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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와 패닉의 빅딜'로 알려지며 음악계의 관심을 모았던 노바소닉의 3집이 출시되었다.

넥스트 멤버 셋과 패닉 멤버 하나라는 수적인 비율만큼이나 노바소닉의 음악은 락음악의 범주에 확실히 속해 있었다. 프론트 맨 김진표의 카리스마가 뒤떨어진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지만, 노바소닉의 음악은 김진표가 솔로 음반에서 시도한 곡들과는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그런가 하면, 기존 넥스트의 음악과도 확연히 다른데 그것은 바로 프로듀싱과 음반 전반의 디렉팅을 맡은 김영석으로부터 기인된다. 프로그레시브의 장중함에 천착하며 테크노에 대한 진지한 관심과 정통 락에의 향수를 보여준 것이 넥스트 시절 신해철의 프로듀싱, 디렉팅이었다면, 김영석의 프로듀싱, 디렉팅은 가요쪽에서도 히트 곡을 양산해낸 작곡가의 작품답게 한층 더 대중적이다. 자세히 말하자면 '댄스틱'하다. 김영석은 그러한 자신의 스타일을 일컬어 '락빙댄(락을 빙자한 댄스곡)'이라는 표현을 쓴 바 있다.

이번 음반에서도 연주는 탄탄하고 또 헤비하다. 그러나 그 헤비함은 헤비메틀이나 기존의 하드코어 노선에 걸맞는 음악을 연출하는 데 쓰이지 않는다. 오히려 댄스그룹들이 종종 시도해왔던 락적인 배경과 유사하다. 타이틀 곡인 '나쁜 여자'는 그 전형적인 예이다.

16비트 펑키 곡인 이 곡은 '김진표의 랩-기타리스트 김세황의 후렴구 노래'라는 노바소닉으로서는 전형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내게 와줘, 와줘"라는 식의 가사는 기존의 노바소닉들의 곡들과는 달리 가볍고 일상적이며, 10대들을 겨냥한 듯하다.

본작의 파퓰러함은 기용된 보컬리스트의 면모로 잘 드러난다. 'It's Your Time'의 지우는 락 보컬이라고는 할 수 없는 목소리와 창법을 선 보이며 묘한 조화에 자신을 보태었다. 위선을 향한 도발을 담은 펑키 풍의 '오버 액션 가면맨'은 보컬은 부활에서 활동하고 있는, 비음 위주의 발성이 특기인 이성욱이 맡았다.

이들은 김성면, 홍경민 등 이전 노바소닉의 객원 멤버들에 이어, 헤비한 기타 리프와 김진표의 저음 랩을 중화시키는 임무를 맡은 셈이다. 하지만 회심의 무기라고 할 수도 있는 곡들은 그다지 실험적이지 않으며 1, 2집의 곡들을 소박하게 본 받고 있다. 라이브에서의 역동감은 기대할 만하지만, 화려하고 알찬 사운드라고 일컫기에는 낯이 익다. 머릿곡인 'Home'의 경우, 스트링 편곡을 가해 현란함을 추구했으나 넥스트의 '껍질의 파괴', '우리가 만든 세상을 보라'나, 2집의 'The Fiction'에 비하면 다소 경박할 정도다.

기타리스트인 김세황과 베이시스트인 김영석도 마이크를 잡았다. 넥스트 3집의 <아가에게> 후에 기억되기에 충분할 만큼의 노래를 선사한 것은 거의 처음인데, 둘은 각각 <혹시>와 <그대 이름만으로>를 담당했다. 웬만한 가수들에게 뒤지지 않는 김세황과 김영석의 노래는 더도 덜도 아닌 별미의 수준이다. 음반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보다는 팬 서비스 차원의 배려로 훌륭히 작용하고 있는 곡들고, 거의 팝에 가깝다.

빠른 곡들이 전작과 뚜렷한 차별성을 보이지 못하고, 발라드 곡이 소품 이상의 구실을 못하는 것에 반해, 빠르지 않으면서도 발라드가 아닌 곡들이 노바소닉을 향한 기대를 놓지 않아야 할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김진표는 2집의 '진달래꽃'에 이어, 3집에서는 '청산별곡'을 가사로 삼았는데 '진달래꽃'이 중국풍이었다면 '청산별곡'은 아랍 냄새가 풍긴다. 한국 고전을 가사로 쓰고도 음악풍은 왜 해외의 것을 빌려오는지 의구심이 생기지만,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라는 구절이 아라비아 사운드와 어울린다는 걸 감안하면 그의 상상력은 천진하게까지 느껴진다.

템포가 100에 미치지 않는 '타지마할'의 매력은 실상 절제에 있다. 음악 전반을 차지하던 사운드와는 달리 디스토션을 최대한 배제한 듯하다. 반면, 크래쉬의 원곡을 새로이 편곡한 'Bomb Cult'에서는 김세황과 크래쉬의 기타리스트 하재용, 임상묵의 배틀이 눈부시다.

"참을 만큼 참았다"는 외침이 느껴지는 1집이나 김진표의 가시적인 성장의 결과물인 2집을 통해 쌓아온 기대치를 이번 3집이 충족시키는가라는 의문이 감돈다. 3집을 넥스트 앨범들이나 김진표의 솔로와 비교하는 것이 노바소닉에게 결례일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그들의 발전이 멈칫거리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작의 큰 수확이 있다면 그것은 '슬픈 광대'일 것이다. 가사도 가사거니와 시나위의 전 보컬리스트였던 김바다의 강하고도 서정적인 하이톤이 녹아든 그 곡은 노바소닉이 향후 걸어야 할 도박의 내용을 제시해주고 있다. 김세황이 예전 다운타운에서 시도하던 곡들을, 또는 넥스트의 를 잇는 락댄스 곡들 속에서도 노바소닉이 '밴드'로서의 자의식을 잊지 않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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