두 한 번씩 다녀간 그 긴 세월만큼이나 팬들의 목마름도 컸다.

지난 8월초 강남역의 작은 소극장에서 열린 그들의 해후콘서트는 예매시작과 동시에 전회 매진되었고 표를 구하지 못한 팬들의 아우성도 대단했다. 12년의 세월 동안 남겨진 두 개의 앨범만을 귀가 닳도록 들었을 팬들에게는 정말 믿기 어려운 소식이었고, 게다가 그 음반조차도 구하기 어려워 제작스튜디오에 찾아가 마스터링 원본음원을 CD로 복제해서 그것을 다시 불법복제해서 돌려가며 들어야 했던 팬들이니 오죽하랴. 그리고 무엇보다 유앤미블루 그들 자신에게도 이 시간은 정말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순간이었다.

"이런 날이 오게 돼서 참 기쁘구요. 아마도 가면 갈수록 옛추억도 그렇고, 더 감정적으로 충만해질 것 같아요. 어쨌든 유앤미블루 자축합니다." - 이승열

"감사합니다. 저희는 굉장히 신나요. 어… 승열이가 말했듯이. 정말 이런 날이 왔어요.'때가 되면 하자'라고 저희끼리는 말을 계속 해왔는데, 그러다보니 세월이 많이 흘러서 이제는 그 '때'가 조금 지난 것 같고,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지속적으로 정기적으로 기록을 하자는 결심을 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저희도 열심히 유앤미블루를 지키려고 노력을 할 겁니다." - 방준석

12년만에 돌아온 유앤미블루의 방준석과 이승열
 12년만에 돌아온 유앤미블루의 방준석과 이승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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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만큼이나 신선했던 그들의 새로운 시작

"노래 설명을 잠깐 드리자면, 저희가 이번 공연은 신곡을 90%를 합니다."
"근데 가사가 일단 준비가 안 돼 있어요."  - 이승열

"저희가 곡을 쓰는 버릇이 영어로 먼저 쓰는데요. 14곡을 만들고 나니까 공연준비 할 시간이 돼서 가사를 미처. (좌중폭소) 여러분에게 양해를 구합니다. 하지만 아무 말이나 가져다 붙인 건 아니고 나중에 한글로 번안이 되더라도 지금과 많이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 방준석

음반 발매 전 콘서트. 그것도 앨범 녹음작업도 안된 데모상태의 곡들로 이루어진 공연. 그것도 모자라 정식가사도 없다. 누구는 저게 무슨 공연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공연은 음반발표와 동시에 펼쳐지는 일련의 '홍보성 공연'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렇다고 옛 시간을 다시 공유하며 함께 추억에 젖는 그런 공연도 아니었다. 그들에게 이번 공연은 진정한 '재출발'을 알리는 일종의 '다짐'과 같은 것이었다.

"저희가 신경을 쓰고 저희가 마음을 쏟는 곳은 이런 거예요. '우리 귀에 쏙쏙 들어오고 히트를 칠 만한 노래를 만들자 앨범을 만들자.' 물론 이건 아니고요. 우리가 지금 이 시점에서 얼마나 솔직하게 우리한테도 의미가 있는 그리고 듣는 사람한테도 의미가 있는 기록을 할 수 있을까? 이것이 저희의 가장 큰 숙제인 거 같아요. 지금 유앤미블루가 12년간 쉬긴 했지만, 저도 그렇고 승열이도 그렇고 지속적으로 음악을 쭉 했잖아요. 그렇게 쭉 음악을 하면서 이제 축적되는 그런 노하우가 있어요. 노하우라는 게 좋은 거 있고 나쁜 거 있고 또 버릇이 되는 것도 있는데 그런 버릇이 되는 것들을 가급적이면 빼버리고, 다 빼버리고 우리 한번 해보자. (이승열에게) 뭐 이런 거 아닌가요?" - 방준석

"그렇지요. 그래서 이러한 좋은 곡들이 탄생을 했습니다. (좌중폭소) 그래요. 그 음악이라는 게, 저희들 바람은 많이 이렇게 나누어졌으면 좋겠어요. 많이 나누어지고 많이 공유되고 또 이게 좋은 거 나쁜 거라서가 아니라 함께할 만한 이야기가 될 수 있는 것들은 같이 공유하고 나누고, 저희도 그런 마음으로 작업을 했습니다." - 이승열

이런 고민의 결과일까, 아니면 지난 12년의 시간이 결코 그냥 흐르지만은 않았다는 방증일까. 그들의 새 음악은 그들의 음악을 처음 접했던 그때만큼이나 충격적으로 새로웠고, 동시에 감정을 극대화시키는 그들의 표현력. 가슴을 전율케 하던 기타와 목소리는 그대로였다.

12년 전 정말 어렵게 구해서, 테잎이 늘어지도록 들었던 유앤미블루의 1,2집
 12년 전 정말 어렵게 구해서, 테잎이 늘어지도록 들었던 유앤미블루의 1,2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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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음악을 하려 한다"

"저희 끼리 얘기를 하다가 이런 얘기를 했어요. 음… 진짜 웃긴 얘기일 수도 있는데요. '우리 음악을 하면서, 유앤미를 하면서, 우리 세상을 좀 바꿔보자'란 얘기를 했어요. 근데 그게 큰 얘기는 아니에요, 거창한 얘기도 아니고, 예전에 이런 문구를 본 적이 있어요. Rock&Roll이 세상을 바꿨니?'라고 하는 퀘스천 마크. 그 문구가 한동안 머리에 남아서 '그랬을까? 세상은 좋아졌나?'라는 생각을 해봤는데, 약간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들었다가 결국엔 그게 맞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보니까 음악이란 것의 힘이 상당히 크더라구요. 그리고 그 '개개인의 힘이라는 게 결코 무시될 수 없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저희는 들었답니다. 그래서, 작게나마, 저희는 앞으로 세상을 바꾸고자 음악을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 방준석

"이하 동문입니다. 세상을 바꿔야 돼요. (좌중폭소) 바뀌면 참 좋을 것들이 있잖아요. 근데 참고 사는 거죠. 근데 한번 할 때는 해야 된다는 것을 늘그막에 깨달은 거죠. 이제 유앤미는 그럴 겁니다." - 이승열

한 시대를 풍미한 수많은 뮤지션들은 세월이 흐르고 나면 보통의 일상으로 돌아가, 어떤 작은 공간에 좌판을 펴고 자기가 만든 추억을 팔면서 살아간다. 뮤지션의 지위를 스스로 버리고, 자영업을 하는 일개 소상공인으로 사는 것이다. 너무 편협한 생각일 수도 있고, 나의 지난 감정에 대한 배신감일지는 몰라도, 나이트 전단지나 TV예능프로에서 그들의 어처구니 없는 모습을 볼 때마다 이런 편견들은 점점 확고해진다. 하지만 그들은 달랐다. 한때를 풍미하지도 못했고, 대중적 영광을 누리지도 못했지만, 너무 앞서갔던 그들의 발자국에 뒤늦게 열광한 적지않은 팬들이 있었음에도, 그들은 그들에게 추억이 아닌 시작을, 과거가 아닌 지금을 선물했다.

음악을 말로 표현한다는 것. 그 수사가 아무리 그럴 듯해도 아마 직접 듣는 것에 1%도 표현 해내지 못하리라 생각된다. 아직도 음반은 발매 전이지만, 완성된 가사로 녹음작업이 한창일 그들이 오늘(11일)부터 3일간 예정된 공연을 펼친다. 아쉬웠던 그리고 뒤늦게나마 화려했던 모든 추억을 뒤로 하고 새로운 시작을 이야기한다. 오랜 팬이든 전혀 몰랐던 누구든 간에  작게나마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그들의 새로운 시작을 함께 해보는 건 어떨까? 강추!

[참고] 유앤미블루는 누구? / 공연관련정보

유앤미블루 콘서트 포스터
 유앤미블루 콘서트 포스터
ⓒ 안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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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유앤미블루, #방준석, #이승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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