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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영
국내외를 막론하고 가수로서 일정량의 앨범을 발표하면 대개 한번 이상씩은 베스트 앨범을 내놓는다.

최근들어 앨범 2, 3장 정도 내고 인기가 하락할 때쯤 베스트 앨범을 낸다거나 애지중지하던 소속 가수가 다른 기획사로 자리를 옮겨 정규앨범을 내자 비슷한 시기에 해당 음반사가 ‘김빼기’ 전략으로 미발표 곡을 포함시켜 베스트 앨범을 내는 경우가 생기는 등 갈수록 베스트 앨범의 질이 떨어지는 추세이지만 그래도 대중들 입장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전체적으로 들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베스트 앨범 발매는 분명 필요하다.

최근 무수히 쏟아져 나오는 신보 가운데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작품은 신해철의 베스트 앨범 [The best of struggling] 이다.

다양한 장르를 담은 베스트 앨범

이미 신해철의 음악에 관해서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그의 바이오그래피를 여기서 세세하게 적어내려갈 필요는 없을 듯 하다. 88년 대학가요제에서 밴드 무한궤도의 보컬로 대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이후 록, 팝, 테크노를 넘나들면서 쌓아온 신해철의 음악이력은 변화무쌍하다. 그런 그가 데뷔 이후 처음으로 베스트 앨범을 냈다면 어떤 구성으로 그간 발표해온 곡들을 담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금색 바탕에 신해철 자신의 모습을 새겨넣은 CD 박스는 굳이 신해철의 열성팬이 아니더라도 소장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해준다. 총 4장의 CD (VCD 1장 포함)와 음악활동 모습을 담은 사진, 해설집 등으로 꾸며진 앨범은 각 CD당 러닝타임이 모두 1시간을 넘길 정도로 방대한 분량의 곡을 담고 있는데 그의 다양한 음악 스타일을 이해할 수 있도록 록, 팝, 발라드로 구분해 놓은 점이 흥미롭다.

데뷔 초기 아이돌스타로 주목받을 무렵에 발표한 발라드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나 댄스곡 ‘안녕’이 수록된 것도, 이제는 좀처럼 구하기 어려운 앨범 [정글스토리 O.S.T]의 수록곡 ‘아주 가끔은’ ‘절망에 관하여’를 접할 수 있다는 것도 대단히 반갑게 느껴진다.

특히 대중적으로도 인기를 모았던 넥스트(N.EX.T) 시절의 주요 곡들이 다수 수록돼있는 것도 당연하지만 상업적으로 철저히 외면당했던 실험작 [Monocrom]의 곡들도 수록돼있어 더욱 가치를 더해주고 있다. (그의 광범위한 음악성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99년작 [Monocrom]을 들을 필요가 있다.)

베스트 앨범의 기준제시

ⓒ 김기영
필자 개인적으로 신해철의 이번 베스트 앨범 발매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이러한 그의 방대한 음악 스타일을 조망할 수 있다는 이유만이 있어서가 아니다. 다른 가수처럼 신곡 한두곡을 끼워넣어 홍보하는 조금은 얄팍한 상술이 전혀 없는데다 음반사와의 계약조건을 지키기 위해 대충 만들어 내놓은 것이 아닌, 철저히 아티스트 본인이 직접 선곡해 새롭게 리마스터링해 발매한 순수한 베스트 앨범이라는데에 있기 때문이다. (물론 넥스트 시절 히트했던 ‘money’ ‘hope’ ‘힘겨워하는 연인들을 위해’ 등이 누락됐다는 점이 못내 아쉽기는 하다.)

특이한 건 음악평론가 강헌씨가 앨범 속지에 쓴 신해철의 음악 연대기인데 오타 투성이로 나온 해설지가 한편으로 재미있기는 하지만 깨알 같은 글씨로 장황하게 쓰기보다는 차라리 간단하게 디스코그래피로 나열하면서 부연설명을 붙였으면 더욱 쉽게 읽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간 접해온 베스트 앨범 중 여러모로 소장가치를 인정할만한 앨범으로는 스매싱 펌킨스(Smashing pumpkins), 비스티 보이스(Bestie boys)의 베스트 앨범을 꼽아왔다. 이제 국내에서도 제대로 된 베스트 앨범을 접하게 돼서 무척 반갑게 느껴진다. 작품성을 인정할 수 있는 베스트 앨범의 소장가치는 정규앨범과 비교할 수 없을만큼 크기 때문이다.

필자는 신해철의 음악을 들어오면서 그를 ‘한국의 데이빗 보위(David Bowie)’로 생각해왔으며 지금도 그러하다. 록, 팝, 일렉트로닉 등의 여러 장르와 솔로, 밴드를 넘나드는 음악이력이 여러모로 영국 뮤지션 데이빗 보위와 닮았기 때문이다. 베스트 앨범은 정리가 아닌 또다른 시작이다. 이제 그의 새로운 정규앨범은 어떤 내용을 담게 될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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