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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살인적인 스케줄에 식사도 챙기지 못할 정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스타들에게 '구원자'가 나타났다. 그들은 바로 '서포터즈'라고 하는 스타의 팬들이다. 스타들의 기획사에서 모집하는 공식적인 '팬클럽'과는 조금 다르다. 대가없이 스타의 생일부터 식사는 물론, 성년의 날과 심지어는 가족들의 생일이나 형제의 졸업까지 챙기는 일명 '현대판 우렁각시'다.

이들의 활동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인터뷰를 시도하다 요즘 데뷔 일주년을 준비하느라 바쁜, 'FTIsland'의 보컬 이홍기의 팬페이지 '이홍기닷컴'의 운영진(이하 스터)를 만나보았다. 아직 갓 입학한 새내기 대학생의 느낌이 물씬나던 그녀는 서포트의 총책임과 홈페이지 총관리를 맡고 있다고 했다. 그녀는 자신이 다른 서포터즈들의 책임자보다는 나이가 어린 편이라고 말했다. 부담스러울지 모르는 인터뷰 부탁에도 수줍게 웃으면서 흔쾌히 응해준 그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Q. 만나 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우선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FTIsland'의 보컬 이홍기군의 팬페이지 '이홍기닷컴' 운영진 '구름누나(20)'입니다. 만나 뵙게 되어서 반갑구요. 이런 인터뷰는 처음이라서 너무 떨리네요.

Q. 바쁜 와중에도 시간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홍기닷컴'에도 '서포터즈'가 존재한다고 들었는데 서포터즈 회원들의 조건이나 가입절차가 따로 존재하는 건가요?
A. '이홍기닷컴' 안에는 '플라이홍기'라는 서포터즈가 있구요. 회원의 특별한 조건은 없어요. 그저 매달 회비를 일정하게 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팬이면 가능하구요. 가장 중요한 건 좋아하는 스타를 위한 마음과 아끼는 마음이 클 수록 더 좋죠. 그게 가장 중요해요.

'FTIsland' 보컬 이홍기군의 팬페이지 '이홍기닷컴(www.leehonggi.com)'.
 'FTIsland' 보컬 이홍기군의 팬페이지 '이홍기닷컴(www.leehonggi.com)'.
ⓒ 류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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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매달 회비를 낸다는 의미는 서포터즈는 '회비'로 이루어지는 체제인 건가요?
A. 대부분의 서포터즈가 '회비' 체제로 활동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플라이홍기(서포터즈)'는 'FTIsland'군들 팬들 중에서도 그나마 연령층이 높은 편에 속해요. 대부분의 팬들이 'FTIsland'군들보다 어리거나 또래가 많거든요. 물론 누나팬 분들이나 이모팬 분들도 많지만 'FTIsland'군들의 나이가 10대인만큼 어린 연령층의 팬분들이 다수예요. 그러니 대부분 학생들이 많죠. 매번 서포트 활동을 할 때마다 갑작스럽게 돈을 모으게 되면 부담이 많이 가게 되니까 매달 일정한 금액을 모아서 금액이 어느 정도 모아졌을 때를 생각하고 서포트 계획을 잡곤 해요.

Q. 그렇다면 서포트 활동할 때 서포터즈 분들이 모두 서포트활동을 하는 건가요?
A. 서포터즈 분들 중에서도 '온라인' 멤버 분들이 계시고 '오프라인' 멤버 분들이 계세요.
평소에 자기 일로 바쁘거나 오프라인으로 활동하기 어려우신 분들은 매달 회비를 내어주시고 온라인으로 참여하실 수 있는 활동만 해주시구요. 오프라인 활동을 하실 수 있는 일부 분들과 마스터들이 함께 식사서포트 같은 대부분의 실질적인 활동을 해요. 이렇게 본다면 모든 분들이 서포트 활동을 하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리고 가끔 '생일'이라거나 '데뷔 1주년'과 같은 큰 행사는 팬페이지 회원분들께도 모금을 받고 함께 이벤트를 준비해서 서포트를 하는 경우도 있어요. 큰 행사인 만큼 많은 분들이 함께 축하해주면 더욱 좋으니까요.

이홍기군의 생일축하 이벤트 중 회원들이 보내준 편지를 하나하나 손으로 옮겨쓰는 작업을 하는 중이다.
 이홍기군의 생일축하 이벤트 중 회원들이 보내준 편지를 하나하나 손으로 옮겨쓰는 작업을 하는 중이다.
ⓒ 류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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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서포트를 준비하거나 활동을 할 때 활동을 하는 정해진 날짜가 있거나 주기적으로 하는 건가요?
A. 정해진 날짜는 생일과 같은 큰 기념일 같은 경우구요. 특별히 정해져 있는 건 아니에요. 주기적으로 하는 것도 아니구요. 모든 건 회원들과의 회의를 거쳐서 정하게 돼요.

Q. 서포트를 하게 되는 절차는 어떻게 되나요?
A. 우선 1차적으로 서포터즈 분들과 연락을 해서 정팅 날짜를 잡구요. 정팅을 하기 전에 모아진 금액과 스타의 스케줄을 확인해서 서포트 날짜를 정하고 어디서, 어떤 서포트를 할지 정해요. 그리고 회사측과 연락을 해서 저희의 의사를 전달한 뒤 정확한 서포트 날짜와 시간을 정하구요. 2차적으로 정팅을 한번 더 해요. 정팅을 할 때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요. 예를 들면 식사서포트일 경우 구체적으로 식사 메뉴를 정하구요. 서포트를 할 수 있는 주변의 식당을 알아보고 주문을 해요. 바쁜 경우는 2차적인 절차를 처음부터 한꺼번에 해버리는 경우도 있어요. 그리고 당일에는 회사측에서 말씀해주신 시간에 맞추어서 준비한 것들을 회사분들이나 임원분들께 전달하죠.

홍기군의 생일때 특별히 주문해서 제작했다고 하는 설탕공예 케이크.
 홍기군의 생일때 특별히 주문해서 제작했다고 하는 설탕공예 케이크.
ⓒ 류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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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서포트도 어떻게 보면 '시간과의 싸움' 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어떤가요?
A. 시간을 맞추는 게 가장 힘든 것같아요. 회사측에서 바라는 시간이 저녁 7시라고 하면, 정확히 7시에 맞추어서 모든 하루 일정을 짜야 해요. 음식만 주문하면 되는 게 아니라 식사할 때 필요한 물품도 준비를 해야 하구요. 음식을 주문하는 시간과 찾아오는 시간, 그리고 그밖에 식사에 필요한 물품을 준비하는 시간, 이동하는 시간 등등 일정을 짜는 것도, 막상 움직이는 것도 정말 바빠요. 또 저희의 식사를 기다리고 있을 스타들에게 따끈따끈한 음식을 대접하고 싶은 생각도 크고, 시간에 쫓겨서 바쁘다 보니까 자가용이 있는 분들이 없어서 주로 거의 택시를 타고 이동을 해요. 서포트 한 번 하면 하루가 정말 정신없이 지나간다니까요.

Q. 그렇게까지 고생을 하면서도 서포트활동을 하는 이유는 뭔가요?
A. 그저 '애정'이죠. 스타를 생각하는 '애정' 하나면 모든 게 해결이 돼요. 스타를 미친 듯이 좋아한다거나 열광하는 것과는 조금 달라요. 식사를 맛있게 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뿌듯해요. 좋아하는 스타가 식사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고 바쁘게 활동을 하는 걸 보면 너무 마음이 아파요. 언제나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걸 알고 있고, 기대하는 만큼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그들에게 서포트 활동은 저희가 해줄 수 있는 '작은 선물'이죠. 서포트 활동을 하면서 무언가를 바라기보다는 그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기쁘게 받아주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해요. 흠... 제가 아직 부모가 되어보지 못해서 잘 모르겠지만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는 그런 심정이랄까요? (웃음) 소중한 사람에게 애정을 쏟는 건 이유가 없고 대가를 바라지 않잖아요.

2008년 3월 2일. 'FTIsland'의 대전콘서트가 있던 대전무역전시관앞. 이홍기군의 생일 서포트한 것들을 모아놓았다.
 2008년 3월 2일. 'FTIsland'의 대전콘서트가 있던 대전무역전시관앞. 이홍기군의 생일 서포트한 것들을 모아놓았다.
ⓒ 류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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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렇군요. (웃음) 가장 힘들었던 서포트가 있으셨다면요?
A. 서포트를 할 때마다 하고 나면 힘이 쭉 빠져요. 지금까지의 활동 중에서... 가장 힘들었던 서포트라면... 데뷔 이후에 처음으로 맞이하는 홍기군의 생일서포트였을 거예요. 제가 아직 대학교 1학년이거든요. 홍기군의 생일을 챙길 수 있는 서포트 날짜가 대전 콘서트 날짜와  겹친 데다가 사적인 일이었지만, 제 대학교 기숙사 입소날이랑 겹쳐서 정말 그때는 정신이 없었죠. 생일인 만큼 큰 행사여서 서포트도 평소보다 몇 배로 크게 준비하고 할 일도 많았는데 이래저래 일이 겹쳐서 일정 잡는데도 곤욕이었지만 서포트하는 당일에도 'FTIsland'군들의 일정과 맞추느라 그날 오프라인 서포터즈 분들도 고생을 참 많이 하셨었어요. 심지어는 한 서포터즈 분은 너무 정신없이 이동하다가 택시 안에서 지갑을 잃어버리기도 했었는데, 다행히도 택시기사 분들이 좋으신 분이셔서 지갑을 찾을 수 있었어요. (웃음) 그때는 정말 힘들었는데 지금 다들 웃으면서 그때 이야기를 해요. 생각해 보면 이것도 서포터즈 분들과 저와의 좋은 추억이죠.

Q. 앞으로 계획된 서포트 활동이 있으신가요?
A. 곧 6월 7일이면 'FTIsland'군들의 데뷔 1주년이에요. 그래서 '닷컴연합'이라고 저희 '이홍기닷컴'처럼 각 멤버들의 '닷컴' 팬사이트가 있거든요. 그분들과 다함께 일주년 서포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데뷔 1주년은 중요한 날이니까 저희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구요. 'FTIsland'군들이 좋아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Q. 정말 바쁘신 것 같네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A. 인터뷰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하구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팬들이나 서포터즈분들을 안 좋은 시각으로 바라보시는 분들도 계세요. 쓸모없는 곳에 돈을 쏟아붓는다고 차라리 부모에게 효도나 하라는 식으로 저희를 나무라고 안 좋게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도 다르고 가치관도 다르다지만, 그저 이것만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부모님은 물론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신 분들이시고 늘 감사하고 있어요. 효도해야 겠다는 생각도 물론 하고 있구요. 그리고 이 활동을 하는 건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과는 조금 별개의 일이라고 생각을 해요.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이죠. 그래서 연인에게 애정을 쏟고 사랑을 쏟는다고 주변에서 비난을 하지는 않잖아요. 저희도 마찬가지예요. 사람이 소중한 사람을 위해서 하는 행동은 그 어떤 것보다 가치있는 행동이라고 저는 생각을 해요. 그게 그저 스타일 뿐이고, 저희는 팬일 뿐이죠. 그 소중한 사람이 누구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대상을 생각하는 마음이 어떠냐가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다른 분들이 저희를 어떻게 보실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앞으로도 서포트 활동을 계속할 생각이고, 서포터즈로서 열심히 활동할 거예요.  

서포트에 쓰일 스티커를 제작중이다.
 서포트에 쓰일 스티커를 제작중이다.
ⓒ 류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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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스타에 열광하는 '팬'으로서의 그녀를 바라보고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인터뷰를 하면서 수줍어 하던 모습을 온데간데 없고 질문에도 당황하거나 고민하는 기색 하나 없이, 않고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또박또박 말하는 그녀였다. 서포트 책임자들 중에서도 나이가 어리다고 했던 그녀였지만 그녀가 왜 서포트 책임자를 맡게 되었는지 조금은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야기가 마무리 되면서 진지하게 마지막 이야기를 하는 그녀의 두 눈에 당찬 의지가 보였다. 스스로의 행동에 대해서 저 정도로 곧게 잡힌 생각과 의지가 있다면 아마 앞으로 주변에서 안 좋게 바라보는 시선들도 조금씩 바로 잡혀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항상 바쁘고, 힘들어도 웃으면서 활동하는 스타들에게 있어서 소중한 사람과 자신들에 대해서 자부심을 가지고 언제나 한결같은 마음을 지닌 이들은 '현대판 우렁각시'가 아니라 스타들에게 큰 힘을 주고 의지가 되는 '가족'과도 같은 존재가 아닐까.


태그:#서포터즈, #팬, #이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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