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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한 구석으로 두 명의 장애인이 한 전동휠체어를 타고 달린다. 일반인보다 작은 몸집의 두 사람은 병원을 향하고 있다. 자신도 장애인인 진윤장(64) 씨가 다른 장애인친구를 병원에 데려다주고 있는 것. 뒤로 태운 친구의 전동차가 고장났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은 이런 경우, 택시나 장애인 심부름차를 부르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택시에는 전동휠체어를 태울 수 없고, 장애인 심부름차는 숫자가 부족해 예약을 미리 하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다. 때문에 전동차에 문제가 생기면 장애인들은 진씨를 찾는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이렇게 얘기한다.

 

"부르면 언제든지 금방 달려와."

 

그는 3살 때, 잘못 떨어져 척추에 손상이 된 후로 다리를 쓰지 못하게 되었다. 그후 다리가 많이 자라지 않아 일반인보다 키가 작다.

 

그런데도 그는 지팡이를 가지고 다니는 장애인의 전동휠체어에 지팡이를 걸 수 있는 대를 만들어주기도 하고, 고장이 난 전동차나 시계를 고쳐주기도 한다. 때로는 거동이 불편한 다른 친구 집 현관에 새 장판을 깔아주기도 하고 야채를 썰어주기도 한다. 또 예전에 배웠던 도장을 파는 기술로 도장을 뚝딱 만들어주기도 한다.

 

"진윤장 할아버지는 기술자야."

 

붙어다니는 단짝 할머니가 말한다. 장애인친구의 손주를 돌봐주기를 벌써 6년째. 아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전동휠체어에 태우고 키워왔다. 지금은 많이 커버려서 일주일에 두 번밖에 돌보지 않는다고. 그는 "그 아이는 내가 친할아버지인 줄 알지"라며 빙긋 웃는다.

 

다른 장애인 친구들을 데리고 전철을 타고 서울로 나들이를 갈 때 그는 항상 앞장선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있는 장애인들이 모이는 곳이면 다른 장애인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사소한 일을 신경써서 담당한다. 그는 공공 시설물에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되어있지 않을 경우, 시청에 문의해 시정할 수 있도록 한다. 그렇게 해서 고쳐진 시설물도 여러 곳. 그에게 봉사는 일상생활이다.

 

그가 장애인친구들을 돕는 일은 다른 거창하거나 크지 않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소소한 일을 도와주는 것뿐이다. 하지만 장애인들에게는 이런 작은 도움이 커다란 손길로 다가온다. 그는 주변의 봉사왕, 기부왕과 같이 드러나는 도움이 아니라 장애인들의 일상생활에 꼭 필요하고 없어서는 안 될 일들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장애인이기 때문에 장애인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내가 큰 힘이 있나. 그저 작은 것이라도 해주는 것이지."

 

그는 한 일에 대한 댓가를 바라지 않는다. 그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뿐이다. 그런 그는 이제 더 이상 장애인이 아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군포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진윤장, #장애인, #전동휠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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