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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3일 영산성지고 방문 D-3

하자작업장학교 '글쓰기팀'과 공연단 '촌닭들'이 모여 우리가 찾아갈 영산성지고등학교에 대해 브리핑하는 시간을 가졌다. '원불교'재단의 학교, 기숙사생활, 무엇보다 자연현장실습과 체험교육을 하는 인성중심의 특성화학교로 단체노작을 통한 생태교육 실천(미니 농사짓기, 꽃밭 가꾸기, 학교주변 종교 민족종교 사적 및 교내 청소하기)과 예향 고장으로서 전통을 계승 발전시키는 학교풍토 조성운동(농악, 무예, 짚풀공예, 도자기공예, 민요, 판소리, 민속놀이)을 하고 있는 자율학교로 인가받은 학교이다.

대안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들이지만 두 학교의 목표와 이념이 너무 달라 학생들이 모여 어떤 이야기를 나눠야 될지도 몰랐다. '좌담회를 진행할 우리부터 이야기를 어렵게 생각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며 또래의 친구들이 지금 가장 골치 아픈 고민인 대학진학과,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나눠보자고 의견이 모아졌다. 그리고 좌담회의 질문리스트가 작성됐다. 이제 우리는 영산성지고의 학생들을 만날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이야기를 나누기만 하면 된다. 음하하핫! 기다려라 영지성지고의 학생들이여!

11월 16일 영산성지고 방문 D-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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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시간 가량을 달리고 달려 도착한 전남 영광에 위치한 영산성지고등학교를 찾아 우리는 여기저기를 해매다 으리으리한 건물이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학교가 엄청 커!" "근데 학교치고 너무 조용하지 않아?" 말을 하며 차에서 내린 우리는 여기저기 왔다갔다하며 학교를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그 으리으리하던 학교는 정작 고등학교가 아닌 원불교 교무를 양성하는 대학이었고 우리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조용히 차를 타고 또다시 영산성지고등학교를 찾아 굽이굽이 산길을 따라갔다.

대학에서 10여분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는 영산성지고에 우리는 진짜 도착했다. 연락을 받고 마중 나온 선생님의 안내를 받아 학교소개와 함께 학교투어를 마쳤다. 학교는 3년 전 다녔던 일반 중학교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서울에서 온 손님들을 보기 위해 구경나온 학생들은 자신들만의 공간에 낯선 사람들이 찾아오니 개인적으로 '우리의 학교에 너희는 왜 왔니?'라는 눈빛으로 경계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학생들의 눈빛을 피해 서둘러 좌담회가 진행될 장소로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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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회의 사회를 맡은 금강산(하자작업장학교 시니어)양은 "대안학교의 졸업을 앞두고,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느끼는 학생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기를 바란다. 진지한 이야기더라도 편하게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 대안학교를 다니는 학생이라면 많이 들었을 질문일 텐데, 대안학교에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해줬으면 좋겠다"라며 좌담회의 운을 띄웠다.

양승훈 학생
 양승훈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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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예전과 달리 대안학교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 대안학교를 찾는 학생들의 이유가 다양해졌다. 양승훈(영산성지고 3학년)군은 "1, 2학년의 친구들은 적지만 대안교육을 지향해서 오는 사람이거나, 내신 성적을 잘 받기 위해 찾아온다. 그리고 3학년들은 학교 밖에서 놀다 온 친구들이 많다"라며 웃었다. 뒤 이어 OOO(영산성지고 3학년)양도 "처음에 대안학교인지도 모르고 왔다. 엄마가 '학교 갈래? 절에 들어갈래?'라고 물어서 '학교에 가고 싶어' 이야기 하니 오게 된 학교였다. 더군다나 상태도 지금처럼 좋지 않아서 처음에 학교생활하기 많이 힘들었다." 처음 학교에 올 때의 이야기했다. 이호랑(하자작업장학교 주니어)군은 "일반학교를 다니면서 학교와 집 그리고 학원만 왔다갔다 하니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해보지 못한 것, 재미있어 보이는 일을 직접 해볼 수 있는 곳에서 생활하고 싶었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말해주었다.

이렇듯 대안학교를 찾는 저마다의 이유는 달라도, 대안학교에서 생활하면서 입학 당시의 모습과 많이 달라졌다고 말한 OOO(영산성지고 3학년)양은 "처음엔 힘들었지만, 지금 대안학교에 온 것을 후회한 적은 없다. 오히려 학교 밖의 모습보다 지금의 나는 많이 변했고, 과대표를 맡게 되면서 책임감도 많이 생겼고, 미래의 꿈도 확실하게 계획하고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좌담회에 참석한 영산성지고의 학생들은 처음 학교에 들어왔을 때보다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마음공부' 덕분이라고 했다. 마음공부란 원불교에서 주로 하는 것으로 경계를 다스리고 마음을 원래대로 돌려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방법으로, 영산성지고의 학생들은 매일 밤 그날 있었던 경계(화남, 짜증남 등의 감정)에 대해 일기에 쓰고, 그 일기를 선생님이 감정(일기에 답변을 해주는 형식) 해 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길승진 학생
 길승진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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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영산성지고는 특성화학교이기에 매주 목요일 특성화교육을 받는다. "1학년은 필수과정으로 도자기도예, 짚풀공예 등 다양한 민속수업를 듣고 있고. 2, 3학년이 되면 자신이 듣고 싶은 수업을 찾아 듣는 형식이다"라고 길승진(영산성지고 2학년)군은 이야기했다. 특성화수업을 위해 시내에 계신 선생님이 이른 아침부터 오시거나, '골프'같이 따로 장소가 마련되어야 되는 수업은 직접 학생들이 시내로 나가 수업을 받는다고 했다.

특성화 수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마치고 토론은 화제를 바꿔 기숙사에서 생활하다 일어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흘러갔다. "저녁 9시에 과모임을 가진다. 모여서 마음일기도 같이 쓰고, 간식도 나누어 먹고, 과에서 필요한 물건도 공동구매하고 재밌다"라고 과대표를 맡고 있는 OOO(영산성지고 3학년)양이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선생님보다 더 많은 일을 맡아 해서 선생님이 엄마라면 과대표는 아빠의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이곳에 오면서 봤듯이 학교 주변에 유흥 놀이문화가 없다. 그래서 시내에 나갈 때마다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고 돌아오는 편이다"라며 양승훈(영산성지고 3학년)군은 웃었다.

김경은 학생
 김경은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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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집에서 엄마가 해주는 따끈따끈한 밥과 맛있는 음식을 못 먹는 것이 제일 힘들다"고 길승진(영산성지고 2학년)군도 덧붙였다. 그래도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김경은(영산성지고 1학년)양은 "사람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게 된 것 같다"고 했다.  기숙사생활하면서 같이 지내는 사람들과 갈등도 많고 싸우는 일도 빈번하지만 그런 일들을 통해 독립하는 법을 터득할 수도 있다고 덧붙여 이야기했다.

기숙사 이야기가 마무리되고, 대학진학과 대학졸업 후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영산성지고의 재학생들 80% 이상이 수시를 통해 대학에 진학한다. 분명 학교에서 교과수업을 들을 텐데 왜 이들은 수시를 통해 대학 가는가. OOO(영산성지고 3학년)양은 "학교에서 물론 수업을 듣는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대학을 가기 위해 밤늦게까지 학원에서 공부하는 애들과 차이가 많이 나 힘들다. 그리고 일반학교에서 배우는 것과 달리 특성화수업과, 인성교육이 위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수능보다는 수시를 택하는 편이다"라고 말해주었다. 수시에 대한 정보는 진학상담 선생님을 통해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새롬 학생
 정새롬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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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회에 참석한 영산성지고학생도, 하자작업장학교 학생들도 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한다고 했다. 가서 무엇을 하고 싶어 대학진학을 한다고 했을까. "특수교사가 되고 싶다. 멘토링수업을 통해 체험했는데 '아! 이게 내 일이구나'란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앞으로 특수교육학과에 진학해 열심히 공부하고 싶다"라고 정새롬(영산성지고 2학년)양은 앞으로 자신이 목표한 것을 이루기 위해 대학에 간다고 대답했다. 신지예(하자작업장학교 주니어)양은 "가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들어서 간다. 그리고 쉽게 배울 수 있는 창구가 대학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해주었다. 대부분 대학을 가겠다고는 말한 학생들도 '가야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대학에 간다고 이야기하며, '일단 대학에 진로한 뒤에 미래에 대해 생각하고 싶다'고 대답을 했다.

반대로 대학에 안 간다고 말한 이상엽(하자작업장학교 주니어)군은 "예전에는 카디자이너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생각보단 여행 많이 하고 사람들을 만나 배우는 게 좋은 것 같다"고 말하며 오히려 여행을 통해 대학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 외에도 대부분 대학을 안 가겠다는 학생들은 여행을 하며 세계와 많은 사람을 경험하고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작업(퍼커션, 사진) 등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대학에 관한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니 생각했던 좌담회 시간이 훌쩍 넘어버렸다. 우리는 남은 일정을 마치고 영산성지고의 학생들과 아쉬운 듯 인사를 하며 멀어져갔다. 무사히 일정을 소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가벼워지기보다는 더 무거워진 것 같아 답답했다.

기자 또한 대안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어 뭘 해야 될지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기에 영산성지고 학생들과의 좌담회를 통해 미래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은 이제 익숙해진 장소에서 벗어나 생활할 장소가 벗어진다는 것만으로 들떠보였다. 더군다나 미래에 대한 선택 때문에 급급한 우리들과 달리 그들은 여유로운 모습으로 '대학부터 가보고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자'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태그:#하자센터, #대안학교, #10대, #영산성지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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