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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럽다.

임기 초 ‘고소영’, ‘S라인’, ‘강부자’인사로 입방아에 올랐다.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시절 도덕성문제로 지적되던 바로 그 문제점을 가진 사람들을 각료와 청와대 수석으로 임명했다. 투기 의혹에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했을 뿐’이라고 하는 사람을 데리고 일하려는 대통령을 보며 그의 눈이 온전한지 의구심이 들었다.

젠체하는 사람들은 대통령선거 오래전부터 ‘CEO 대통령’이라는 말로 바람을 잡았으나 내가 알기로 ‘CEO 대통령’이 실패한 사례는 있어도 성공한 사례는 없다. 이제는 보수신문들까지 나서서 대통령의 기업경영마인드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은 아직 국민을 주주가 아닌 사원으로 보는 듯하다. 태도를 바꿀 뜻이 없어 보인다.

이 대통령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는 ‘시민들의 뜻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국민을 향해서는 ‘소통이 부족했다 소통에 힘쓰겠다’고도 했다. 그분의 평소 국어실력으로 보아 혹시 ‘계몽’을 소통이라 말하는 것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촛불은 누구 돈으로 샀고, 누가 주도했는지 보고하라’하는가?

이명박 대통령의 문제점을 여러 시각으로 분석하고 지적하는데 나는 그가 성공했기 때문에 실패의 길로 가고 있다고 본다.

크게 성공했다가 그 성공 도그마에 빠져 실패의 길로 간 자동차왕 포드를 살펴본다.

포드는 디트로이트 근처의 한 농가에서 아일랜드계 이민 2세로 태어났다. 16세에 학교를 중퇴하고 기계관련 직장을 전전하며 자동차를 연구하던 포드는 1903년 소액주주들과 함께 포드자동차회사를 설립했다.

포드 자동차가 1908년부터 생산한 ‘T형 포드’는 일관작업공정 대량생산으로 판매가격을 낮춰 중산층들도 구매자로 포섭했고, 1700만 대를 팔았다. 당시 세계 자동차 판매 대수의 절반을 차지하는 경이적인 성공이었다.

그러나 전무후무한 성공은 그를 완고한 경영방침과 자만으로 무장시켰다. 그는 시장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다. 지엠과 크라이슬러가 고객의 수요를 조사하고 그에 맞는 다양한 차종을 생산하여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었으나 포드는 대성공을 거둔 일관작업공정 대량생산 방식을 고집했다. 참모들의 목소리에 귀를 닫았다. 자신이 경험한 성공법칙의 포로가 되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자기 확신에 찬 그에게는 충언이 안 들렸고, 거리를 누비는 제너럴 모터스의 시보레나 크라이슬러의 플리머스가 안 보였다. 자동차에 대하여 자신만큼 아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완고한 경영방침과 자만으로 일관한 그는 당연히 노동조합도 인정하지 않으려했다. GM이나 크라이슬러가 노동조합 문제를 원만히 타결한 후에도 포드는 직장 폐쇄 등으로 오랫동안 대치했다. 포드에게 노조는 장애물일 뿐이었다.

결국 경쟁상대가 안 되던 제너럴모터스와 크라이슬러에 밀리는 수모를 당했다. 성공이 그를 실패로 이끌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생애도 자동차왕 포드와 매우 흡사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일본에서 태어났고 4살 때 포항 근처로 이사했다.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어려웠으나 장학금을 받게 되어 야간 상업고등학교에 다녔다. 1년간 노동자로 독학하여 고대에 입학하고 학비를 벌어가며 공부하였다. 졸업 후 현대건설에 입사하여 12년 만인 35세에 사장에 올라 샐러리맨으로서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 된다. 정치에 입문하여 서울시장을 지내고 급기야 대한민국의 대통령까지 된다.  

자동차왕 포드가 그랬듯이 많은 자수성가한 사람들은 남의 말을 듣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도 그렇다. 게다가 이 대통령은 사고의 유연성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나이다. 그의 주변에 직언을 할 사람도 별로 안 보인다.

이 대통령은 ‘국민을 섬기겠다’고 자주 말한다. 나는 듣기 거북하다. ‘섬기다’의 뜻은 ‘받들어 모시다’이다. 국민의 소리에 귀 막고 어떻게 국민을 받들어 모시겠다는 것인가? 자신의 생각대로 끌고 가며 섬긴다고 말하는 것은 우습지 않은가? 나는 이 명박 대통령의 섬김을 받고 싶은 생각 없다. 다만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기 바랄 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성공‘신화’ 속에서 허우적대지 말고 시민들과 현실에서 대면하기 바란다. 원로들의 덕담은 그만 듣고 촛불 든 시민들의 쓴소리를 듣기 바란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이 명박 대통령이 변하는 것이다. 장관, 청와대 비서관 몇 명 바꾸는 것은 곁가지다. 쇠고기, 대운하도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대통령이 사고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진중권은 ‘기업은 안 되면 폐업하면 되지만 국가는 그럴 수 없다’고 말했다. 이게 문제다. 포드 자동차는 폐업할 수 있지만 대한민국은 폐업할 수 없다. 대우, 기아, 한보는 다른 기업이 인수했지만 대한민국을 누구에게 인수시킬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래서 다시 말한다. 눈을 크게 뜨고 촛불의 물결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귀를 열어 시민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대통령을 위해 기도하는 심정으로 촛불을 든 사람들 많다. 나도 그 중 한 사람이다. 나는 기독교인으로서 이대통령이 성공한 장로 대통령으로 임기를 마치기 간절히 바란다. 이승만이나 김영삼처럼 되지 않기를 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웹진 '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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