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잡아봐라∼, 잡으면 두거!

때와 장소가 모호한 우주의 어느 행성. 사형집행을 기다리는 죄수 율라우는 가뿐하게 탈출에 성공한다. 125개의 우주에 존재하는 125명의 자아 중 하나인 그는 나머지 자아를 모두 죽여 전 우주를 지배할 힘을 얻으려 한다. 마지막 남은 또 다른 자아, 게이브를 죽이기 위해 지구를 방문한 율라우. 이제 두 남자가 목숨 걸고 싸운다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다.

어제의 황비홍, 오늘은 반담

이연걸이 <매트릭스> 2편과 3편에 잇달아 출연하는 대가로 요구한 돈은 13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70억 원이었다. <로미오 머스트 다이>를 흥행시킨데다 뤽 베송이 <키스 오브 드래곤>을 찍자고 손짓해오니 호기를 부려볼 만도 했다. 그러나 정작 떡줄 사람이 부른 값은 고작 300만 달러. 협상은 간단히 결렬됐다.

얼마 후, 연걸은 대박 영화 두 편을 놓친 아쉬움을 한꺼번에 달래고 싶었는지 주인공 두 역을 혼자 소화한 영화를 찍었다. 원없이 발길질을 해댄 이 영화의 제목은 <더 원>. 개봉 7주차에 접어들도록 제작비 본전도 건지지 못해 자존심을 구긴 연걸에게 쏟아진 건 평단의 손가락질이었다.

이연걸이 이 영화에 출연을 결심했을 땐 믿는 구석이 있었을 것이다. 동양 무협에 열광하는 시대적 트렌드, 성룡보다야 준수한 외모, 홍콩 시절부터 동고동락하며 아메리칸 드림을 키워온 무술감독 원규. 여기에 TV 시리즈 <엑스 파일>과 영화 <데스티네이션>으로 외야 깊숙이 안타를 쳐낸 감독 제임스 웡이 이번엔 담장을 넘기는 큰 홈런을 쳐낼 것으로 믿었을 것이다.

그러나 웡이 가졌다는 잠재력은 여전히 잠재상태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무색하도록 그 뻔한 표현력하고는. '뉴욕 포스트'가 일갈한 대로 이토록 단순한 캐릭터와 무식한 액션은 "장 클로드 반담 영화에서 익히 보아오던 것들"이다. 그저 1시간 반이 채 안 되는 짧은 상영시간을 위안 삼을 수밖에.

덧붙이는 글 | 감독 | 제임스 웡
각본 | 글렌 모건 
출연 | 이연걸, 칼라 구기노, 딜로이 린도, 제이슨 스테이섬 
수입, 배급 | 콜럼비아 트라이스타 
장르 | 액션 
등급 | 12세 관람가 
시간 | 87분

2002-01-22 16:19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감독 | 제임스 웡
각본 | 글렌 모건 
출연 | 이연걸, 칼라 구기노, 딜로이 린도, 제이슨 스테이섬 
수입, 배급 | 콜럼비아 트라이스타 
장르 | 액션 
등급 | 12세 관람가 
시간 | 8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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