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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당선자가 대통령에 당선된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그 사이 노무현 당선자의 대통령 당선을 두고, 우리 사회의 주류가 교체되었다거나, 2030세대가 5060세대로부터 우리 사회의 주도권을 가져왔다거나 하는 여러 가지 해석들이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은 그 동안 ‘대세론’에만 안주해왔던 정치권이나, 보수 안정적인 후보를 지지하였던 많은 이들에게는 아마도 충격과도 같은 결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출판계에 있어서 노무현의 대통령 당선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일 뿐이었다. 이미 지난 2002년 8월 26일,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의 경우에는 “출판계에서는 노무현이 대통령?”이라는 기사를 내보냈을 정도로, 출판계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은 예고된 것이었다.

출판계가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을 예언할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이 기사를 쓰는 현재 서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노무현 관련서적이 모두 25종이고 그 중 출간 1년 이내의 신간만 24종인, 출판사상 유례없는 이런 현상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런 의문들에 대한 해답을 찾는 작업으로서 출판계 내부의 진단과 함께, 그동안 ‘쏟아져 나온’ 노무현 관련서들에 대한 분석 작업을 몇 회에 걸쳐 연재하려고 한다.

오늘은 그 첫 번째로 최근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노무현 당선자 관련서들의 해외 저작권 수출 현황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필자 주>


‘노무현’은 지금 세계로 간다

지금 세계가 노무현을 주목하고 있다. 이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이 그만큼 극적인 일이었을 뿐 아니라, ‘노무현’이라는 정치인이 세계 무대에 알려진 바가 거의 없었으므로 그만큼 노무현 당선자에 대한 정보에 세계가 목말라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의 유수한 언론매체에서 연이어 노무현 당선자에 대한 오보들을 전한 해프닝이 일 정도 이런 현상을 설명해주고 있다. 잘 모르는 만큼, 알고 싶은 욕구도 커지는 법이다.

세계 시장에서의 이런 욕구와, 그리고 이런 욕구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국내 출판계의 행보가 어우러지면서 지금 노무현 관련서의 해외 판권 수출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노무현: 상식 혹은 희망>, 물꼬를 트다

노무현 관련서 중에서 해외 판권 수출의 물꼬를 튼 것은 <노무현: 상식 혹은 희망>(노무현 외 지음/ 행복한책읽기)이다.

노무현의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던 12월 19일, 일본 서점가에서는 한 가지 의미 있는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당선이 확정되는 바로 그날, 일본에서는 “한국의 새 대통령, 일본 최초 소개”, “이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은 한국민의 혜안을 일본인으로서 주목하고 싶다”라는 띠지를 두른 한 묶음의 책이 트럭에 실려 제본소에서 동경 중심가의 서점들을 향해 출발하고 있었다. <韓國の希望, 盧武鉉の夢>(現代書館)이란 제목으로 출간되어, 12월 20일에는 일본 주요 서점에 배본되어 독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그 책은 바로 <노무현: 상식 혹은 희망>의 일어판이었다.

▲ <한국의 희망, 노무현의 꿈>이란 제목으로 12월 19일 출간된 일어판의 표지
ⓒ 행복한책읽기
이 놀라운 일이 가능했던 것은 아오야기 준이치(靑柳純一) 교수의 노고에 힘입은 바 크다. 아오야기 교수는 대산문화재단의 지원으로 황석영의 장편소설 <오래된 정원>을 일어로 번역하기도 한 번역자로서, 일본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일본번역출판문화상 수상하는 등 일본 최고의 번역가 중 하나로 꼽히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노무현: 상식 혹은 희망>의 번역을 자청하여 2002년 7월 이미 일본어 번역을 완료하였고, 한국 출판사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아 일본의 출판사와 출판 계약을 맺고, 일어판을 위한 노무현 당선자와의 인터뷰도 수록하는 등, 충분한 사전준비 작업을 거친 끝에 12월에 출간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미 12월 19일 이전에 일어판의 인쇄와 제본은 완료되었으나 한국에서의 대선 결과를 기다리며 대선 결과에 다른 두 가지 종류의 다른 띠지를 미리 인쇄해두었고,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되자마자 곧바로 당선 축하 띠지를 두르고 출간될 수 있었던 것이다.

<노무현: 상식 혹은 희망>은 출판 이후 출판사와 번역자에게 일본의 진보적 지식인들로부터 서평이 쇄도하는 등 일본 출판계에서 아주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고, 부분적인 내용을 보강한 개정판이 2월 중순경 출간될 예정이다.

한편, <노무현: 상식 혹은 희망>은 중국의 Huaxia Publishing House와도 출판 계약을 완료하였는데, 중국어 번역 작업이 완료되는 대로 초판 1만 5천부를 출판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노무현: 상식 혹은 희망>은 프랑스를 비롯하여 동남아 여러 나라들과도 수출계약이 활발하게 진행중이다.

<노무현의 리더십 이야기>, 봇물을 이루다

현재로서 노무현 당선자의 저서 중 해외 저작권 수출이 가장 활발한 책은 <노무현의 리더십 이야기>(노무현 지음/ 행복한책읽기)이다. <노무현의 리더십 이야기>의 경우 이미 일본, 중국, 대만에 판권 수출이 완료되었고, 프랑스판의 출간도 아주 유력하다.

일어판은 일본의 유력 일간지인 아사히신문(朝日新聞)과 출판계약을 하였는데, <노무현: 상식 혹은 희망>이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 하락 등 한국에서의 상당한 악조건을 안고 진행된 반면, <노무현의 리더십 이야기>는 일어 번역이 거의 완료된 상태에서 대통령 당선 이후 계약이 진행된 관계로 선인세 100만엔(한화 1천만원)과 로얄티(번역인세 포함) 11-12%라는 비교적 좋은 조건으로, 일어판 출판계약이 성사되었다. 일본의 언론사 중 최초로 아사히신문사가 노무현 당선자와의 인터뷰를 하게 된 데에는 <노무현의 리더십 이야기> 일어판이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의 번역도 역시 아오야기 준이치 교수가 담당하였다.

일어판 계약들이 한국과 일본의 출판사간에 직접 계약으로 이루어진 반면, 중국어판(간체자판)과 대만어판(번체자판) 계약은 저작권 중계사인 신원에이전시를 통해 이루어졌다. 중국어판 <노무현의 리더십 이야기>는 <노무현: 상식 혹은 희망>을 출판하기로 한 Huaxia Publishing House와 출판계약이 이루어져 역시 초판 1만 5천부를 출판하는 조건으로 계약이 이루어졌다.

대만어판의 경우는 Morningstar출판사(晨星出版有限公司)와 초판 6천부를 발행하기로 계약하였다. 계약조건은 중국어판이 선인세 미화 3천불에 로얄티는 판매부수에 따라 6-8%, 대만어판이 선인세 미화 2천5백불에 로얄티 6-8%선이다.

이외에도 <노무현의 리더십 이야기>는 홍콩, 태국, 베트남 등에서 저작권 계약에 관심을 보이고 있고 프랑스에서도 책을 검토 중인데, 특히 프랑스에서는 조정래의 대하소설 <한강>을 불어로 번역한 재불 번역가 변정원씨가 번역을 맡기로 하는 등 책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프랑스판 출판 계약이 성사될 가능성을 한층 높여주고 있다.

<노무현이 만난 링컨>과 <여보, 나 좀 도와줘>에도 관심 쏟아지다

현재 해외 출판사들이 주로 관심을 보이는 책들은 노무현 당선자가 직접 쓴 저서들이다. 위의 두 경우가 그렇고, <노무현이 만난 링컨>과 <여보, 나 좀 도와줘>의 경우에도 해외 출판사들의 저작권 계약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은 편이다.

<여보, 나 좀 도와줘>(노무현 지음/ 새터)의 경우 국정홍보처 소속 해외홍보원과 에릭양에이전시 등으로 해외 출판사들에서 판권 계약을 요청해왔고, 중국에서는 구체적인 계약조건을 제시하며 계약을 요청하였으나, 책이 출간된 시기가 오래되었고 해외에 번역 소개하기에는 적절치 않다는 저자측의 판단에 따라 판권 수출이 보류되었다.

한편, <노무현이 만난 링컨>(노무현 지음/ 학고재)의 경우는 저자인 노무현 당선자측과 출판사인 학고재에서 노무현 당선자 해외 알리기에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책이다. 노무현 당선자가 한미연합사령부를 방문했을 때 이 책을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선물한 것이나, 미국을 방문하는 노무현 당선자의 특사가 <노무현이 만난 링컨>의 서문과 원고 일부를 영역하여 미국에 소개하기로 한 것 등은 이미 언론에서 보도된 바 있다.

학고재의 손철주 주간에 따르면, <노무현이 만난 링컨>은 지금 영어로 번역하는 작업이 진행중이며 번역이 마무리되는 대로 한국에서 영어판도 곧 출간할 계획이라고 한다. 현재도 대만과 일본 등에서 이 책의 저작권 계약에 대한 문의가 들어와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상담중이라고 하는데, 영어판이 출판되고 나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해외 판권 계약 요청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물과사상사, 개마고원의 책들도 해외에서 검토중

노무현 당선자가 직접 쓴 저서들에 대한 해외 판권 요청이 쏟아져 들어오는 것에 비하면, 다른 저자들이 지은 노무현 당선자 관련서들에 대한 해외에서의 관심은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개마고원의 장의덕 사장과 인물과사상사의 홍석봉 편집장에 따르면, 지금 몇몇 나라들에서 관심을 보여와서 책을 검토중이기는 하나 구체적인 계약 사항에 대한 오퍼가 들어온 것은 없다고 한다.

두 출판사의 해외 판권 수출을 중계하는 북코스모스의 최종옥 사장에게 확인한 바로는, 개마고원의 <노무현의 색깔>(이진 지음/ 개마고원)과 <유쾌한 정치반란, 노사모>의 경우는 일본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고, 인물과사상사의 <노무현과 국민사기극>과 <노무현과 자존심>(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의 경우에도 중국과 일본 등에서 관심을 보여 검토용 책을 발송하는 등 상담이 진행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아무래도 노무현 당선자의 ‘저서’가 아니라 ‘관련서’인 관계로 해당 국가에서 보여주는 관심이 다소 떨어지는 편이라고 전한다.

그러나 <유쾌한 정치 반란, 노사모>의 경우에는 일본에서 강한 관심을 보이고 있어 일어판 판권 계약이 성사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관심을 보이고 있는 출판사의 대표가 일본 노사모에서 활동하면서 노사모식의 정치 참여를 일본에 접목시키는 일에도 커다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있어, 판권 수출의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책만 수출되는 것이 아니라 책과 함께 ‘노사모’라는 운동이, 그리고 ‘노무현의 리더십과 비전’이 수출되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그밖의 노무현 관련서들과 해외의 상황들

▲ 주 독일 문화홍보원에서 발행한 노무현 당선자의 자전기록 홍보책자
ⓒ 주독일 문화홍보원
한편, 이런 출판사들의 움직임과는 별도로 노무현 당선자측이나 정부 차원에서의 노무현 알리기도 본격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곳으로 국정홍보처 소속 해외홍보원이 노무현 알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주독일 대한민국대사관 문화홍보원에서는 <노무현: 상식 혹은 희망>의 내용 중에서 노무현 당선자의 자전기록인 “내가 선택한 길을 내 뜻대로 걸었다”를 독일어로 번역하여 독한대역본으로 소책자 3천부를 만들어 독일의 주요기관들에게 홍보용으로 배포하기도 하였다.

이외에도 노무현 당선자측에서는 노무현 당선자에 대한 안내책자를 영어, 일어, 중국어 등으로 번역하여 본격적인 노무현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출판사들 외에도 노무현 당선자의 관련서를 출판한 출판사들은 많다. 그것도 한 출판사에서 2-3종씩 출간한 경우도 많다. 열음사(<그에게서는 사람의 향기가 난다> <노하우에 리플달기> <노하우에 쓴 러브레터>), 시와사회(<노무현과 안티조선> <노무현을 부탁해>), 시대의창(<노무현, 반DJ 신드롬을 넘어서> <노무현과 서프라이즈>), 대청미디어(<노무현, 내 마음의 대통령>), 책만드는공장(<바보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 등이 노무현 당선자 관련서를 출판하였다.

기자가 각 출판사들로 문의한 결과, 아직 이들 출판사에는 해외 판권에 대한 요청이 들어온 적이 없다고 한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노무현 당선자의 저서와 관련서의 차이 때문이기도 하고, 이들 책들이 노무현 관련서 중에서 비교적 출판 시기가 늦은 점과, 저자의 지명도 및 한국 내에서의 판매상황 등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아직 해외 출판사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판단된다.

그러나 취임식을 전후하여 노무현 당선자에 대한 해외에서의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각 책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출판사쪽에서의 적극적인 노력이 뒷받침된다면 노무현 관련서들의 해외 판권 수출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인물에 대한 책이, 그것도 정치인에 대한 책이 1년도 채 안되는 짧은 기간에 이렇게 쏟아져 나온 것은 출판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이것은 노무현 당선자와 경쟁관계에 있었던 다른 정치인들과 비교하여 보면 더욱 뚜렷이 도드라져 보인다.

그리고 많은 책들이 출판된 시기가 이른바 ‘노풍’(盧風)이 수그러들고 난 이후였다는 점과, 기사보도와 도서광고가 선거법에 의해 엄격하게 금지되던 대선 기간 중에도 이런 출판 러시는 계속되었다는 점, 그리고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난 이후에 1주일에 1종 꼴로 끊임없이 신간들이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현상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좀더 정밀한 분석 작업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기사는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한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노무현’은 상품성이 확실한 상품이었고, 그것을 어느 누구보다도 출판계가 먼저 감지하고 상품화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상품성은 이제 한국을 넘고, 일본 중국 대만을 넘어, 그리고 세계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노무현식 리더십’이 세계를 움직이고, ‘노사모식 정치참여’가 세계의 정치문화를 바꾸게 될 날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임형욱 기자는 동국대 국문과를 졸업하였고, 1987년 <소설문학> 신인상에 당선하여 등단하였다. “행복한책읽기”와 “몽당연필” 출판사의 대표로서, <노무현: 상식 혹은 희망>을 기획하고, <노무현의 리더십 이야기> 편집을 담당하였다. 

노사모 출판담당 간사로 있으면서 노하우(knowhow.or.kr)와 노사모(nosamo.org)에 노무현 관련서에 대한 글들을 정기적으로 올리고 있으며, 3월부터는 월간 <책과 인생>(범우사)에 노무현과 노무현 관련서에 대한 칼럼을 1년간 연재할 예정이다.


노무현의 리더십 이야기 - 개정판, 행정가와 CEO를 위한 리더십의 8가지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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