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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시아버님의 얼굴을 뵌 적이 없다.

나에게 시집오기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말이다.

없는 시간중에 아내와 시간을 맞추어

오늘은 아버지 산소를 벌초했다.

 

 

걱정했는데
날씨가 꾸물거리기만 할 뿐
다행히 비는 오지 않는다.

아이들이 학교를 개학하는 날이다 보니
아침이 보통 때와는 달리 조금은 부산하다.

아버지 산소를 벌초하기로 했는데
과수원 누이에게서 연락이 온다.
사람을 얻어서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이다.

많이 바쁘신 모양이다.

요즈음 계속 비가 내리니 과일을 수확해야 되는데 많은 불편함이 있었다.

꾸물거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비가 오지 않으니 호기가 아닌가.

인력시장에서 아주머니들을 모시고 온 모양이다.

일단 과수원으로 간 다음
얼른 아버지 산소를 벌초하고 과수원 일을 하기로 하고
예초기를 싣고 아내와 차를 달린다.

 


아버지 산소는 과수원에서
차로 약 10분 정도 달리면 된다
산소로 향하는 초입길서부터 많은 잡초와 칡넝쿨 등으로
들어가는 길이 만만치 않다.

여러 친척들이 모여서 같이 벌초를 하는데
모이는 요일이 주말이나 주일이다 보니
일요일도 근무를 해야하는 곳에서 일을 하다 보니

자주 참석하지 못해 많이 미안했다.
벌초를 하기 전 이리 먼저 아버지 산소를 벌초해 놓으면
조금이라도 미안한 마음이 덜하려나

아버지 산소를 벌초해 드렸다.
잔디가 많이 죽어서 거의 풀밭이나 다름이 없으니
그저 아버지에게 죄송한 마음 뿐이다.

 

 


이러한 나의 죄송한 마음이라도 눈치라도 챘나?
아니면 생전에 한번도 뵙지 못한 시아버님이 그리워서 일까?
아내가 들꽃을 꺾어다
깨끗해진 아버지 산소 앞에 놓는다.

꽃을 꺽어다 산소앞에 놓고 머리를 숙이고 있는 아내의 모습을 보며
나도 몰래 눈물이 핑돈다.
하늘을 본다.
흐르는 눈물을 다시 담으려고….

 

눈물 때문에 뿌옇게 보이는 구름이 하늘위로 높다.

내일 모레 글피가 아버님 제삿날인데
아버님이 깨끗해진 산소를 보고 좋아 하시려나?

 

아버지 막내아들 왔다갑니다.
잘 계시죠?
앞장서 길을 내려가는 아내의 뒷모습에
생전에 환한 미소를 지으시는 아버님이 손을 흔드시는 듯
길가에 자리한 망초꽃위로 습기찬 바람이 분다….

 

덧붙이는 글 | 아버지의 산소를 아내와 같이 벌초해드렸습니다
살아 생전 한번도 본적이 없는 막내 며느리의 모습을 
하늘에 계시는 아버지는 어떻게 바라보실까요?
문득 아버님이 많이 뵙고 싶습니다.


태그:#벌초, #며느리, #아버님, #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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