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그 어느때보다 재미없는(?) 선거가 되고 있다고 하지만 나는 흥미진지하게 바라보고 있다. 이유는 내가, 혹은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가치관이 무척이나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최근 대선과 관련하여 언론사 등에서는 수많은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를 앞 다투어 내놓았다. “××× 후보 압도적 1위”, “BBK 대세 영향 없어”, “도덕성보다 경제에 관심” 등등.
여론조사는 후보들의 단순지지도, 순위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표심을 알아본다는 취지로 다양한 문항으로 실시됐다. 응답률 20여 % 여론조사의 신뢰성은 각론하더라도 이를 실시하고 있는 언론사나 여론조사 기관의 ‘해괴한’ 질문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다름 아닌, 소위 ‘대선후보의 선택 기준 혹은 척도’에 대한 질문이다. 바로 도덕성이냐 경제성장이냐의 화두인데, 그 결과를 보면 대부분 여론은 ‘도덕성’보다 ‘경제성장’을 잘 할 수 있는 후보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치 도덕적 결함이 있어도 경제만 잘 살릴 수 있다면 대통령으로서 문제가 없다는 식의 여론이 형성되어가고 있다. 이같은 여론조사는 민심에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모든 면에서 존경할 만한 어르신은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안하는 사람 있나”라며 “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평소의 소신과 다르게 선택하신다. 어떻게 봐야 할까?
젊은 나에게 하셨던 말씀들과 소신은, 그냥 말뿐이었을까? 그분들은 누구보다 봉사활동도 많이 하고 시민으로서 참여의식 또한 남다르다. 환경문제 또한 그 어떤 환경운동가에 못미치지 않다.
그런 그 어르신들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쯤은 대통령이니까 봐줄 수 있다니,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 지 알 수 없다. 물론 그분들에게 마뜩하지 못했던 ‘가벼운 대통령’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던 ‘도덕’이 헌신짝처럼 내 팽개쳐져 버린 지금이 개탄스러울 뿐이다. 더 이상 존경할 수 있을지 혼란스럽다.
문제는 나 혼자의 문제로 끝날 만큼 간단치 않다. 여론조사의 결과대로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지만 경제성장만 할 수 있다는 후보가 당선된다면, 그러한 국민의식이 사실처럼 굳어진다면 우리의 아이들에게 도덕수업은 어떻게 하나? 우리 아이들의 도덕 교과서는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빠, 도덕성보다 경제가 중요한 거야?”라는 아이들의 질문에 무어라 대답할 수 있는가 말이다.
어떤 정치인이 “국민이 노망들었다”며 개탄했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물론 과한 표현이었겠지만 그의 답답함이 이해가지 못하는 바 아닌 것은 비단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터.
누가 당선되고는 차후의 문제이다. 언론들이 여론조사를 통해 마치 ‘도덕성보다 경제’라는 ‘면죄부’를 부여해주고 있고, 이러한 논리에 국민들의 의식 또한 후보에 대한 지지를 결정한다는 것, 더욱이 이러한 논리가 마치 우리 시대의 가치인 냥 받아들여지고 있는 현실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서울과 경기에서 특히 이런 여론이 높다 한다. 2007년 한국사회, 고도성장과 치열한 생존경쟁의 한 복판에 서 있는 ‘수도권 시민’ 아니겠는가! 그들에게 ‘도덕성’이라는 진부한(?) 가치는 이미 떠난 지 오래인지도 모른다.
한국사회가 그렇게 흘러가야 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결과를 뒤바꾸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인정해야 할 따름이다. 다만, 5년이라도 초등학교 도덕 교과서는 바꿔야 할 것 아닌가? 아이들에게 대답할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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