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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저 사람은 누구야? 같이 놀아도 돼?"

 

낯을 많이 가리는 오빠 '흰돌이'는 기자의 인터뷰를 쉽게 허락해줄 눈치가 아닌 것 같다. 다행히 철부지 여동생 '깜순이'는 꺼리낌없이 먼저 꼬리를 내밀며 다가와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온 가족이 모이는 설을 며칠 앞둔 2월의 첫날. 남매를 만나기 위해 강화도 불은면 넙성리에 위치한 '오마이스쿨'을 찾아가, 유학 중인 두 남매를 만났다. 이 사이좋은 남매는 어떤 사연을 간직하고 있을까? 두 남매의 맑은 눈망울 속에서 그 사연을 읽어보자.

 
"집이요? 여기가 더 좋아요"
 

 

피부색이 달라서 처음 보면 남매임을 쉽게 눈치채기 어려운 흰돌, 깜순남매는 '진도' 출신의 순수혈통 진돗개 "상추" 어머님과, 뼈대있는 '발바리' 가문인 "상무" 아버님 사이에서 지난해 초겨울 같은 날 세상에 나왔다.

 

같은 날 태어난 4남매 중에 큰 오빠였던 흰돌이의 희고 고운털은 어머님에게서, 둘째 언니인 깜순이의 복슬한 검은털은 아버님에게 물려받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흰돌이의 회고에 따르면, 아버님은 낯을 가리시지 않고 활발하셨으며, 어머님은 수줍음이 많은 전형적인 한국 어머님 상이었다고 하니, 남매는 피부에 성격까지 부모님을 각각 한 분씩 꼭 빼닮은 셈이다.

 

태어난 지 1개월이 지나 막 젖을 뗀 날, 남매의 부모는 두 남매를 강화도의 오마이스쿨로 유학보내기로 결정했다. '지식 나눔의 공간'이라는 취지로 폐교를 되살려, 지난해 11월 24일 개교한 '오마이스쿨'은 남다른 교육철학을 가진 남매의 부모가 마음놓고 유학보낼 수 있는 학교였다.

 

4자매를 모두 보내고 싶었지만 자매들로 인해 학교가 시끄러워질까 걱정하시어 흰돌, 깜순이만 이 곳으로 보내신 것이다. 사실 '흰돌','깜순'이라는 이름도 이 곳에서 얻었다. 학교에서 제공되는 단백한 유기농 식단을 맛있게 먹고 있는 깜순이에게 집이 그립지 않은지 물었다. 하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한 즉답이 돌아왔다. "집이요? 여기가 더 좋아요.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마당과 산이 있는 걸요."

 

"오빠만 있으면 돼요! 오빠가 세상에서 최고에요!"

 

흰돌이와 깜순이의 안내를 받으며 남매가 묵고 있는 숙소를 둘러보았다. 보일러실 내부에 마련된 기숙사는 조금 시끄럽긴 했지만 겨울에도 따뜻하게 난방이 되고 있었고, 앞 마당에는 친구들과 뛰놀 수 있는 넓은 마당이 마련되어 있었다.

 

실제로 남매는 인터뷰 도중에도 끊임없이 동료 수강생들과 장난치며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마당에서 그내도 타고, 저녁에는 모닥불을 피워놓고 놀기도 한단다. 장난치기를 좋아하는 깜순이는 항상 오빠를 졸졸 따라다니며 장난을 치지만 흰돌이는 그 장난을 모두 받아준다.

 

두 자매가 자주 걷는다는 강당 뒤 산책코스를 동행하며, 친구가 많이 없어 심심하지 않냐는 질문을 던졌더니 오빠 뒤만 졸졸 쫓으며 깜순이가 웃으며 대답한다. "오빠만 있으면 돼요! 오빠가 세상에서 최고에요" 하지만 오빠는 기자에게 쓸쩍 귀뜸해 준다. "깜순이 요즘에 연애하는 것 같아요! 하하! 동료 수강생들이 옆집 삽살이와 있는 걸 자주 봤다네요. 단속 잘해야 겠어요" 오빠가 기자와만 귓속말로 소근거리며 웃자, 삐쳐서 깜순이는 먼저 뛰어가 버린다. 폴짤폴짝 산 속을 잘도 뛰어다니는 깜순이에게 오빠가 소리친다.

 

"깜순아~ 연애하러 가니? 하하하!"

 

 

기자의 전화를 통해 오랜만에 남매의 소식을 접한 남매의 부모님은 "너무 공부만 하지 말고 넓은 뜰에서 뛰어 놀면서 몸도 건강해라", "사이좋게 지내라", "말썽 피우지 말고 잘 지내거라" 등등 많은 충고와 당부의 말씀을 남기셨다.

 

온 가족이 모두 모이는 명절에 자녀들이 많이 보고싶겠지만 부모는 아이들이 더 많은 공부를 하고 스스로 클 수 있는 개가 된다면 지금은 참을 수 있다며, 통화가 끝날 때까지 마음약해지는 소리는 하지 않으셨지만, 보고싶은 마음이 목소리에서 조금씩 묻어나왔다.

 

오히려 흰돌이, 깜순이가 거기서 잘 큰다면 나머지 자녀들도 여기에 보내시겠단다. 요즘 어머니답지 않게 교육철학히 분명하시고 교육열이 대단하시다. 대한민국에 이런 부모님과 자녀들만 있다면 교육정책이 어떻든 무슨 걱정을 하겠는가?  

 

막바지에 두 남매에게 앞으로의 포부를 물었다.

 

흰돌 : "오마이스쿨 최장수 수강생인 만큼 자부심을 가지고 공부해서 학교를 빛내는 학생이 될래요!"

깜순 : "저두 오빠와 함께 열심히 공부할 거구요, 모든 수강생들과 같이 즐겁게 생활할 거예요!"

 

인터뷰를 끝내고 또 뒷산에서 장난치는 흰돌과 깜순의 뒷모습은, 흑백 논리가 만연한 우리사회에 생각의 다름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무언의 외침처럼 들린다. 이 나라에 흰돌이, 깜순이 자매와 그 부모같은 분들이 넘쳐나길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22기 오연호의 기자만들기' 수강생이 2마리의 개와, 이 개의 주인이신 오마이뉴스 '박상규'기자님을 전화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쓰여진 기사 입니다.
http://blog.ohmynews.com/tnaltk 에 중복기자 합니다.


태그:#흰돌이, #깜순이, #오마이스쿨, #강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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