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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현상은 새로운 말을 만들어낸다. 새로운 대상이나 개념이 등장하게 되면 여기에 이름을 붙이거나 의미를 부여하는 말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사회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얼짱’과 ‘몸짱’이 그 예다.

지난 2002년 국립국어연구원에서 박용찬이 펴낸 <2002년 신어>에 따르면 우리 사회에서는 외국어가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데 가장 많이 쓰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어를 기원으로 하는 신어가 새로 생긴 말 가운데 무려 64%에 달했다. 북한은 어떨까?

“북한은 정치적 목적으로 새 말 만들기도”

최근 국립국어연구원 어문실태연구부 전수태 연구원이 북한의 <조선말대사전>(1992)과 남한의 <표준국어대사전>(1999)에 실리지 않는 어휘들을 묶어 <북한 사전 미등재어 조사연구>를 출간했다.

ⓒ 국립국어연구원
전 연구원은 이를 위해 북한의 <로동신문>과 <평양신문>, <문학일보>와 방송, 문학 작품 등 총 6000쪽에 이르는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조사했다고 밝혔다. 전 연구원이 찾아낸 북한의 새로운 단어는 670여개.

전 연구원은 “북한에서는 말을 혁명과 건설의 무기로 간주하여 말과 글에 사회성과 계급성 그리고 규범성과 문화성을 포함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미등재어 가운데 정치적 성향의 어휘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 연구원은 북한에서는 정치적 목적으로 생긴 말이 79개에 달해 조사 대상 어휘의 11.7%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남한의 신어가 대부분 전문어나 외래어로 주로 언중이 자발적으로 만든 것을 감안하면 이는 상당히 높은 수치라는 주장이다.

“북 고유어, 우리사전에 올려질 수도 있어”

하지만 북한에서 정치적인 의도로만 말이 생긴 것은 아니다. 전 연구원은 “남한의 신어 생산에 영어의 비중이 상당히 큰 것과 비교해 북한에서는 말 다듬기가 매우 적극적으로 행해지고 있고 서구어에 대해 배타적인 모습을 보인다”며 그 결과로 “고유어가 많이 양산되었다”고 밝혔다. 모서리공(코너킥), 벌차기(프리킥), 머리받기(헤딩)는 우리가 잘 아는 대표적인 예다.

그는 “북한의 사전 미등재어 가운데 외래어는 교즈(만두), 하도메(브레이크), 하오리(웃옷), 도리우찌(모자)등 중국어와 일본어가 대다수였고, 비중도 미등재 어휘 가운데 2.6%인 18개밖에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외래어가 범람하는 남한과 비교해보면 “상당히 다른 양상”이라고 덧붙였다.

전 연구원은 “북한에서는 외래어를 고유어로 다듬는 것에만 국한하지 않고 어려운 말도 쉽게 고치고 있다”고 밝혔다. 고유어끼리 합성한 말로는 ‘강시울’(강변, 강가), ‘뒤메’(뒷모습), ‘망낭딸’(막내딸) ‘무리벌’(여럿이 함께 받는 벌), ‘물피난’(물난리를 피하여 멀리떠남), ‘실거품’(실처럼 가늘게 피어오르는 거품) ‘웅지다’(무리지어 있다), ‘치닥질’(성가신 잔일), ‘톺아오리다’(숨가쁘게 오르다), ‘푸초밭’(채소밭) 등이 있다.

한편 국립국어연구원 측은 “북한의 이러한 말들이 앞으로 사전을 편찬하거나 보완할 때 올림말의 후보가 될 수 있는 말”이라며 “이데올로기와 관계없는 것으로 살려 쓸 만한 말은 사전에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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