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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의 맘몬주의적 신앙, 개교회주의 등 부정적인 모습들을 타파할 수 있는 대안으로 사회선교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가고 있는 가운데 개교회나 기독교단체가 마음놓고 참여할 수 있는 창구나 조건이 뒤따르지 않는다는 것이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기독교사회복지관련 단체, 기독교시민단체들은 결식아동, 실직 노숙자, 외국인노동자 문제 등 고난받고 소외된 사람들을 보살피고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등 나은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데 비해 활동에 관한 지원들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토로한다. 특히 기독교단체들은 새로운 활동을 계획, 추진하거나 하나의 사업을 꾸준하게 진행하는데 있어 재정문제가 가장 절실한 상황.

기독교단체의 한 관계자는 "최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의 '후원금 요청공문 발송' 문제를 계기로 시민단체의 후원금 모금관행과 재정자립도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기독교단체들의 경우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기독교단체들은 교단이나 개인으로부터 받는 지원금, 회원들의 회비, 정부의 프로젝트가 유일한 재정이다. 기독교단체들이 왕성한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재정적 방안들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기독교단체들의 재정자립도가 낮은 것은 근본적으로는 평신도들의 관심과 참여가 저조해 회비가 걷히지 않을뿐더러 재정구조의 불투명성, 단체의 존재 여부조차 모르는 데 있다. 게다가 최근 악화된 경제사정으로 회원이 줄고, 개교회나 개인 후원자로부터 오던 후원금이 현격히 감소한 것도 하나의 큰 원인이 되고 있다.

여성단체들은 독일개신교해외개발원조처(EZE)에서 나오던 기금이 끊겨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이 기금은 '제3세계의 교회 여성 빈민 운동의 자립기반 형성' 차원에서 지원받던 것인데 96년 한국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이후 점진적으로 지원이 중단되고 있다. 올 7월이면 지원이 완전히 끊겨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또 지난해 6월부터 이 기금 지원이 중단된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상담시간을 24시간에서 12시간으로 바꾸고 상담원도 13명에서 11명으로 줄이는 등 '긴축운영'에 들어갔다.

건강한 교회 만들기 운동, 컴퓨터음란물 추방 운동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이하 기윤실)는 작년 12월 현재 1만명의 회원수와 90% 재정자립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기윤실도 작년 12월 처음으로 '회원의 밤' 행사를 대규모로 진행해 회원들을 상대로 보다 적극적인 회비 납부를 요청했다. 그 이유는 전체 회원 1만여명 중 실제로 회비를 내는 회원은 3000-4000명 수준.

외국의 경우는 우리나라 상황과 사뭇 다르다. 참여연대 사무처장 박원순 변호사는 보고서에서 미국은 현재 시민들의 참여와 이들의 활동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재단이 있는데 이런 재단은 1996년 현재 4만1600여개나 됐으며, 자산만도 310조4000억원도 이른다고 말했다.

또 일본의 경우 1998년 현재 공익법인은 2만6380개, 공익법인의 연간지출액은 1780조원. 한 작가가 자신의 인세를 내놓아 만든 '녹색의 나무 한그루(믿리 잇폰) 기금'은 그 독자들에 의해서 성금이 모이고 있었으며 도쿄의 한 시민단체는 시민단체 간사들의 국제교류를 지원하기 위해 '좋은 여행 기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또 일본의 대기업인 도요타자동차마저 재단을 만들어 시민사회지원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회 황필규 목사는 "개교회뿐만 아니라 총회 차원에서도 책임질 수 있는 부서와 사람이 필요하다. 또한 재정에 대해서는 투명하게 쓰여질 수 있도록 법적 근거가 확실해야 하며 어떻게 사용했는지에 대한 내역을 공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황목사는 "한국 교회는 활동하고 있는 기독교단체들이 양성화돼서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그들을 운영, 지지, 지월할 수 있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에서도 기독교단체들의 재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들이 새롭게 강구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1995년 한국기독교회협의회가 희년 행사로 진행했던 '평화통일통장', 한미은행의 '사랑나누기 2000 통장', 한빛은행의 '통일로 미래로 통장' 등으로 시중 은행과 협력해서 서민주택마련, 환경보호, 기아예방 등 특정한 목적을 갖는 구좌 또는 통장을 개설해 일반 시민의 예금을 유치하고 그 수익의 일부를 이 목적을 위한 프로젝트나 기관을 지원하는 방법이다.

또 하나는 부스러기 선교회가 작년 5월 정식으로 출범, 저소득 빈곤층을 대상으로 대출사업을 시작한 '신나는 조합'(www.joyfulunion.or.kr). 부스러기 선교회는 작년 7월 그라민 트라스트와 조합계약을 체결, 8월부터 자금지원을 받아 시작했다.

한신대 채수일 교수는 논문에서 "한국 교회는 교회의 돈이 공적 성격을 지니고 있음에도 그들이 보유한 돈이 어떻게 우리 사회의 연대성을 구축하고 시장경제를 보다 인간적이고 환경 친화적으로 만드는데 영향을 끼치는지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면서 "교회가 보유하고 있는 돈을 연대적이고 윤리적으로 투자함으로써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고 기업활동을 개선할 수 있는 선교적 가능성을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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