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우승으로 2006 독일월드컵이 한 달간의 기나긴 여정을 마무리 했다.

이번 월드컵은 기존 4-4-2, 3-5-2 포메이션이 많이 사용됐지만 4-2-3-1이라는 포메이션이 더 각광받은 대회기도 했다.

현대 축구는 수비수도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는 등 포메이션의 의미가 퇴색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한 팀이 상대에 따라 어떤 포메이션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같은 멤버임에도 경기력에 상당한 차이가 날 수 있다. 그만큼 축구 포메이션이 아직까지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

지금부터 축구 초창기 시절의 WM 시스템에서부터 지금의 4-2-3-1 시스템까지 축구 포메이션의 역사를 살펴보자.

#. WM 시스템

 WM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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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포메이션의 '아버지'라 볼 수 있다. 1930~50년대까지 유행한 전술로 영국 프리미어 리그의 아스널이 처음 사용한 포메이션이다. 요즘의 포메이션 설명으로 치자면 3-2-2-3의 형태라 볼 수 있다. 그 모양이 영어 알파벳 W와 M을 닮아 보통 WM 포메이션이라고 부른다.

지금의 축구 포메이션들처럼 다양한 전술을 구사할 순 없지만 기존의 단순한 5-5 포메이션(공격과 수비만으로 구분)에서 공격과 수비의 포지션을 좀 더 세분화시켰다는 데 의의가 있다.

#. 4-2-4 시스템

 4-2-4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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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M 포메이션에서 좀 더 발전된 포메이션으로, 미드필더의 개념을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시스템이다. 1950년대 당시 세계 최강의 팀이던 헝가리가 사용한 포메이션이다.

4명의 수비수를 두면서 수비에 안정을 꾀하는 전술이다. 하지만 4명의 공격수를 두기 때문에 공격에서도 강점을 보인다. 공격 시엔 양 측면 수비수가 공격 진영 깊숙이 가담한다. 공격과 수비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하는 2명의 미드필더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 특히 체력이 강해야 한다.

#. 4-4-2 시스템

 4-4-2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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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헝가리 대표팀의 4-2-4 전술 이후, 미드필더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하였다. 브라질 대표팀은 허리를 강화하기 위해 4명의 미드필더를 두는 4-4-2전술을 1960년대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 전술로 브라질은 월드컵에서 우승할 수 있었다. 이 전술은 이후 축구 선진국과 유명 클럽팀의 주요 전술로 활용되었다.

이 전술은 최후방 3선에 4명의 수비수를 두어 수비에 중점을 둔다. 하지만 공격으로 전환시엔 풀백(4백의 측면 수비수)들이 2선으로, 윙어들이 1선으로 전진, 순간적으로 2-4-4의 형태를 띠게 되어, 공격에도 비중을 둘 수 있다

#. 3-5-2 시스템

 3-5-2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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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메이션을 쓰는 대표적인 팀은 독일이었다. 독일은 투톱을 사용하는 공격 지향의 팀에 대응하기 위해 3명의 수비수를 두는 이른바 쓰리백 시스템을 도입했다. 독일은 1974년 이 포메이션을 통해 월드컵 우승을 일궈 냈다. 이 대회에서 베켄바우어라는 걸출한 수비수를 배출해 냈는데, 그는 수비뿐만 아니라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하는 '리베로'라는 축구 용어를 만들어낸 인물이기도 하다.

3-5-2의 장점은 미드필더진의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상대의 공격을 사전에 차단하고 최전방으로 빠르게 이어지는 공격 전술을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드필더진이 붕괴할 경우 상대의 집중 포화를 감당할 수 없게 된다. 한국 대표팀이 지난 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주로 사용한 전술이다.

#. 4-2-3-1 시스템

 4-2-3-1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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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월드컵에서 많이 사용된 전술은 4-4-2와 4-2-3-1이며 그 뒤를 3-5-2가 잇고 있다. 4-4-2이야 전통적으로 많이 사용된 포메이션이지만 4-2-3-1 전술의 약진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특히 4강에 오른 강팀 중 포르투갈과 프랑스가 4-2-3-1 포메이션을 구사했다. 이탈리아는 4-3-2-1 포메이션을 구사했지만 3명의 미드필더 중 한 명인 페로타(AS 로마)가 공격에 적극 가담한 모습이었으므로 4-2-3-1의 형태를 띤다고 볼 수도 있다.

이 전술은 포백 라인에다 그 앞 선에 두 명의 수비수를 둠으로써 공격에 비중을 두기 보단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도모한다.

프랑스는 비에라-마켈렐레, 포르투갈은 마니시-코스티냐, 이탈리아는 피를로-가투소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뒀다.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중 한 명은 공격 성향을 띠는 앵커맨으로, 나머지 한 명은 수비에 비중을 두는 홀딩맨 역할을 수행했다. 프랑스의 비에라, 포르투갈의 마니시, 이탈리아의 피를로가 앵커맨으로 플레이를 펼쳤으며 홀딩맨으론 프랑스 마켈렐레, 포르투갈 코스티냐, 이탈리아 가투소가 활약했다.

한국도 토고와의 경기에서 이호와 이을용(김남일)을 더블 볼란치로 사용하는 4-2-3-1 포메이션을 사용해 재미를 봤다.

비단 이 전술뿐만 아니라 4-4-2를 쓰는 팀들도 상당수 미드필더에 더블 볼란치를 뒀다.

그 결과 이번 월드컵은 팀 가이스트라는 역대 월드컵 중 가장 탄성이 좋은 공인구를 사용했는데도 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이후 최악의 '골가뭄'을 겪었다. 거의 매 대회 나온 해트트릭 선수조차 한 번도 나오지 못했다. 화끈한 골잔치를 예상했던 종전의 기대와는 다소 거리가 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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