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코 식코, 영화 포스터

▲ 식코 식코, 영화 포스터 ⓒ 씨네21

한때 미국에서 유학할 때 들었던 이야기가 있다. 한 유학생이 치통이 있어 병원에 갔는데, 마취를 하고 이를 뽑으면 100불이고 마취를 하지 않으면 10불이라고 했단다. 그래서 돈이 없는 가난한 그 유학생은 마취를 하지 않고 이빨을 뽑았다는 다소 참혹하게까지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유전무통, 무전유통이란 말인가?

 

그러한 참혹한 이야기 뒤에 숨어있는 의료보험제도 이야기. 미국 대선이나 정치권에서 항상 논란의 대상이 되곤 하는 이 의료보험제도에 대한 이야기 영화 <식코(Sicko)>.

 

부시 대통령 치하 미국에서 미움을 제일 많이 받고 있다는 마이클 무어 감독의 <식코>를 보게 되었다. 요즘 액션이나 스릴러 영화 보다 다큐멘터리에 끌리는 편이었는데, 이 영화 역시 다큐멘터리 영화였고, 리얼리티가 있어서 그런지 더욱 더 흥미로웠다.

 

영화는 한 남자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손가락이 두 개 잘려 나간 이 남자는 의료보험 대상이 아니라서 손가락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두 개를 봉합하려면 몇 만불의 돈이 들기 때문에 결국 1만2000불을 주고 손 가락 하나만 봉합하여 살리고 하나는 버리게 된 사정이다.

 

이런 상황 뿐만 아니라 보험이 있으면서도 보험회사들은 갖가지 이유를 대면서 보험료 지불을 거부하고, 병원은 그런 보험회사를 상대로 청구하지 않고, 소비자인 일반 시민들에게 그 돈을 내 줄 것을 요구하면서, 청부업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부자 병원인 시카고 대학 병원에서 치료비를 내지 못하는 나이든 환자들을 무료로 의료를 제공하는 한 작은 병원 앞에 물건 버리듯 버리고 도망가는 장면도 목격 되었다.

 

지상 낙원이라고 일컬어지는 미국에서 기본적인 서비스로 알려진 의료보험이 5천만명에겐 전혀 적용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영국은 전면적인 의료보험 서비스로 모든 사람에게 전부 공짜라고 한다. 놀라서 영국에서 유학한 선배에게 물어보니 사실이라고 한다. 캐나다나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전국적인 의료보험이 실시되는 우리나라는 이에 비하면 훨씬 나은 편인 것으로 생각되긴 하지만, 실상 또 그렇지도 않다.

 

돈이나 직장이 없으면 의료보험 적용을 못받고, 수술 못 받는 건 매한가지이다. 국가가 전면적으로 나서서 치료를 해주진 않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의료보험 소송으로 인해 삶이 망가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최근 모 방송사에서 방송된 적이 있다. 병원이나 보험회사가 국민의 치료받을 권리보다 병원이나 보험회사의 수익 극대화에 앞서고 있는 분개할 상황 때문이다. 

 

일부 보수주의자들은 이러한 전면적인 의료서비스의 제공이 공산당 수준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하지만, 캐나다는 공산주의 국가는 아니며, 프랑스나 영국 역시  공산주의 국가가 아니다. 미국처럼 의료산업 민영화나 활성화가 국민 전체 의료의 양극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것쯤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무전유죄가 무전병자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이러한 의료보험 정책이 병원이나 의사들에게만 이익을 가져다 주는 민영화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될 것이다. 미국을 그리 동경하는 신보수주의자들에게 <식코>를 보라고 전하고 싶다. 의료보험으로 인해 더욱 더 상처를 받고 있는 국민들에게 눈을 돌려보라고 하고 싶다. 

 

우린 기본적인 질문을 항상 잊고 산다. 이 일의 목적이 무엇인가 하는 물음이다. 의료라는 것이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인가 아니면 인간 혹은 생명을 치료하기 위한 봉사인가? 모든 의사나 병원장에게 물어보고 싶다.

 

이 단순한 질문에 토를 달 수 있는 점이 있다면 재정이 부족하다 일 것이나, 돈도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지. 돈은 국가 재정이라는 수단이 있는 건 아닌지 하고 생각해 본다. 너무 아마추어적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프로페셔널보다 아마추어가 더 많은 살고 있는 세상이다.

 

무어 감독은 이러한 상황을 두고, 우리는 무엇입니까(What are we?)라는 도전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항상 욕 먹으면서도, 용감한 무어 감독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우리 영화인들에게도 쉽지는 않겠지만 이러한 사회적 참여를 요청하고 싶다.

2008.04.15 13:47 ⓒ 2008 OhmyNews
식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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