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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준공영제를 실시하고 있는 광주의 한 시내버스.
 버스준공영제를 실시하고 있는 광주의 한 시내버스.
ⓒ 강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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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가 내년부터 버스 준공영제를 실시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버스 준공영제를 둘러싼 논란이 많지만, 정작 버스준공영제의 본질을 정확히 짚지 않은 소모적인 논란만 진행되고 있다.

버스 준공영제가 시행된 배경은 다음과 같다. 서울시에서 1999년부터 버스 준공영제 시행 이전인 2003년까지 약 30개 버스회사가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

요금은 오르는데 서비스는 제자리, 버스회사의 경영난은 가중되어 임금 체불이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되었다. 게다가 과다한 굴곡노선으로 인해 승객들이 버스이용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일어났다.

이에 서울시는 2004년 버스준공영제를 실시하기에 이르렀고, 현재 서울을 포함 6개 도시에서 버스준공영제를 실시하고 있다.

서울과 목포는 다른 환경

서울 버스회사들의 운영환경이 나빠진 것은 시내버스의 수송분담률이 줄었기 때문이다. 90년 43.3%이던 버스의 수송분담률이 제2기 지하철(5~8호선) 개통 후 계속 떨어지면서 2002년에는 26%까지 감소하였다.

서울시는 여러 개 회사가 자사 노선을 갖고 그 수익을 자사가 전부 취하는 형태를 보였다. 황금노선을 독식한 회사들은 문제가 없었으나, 소규모 회사들은 고수익을 내는 노선을 갖지 못했다. 소규모 회사들은 조금이라도 승객을 늘리기 위해 노선을 변경하면서 굴곡 노선을 만들었고, 굴곡 노선 때문에 승객들이 외면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반면, 목포는 어떠한가? 객관적인 자료는 없지만, 분위기를 봤을 때 목포시내버스 수송분담률이 지나칠 정도로 낮지는 않다. 2개 계열관계 회사가 목포시내버스를 독점하고 있다. 버스준공영제를 시행한 지자체와 목포시는 사정이 너무나도 다르다.

무엇이 그리 급한가?

현재 버스준공영제를 실시하고 있는 지역은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마산 뿐이다. 인구 300만의 인천광역시와 100만이 넘는 울산광역시도 아직 버스준공영제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이들 지자체의 재정자립도와 우리 목포시의 재정자립도는 상당한 차이가 난다. 위에 언급한 지자체들은 버스준공영제에 많은 예산을 투입해도 목포보다 부담이 덜한 지자체들이다.

대전의 경우 버스 준공영제 실시 이후 지자체의 재정부담을 이유로 실시 1년 만에 준공영제를 폐지하자는 목소리도 있었다. 또한 준공영제 실시 이후 몇몇 회사 고위급 임원들의 월급이 2배 이상 올라서 문제가 되기도 했었다.

마산의 경우 2005년 12일간의 버스 파업사태를 겪으면서 임금체불의 심각성이 부각되었다. 이에 마산과 창원이 동시에 준공영제를 하고자 하였으나 창원시에서 지나친 재정부담을 우려하여 결국 마산시만 단독으로 준공영제를 실시하게 되었다.(주. 마산과 창원은 두지자체의 버스회사가 공동배차를 하고 있음)

마산시의 경우처럼 현재 버스준공영제를 실시하는 6개 도시는 임금체불로 인한 파업이 잦았고, 이로 인한 시민불편이 극심했기에 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하게 된 것이다.

목포 시내버스 회사는 아직까지 건전성이 높고 20년 이상 파업이 없었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 목포시에서 과다한 재정지출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

시민을 상대로 서비스 만족도 조사를 해야

필자가 외지에 사는 지인들에게 자주 묻는 것 중 하나가 목포 시내버스에 대한 것이다. 그들 대부분 반응은 다른 지역과 비교할 때 목포시내버스의 질은 우수하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50만 이상 도시인 수원이나 안양에 비하면 버스의 청결도, 버스 기사의 과속, 난폭운전 등이 훨씬 덜하다는 것이 그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목포시가 준공영제 시행에 앞서 시민들을 상대로 버스회사의 서비스 만족도 조사를 제대로 했는지 의문이다. 목포시는 버스 준공영제를 통해 서비스 개선과 채산성 증대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하는데, 현재 목포시 버스가 시 재정을 투입해야 할 정도로 서비스가 열악하고 버스회사의 경영에 문제가 있는지부터 밝혀야 한다.

또한 기존에 준공영제를 실시한 지역의 버스기사 친절도와 서비스 만족도가 얼마나 높아졌는지도 재고해야할 대상이다. 광주광역시 조호권 의원은 버스준공영제 실시 이후에도 서비스가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진짜 시급한 것은?

현재 버스준공영제를 실시하고 있는 6개 자치단체에는 '저상버스' 및 '중저상버스'가 다수 도입되어 있다.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는 지방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계획 수립 시 시장 또는 군수가 저상버스 도입계획을 세워, 이에 따라 저상버스를 도입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목포시는 지난 2007년 태원여객을 통해 저상버스를 구입하도록 보조금을 지원한 바가 있다. 그리고 2008년에 저상버스를 추가 도입하도록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아직까지 저상버스의 추가 도입은 되지 않고 있다.

또한 위의 6개 자치단체는 버스정보제공시스템(BIS)과 버스정보관리스시스템(BMS)을 운영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이용자로 하여금 현재 버스가 어디에 있는지, 얼마 후면 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목포와 같이 15분 이상의 배차간격 노선이 많은 지역이라면 필수적으로 도입해야 할 시스템이다. 목포시가 매년 버스회사의 적자해소를 위해 들여야 할 재정지출보다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면 저상버스 도입과 BIS 혹은 BMS 도입이다.

목포시의회 배종범 의원에 의하면 지난 2007년 태원여객과 유진운수의 경영진단평가 결과 흑자를 기록했다고 한다. 목포시는 왜 버스준공영제를 실시해야 하는지, 버스준공영제보다 급한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질문을 던져볼 때이다.


태그:#목포, #준공영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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