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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샘비상! 숨은 봄을 찾아라
이번 주말판 준비는 시민기자들에게 무척 힘겨웠습니다. 봄맞이 기사를 올려야 하는데 지난 주말 몰아닥친 꽃샘추위 탓에 실낱 같았던 봄기운마저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죠. 결국 그들은 잠이 설깬 봄을 찾아냈습니다. 텃밭에서 나물 캐는 시골 아낙의 손길에도, 한겨울 마라톤에 도전한 가족들의 모습에도, 영하에 봄옷을 걸친 채 현장을 누비는 시민기자의 발걸음에도 이미 봄은 와 있었기 때문이죠.
시골목사 사진기도 '거짓말' 합니다 (김민수 기자)
봄나물 한 접시에 동네 잔치 열렸네 (김학수 기자)
온가족이 봄바람나게 달려보실래요? (허선행 기자)
봄날 기다리는 새내기, 봄옷 뽐내다 (정현미 기자)

‘불황일수록 미니스커트가 유행한다’는 말처럼 올 겨울에는 ‘깜찍 발랄’한 미니스커트를 입은 젊은 여성들을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립스틱 효과’라는 말이 있듯이 미니스커트는 한 개의 소비로 만족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아이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의 의류 마케팅 전략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화려하고 대범한 연출을 필요로 하는 미니스커트를 유행시키면 맞춰 입어야 하는 스타킹이나 힐 등의 부수적인 소비는 물론이고, 일상적으로 입어야 하는 치마의 소비도 부추기게 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이렇듯 패션의 유행은 사람들의 심리나 사회 분위기와 일정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 이대 앞 옷가게는 봄을 맞아 산뜻한 색상의 상의와 치렁치렁한 주름치마가 눈에 많이 띄었다.
ⓒ 정현미
불황의 긴 터널을 빠져나가고 있다는 요즘, 봄이 찾아오고 있다. 올 봄 패션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어디 봄 마중을 한번 나가볼까?

야성적 여성미와 소녀풍의 발랄함 유행 전망

뭐니 뭐니 해도 젊은이들의 패션거리라고 하면 이화여대 앞을 빼 놓을 수가 없다. 지난 20일 새로 산 봄 코트를 꺼내 입고 신이 난 기자는 주말이면 사람들로 붐비던 이대의 봄을 기대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러나 밖의 날씨는 봄이 오는 것을 시샘하는지 마지막 겨울 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좀 춥긴 했지만 두터운 외투를 겹쳐 입은 사람들 사이로 얇은 봄 코트를 나풀거리며 거리를 걷는 기분도 그리 나쁘진 않았다.

▲ 고운 색깔의 가방들이 진열돼 있다.
ⓒ 정현미
이날 봄옷을 입은 사람들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지만 이대 앞 옷가게에는 이미 화려한 봄옷들로 가득 차 있었다. 시선이 머무르는 곳마다 금방이라도 나비가 내려앉을 듯 분홍색, 노랑색, 연두색 꽃밭을 연상케 했다. 상큼한 파스텔 톤의 짧은 재킷과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롱 니트 티셔츠는 물론이고, 마네킹이 입고 있는 소녀풍의 주름치마와 화려한 무늬의 블라우스도 봄을 맞고 있었다.

봄의 산뜻함은 옷가게 뿐 아니라 이대 앞 곳곳에서도 만나볼 수 있었다. 귀여운 리본이 달려 있는 핑크색 가방부터 아기자기한 징이 박힌 노란색 가방까지 봄나들이와 잘 어울릴 것 같은 가방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뿐만 아니라 화려한 꽃무늬에 반짝이는 구슬이 박힌 구두는 그야말로 ‘꽃신’이었다. 공주신발처럼 알록달록 밝은 색상의 광택 나는 구두는 물론이고, 화려하다 못해 형광색을 띠는 스카프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었다.

이렇게 올봄 패션은 2005 봄 컬렉션에서 디자이너들이 말했듯이 ‘로맨틱 히피 룩’이 유행할 것이라고 한다. 우아한 여유와 섹시한 여성스러움에 소녀풍이 더해져 밝은 색상의 프릴이 달린 블라우스나 하늘하늘한 주름치마가 유행할 전망이라고 한다. 여기에 화려하고 대담한 디자인의 액세서리도 발랄한 봄 패션에 한 몫을 할 것이라고 한다.

▲ 무채색 계열의 구두는 별로 없고 알록달록한 색상의 광택나는 구두가 이대앞을 가득 메워 봄을 느끼게 해준다.
ⓒ 정현미
“올봄을 얼마나 기다려 왔다고요”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한 옷 가게에 들어섰다. 몇몇이 짝지은 여학생들은 뭐가 그리 좋은 지 거울 앞에 서서 이 옷 저 옷을 자기 몸에 대보며 연실 웃고 있었다.

“무슨 옷 사러 오셨어요?”

순간 의아하게 바라보는 이지영(20)씨와 그 친구들. 짧은 시간었지만 기자 역시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봄 분위기에 한껏 취한 나머지 마치 방송에서 흔히 본 것처럼 가게로 들어서자마자 시민과 함께 웃으며 자연스럽게 말을 건네는 장면을 연출한 것.

그러나 기자에겐 인터뷰용 마이크도, 함께 온 카메라맨도 없었다. 더구나 아직 쌀쌀한 날씨에 홀로 바바리를 입고 가게로 들어온 여자가 실실 웃으며 난데없이 말을 걸며 참견이니 더 놀랄 수밖에.

올해 대학에 입학하는 새내기라는 이씨는 새 학기에 입을 봄옷을 고르고 있었다.

“무척 설레나 봐요? 기분이 좋아 보여요.”
“그럼요. 대학생이 되면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올봄을 얼마나 기다려왔는데요. 저런 봄옷을 입고 대학생활을 펼칠 생각을 하니 더욱 기분이 좋죠.”

▲ 이대 앞 옷가게의 총매니저가 추천해준 올봄 유행패션이다.
ⓒ 정현미
뭐든 새롭게 시작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에 차 생동감 넘치는 봄. 봄은 그렇게 싱그러운 새내기 대학생들을 닮았는지도 모르겠다.

유행 패션을 미리 살필 수 있다는 이대 앞 골목을 오랫동안 지켜온 한 옷가게를 찾았다. 총매니저 박은영(24)씨에게 올봄 유행할 옷을 코디해 달라고 부탁했다.

바로 옷을 골라든 박씨는 “올 봄에는 밝고 여성스러운 느낌의 옷이 유행할 것”이라며 “목 라인과 어깨선이 약간 드러나는 롱 니트 티에 통 나팔 스타일의 청바지가 가장 잘 팔린다”며 노란색 니트 티셔츠를 청바지 위로 올려 보여주었다.

이번에는 이대 앞 옷가게들 중에 가장 큰 옷가게에 들어섰다. 일명 ‘임수정 니트 티’로 불리는 롱 니트 티셔츠가 화사한 빛깔로 진열돼 있었다. 옷 가게 직원 윤미혜(21)씨는 “원색계열 옷이나 카고 바지는 한 물 갔어요. 요즘은 부드러운 색상의 여성스럽고 약간 섹시한 옷이 유행이에요”라며 기자에게 롱 니트 티셔츠를 하나 권했다.

“경기침체 탓에 화사한 옷 선택하는 듯”

그래도 최근에는 입학이나 취업을 앞두고 옷을 사러 오는 손님들 때문에 한겨울보다는 매출이 많이 늘었다고 한다. 정말 봄에 날씨가 풀려 눈이 녹듯 우리 경기에도 청신호가 오는 것일까.

패션 흐름에 관심이 많다는 직원 윤씨는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어두워진 분위기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회적 심리가 올봄 패션 경향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며 “손님들도 초라해 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에 더욱 화사하고 밝은 느낌의 옷을 선택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한쪽에서 혼자 열심히 옷을 고르고 있던 한 여성에게 다가 말을 붙였다. 자신을 ‘백조’라고 칭하는 쾌활한 성격의 이민정(25)씨.

“백수라고 풀죽어서 우중충하게 입고 다니면 더 초라해 보일 것 같기도 하고, 봄도 오는데 없는 돈에 보세 옷이라도 사서 기분전환 하고 싶어서 나왔어요.”

취재를 마치고 요즘 유행한다며 윤씨가 권해준 청바지를 하나 사들고 나왔다. 괜히 봄처럼 설레는 기분을 흠뻑 느끼고 돌아서는 길.

‘아, 봄이 오고 있구나!’

아직 쌀쌀한 기운이 감도는 날씨였지만 봄은 이미 우리 곁에 움터오고 있었다. 침체된 경기에 활기를 불어넣어줄 봄의 생동감을 마음 속으로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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