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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고사를 마친 요즘 학교는 체육대회 예선경기가 한창입니다. 어제 수업이 없는 시간에 1학년 축구예선을 구경하고 있는데 어떤 분이 저를 찾는다고 하여 교무실로 향하였습니다.

자신을 황해도 옹진군 실향민이라고 밝히신 촌로는 손때 묻은 서류봉투를 든 채 황해도 실향민의 자녀인 한 학생에게 곧 있을 황해도 옹진군 실향민 모임에서 장학금을 전달코져 하니 몇몇 서류를 발급해 달라고 하십니다.

그 분은 중학교에 들러 성적증명서를 발급받고 오는 길이라 하셨습니다. 학교에 전화만 한 통 걸면 서류를 준비하여 보내드릴텐데…. 다음부터는 이렇게 몸소 다니지 마시라고 당부했습니다.

저는 인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장학금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비단 위 실향민의 사연이 아니더라도 학교현장에서 느껴지는 가슴 따뜻한 사연이 있어 소개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사례1. J 장학금

금년에 2학년이 된 한 학생의 학부모께서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1천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하시고 가셨습니다. 대체로 장학금을 기부하시면 기부금 영수증을 떼어가곤 하시는데 그러지도 않으십니다.

그 분은 매우 어려운 학창시절 이름 모를 독지가의 장학금으로 인해 무사히 학업을 마칠 수 있었고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열심히 살아가실 수 있어 그 독지가의 뜻을 잇기 위해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장학금을 기부하시게 되었다고 하십니다. 기탁자의 뜻에 따라 가정형편이 어려운 10명의 학생에게 나누어 주게 되었습니다.

사례2. S 장학금

파주시 광탄면에서 출생하여 이곳 인천에서 사업을 일으키신 분께서 장학사업을 펼치시고 계십니다. 작년의 경우 우리 학교가 속한 지역은 지원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올해부터는 지원을 받게 되었습니다.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모범적인 학교생활을 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합니다. 고등학생의 경우에는 100여명에게 수업료 전액과 매월 5만원의 학습지원비가 지급됩니다. 우리 학교는 4명에게 혜택이 돌아갔습니다.

사례3. Y 장학금

6년 전에 형제가 우리 학교를 졸업한 학부모께서 장학금을 기탁하셨습니다.학교를 다닐 때 경제상황이 매우 어려워 학생이 점심을 굶기도 했다고 하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선생님의 도움으로 졸업도 하고 대학에도 진학할 수 있었다며 그때의 고마움을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2명의 학생에게 장학금 혜택을 주셨습니다.

더구나 연락처를 남겨주시면서 학기 초에 장학담당자가 전화를 해 주시면 매년 일정 수의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신다고 하십니다.

사례4. H 장학금

어느 날 3학년 담임선생님께서 제게 문의를 해 오셨습니다. 학급에 수업료를 내기 어려운 학생이 있는데 이를 알게 된 같은 학급 학생의 학부모께서 그 학생을 돕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느냐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에 H 장학생이라는 명칭을 부여하여 수혜 학생이 정황을 알지 못하고 장학금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외에도 우리 학교에는 19건의 장학금이 있고, 70여명의 학생이 전액 및 일부 장학금을 받고 있습니다.

교사, 선생님, 스승은 학교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가진 것이 많든 적든 이웃에 베푸는 우리 사회의 스승으로 높이 받들어야 할 장학금 기탁자 분들의 사연을 이 세상에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참고로 고등학교의 분기별 수업료는 40여만원, 1년 수업료는 160만원 쯤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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