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2차 방류 완료를 보도하는 NHK방송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2차 방류 완료를 보도하는 NHK방송
ⓒ NHK

관련사진보기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2차 해양 방류가 끝났다. 일본 NHK방송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지난 5일부터 시작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2차 해양 방류를 계획대로 23일 정오에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도쿄전력은 지난 8월 24일부터 9월 11일까지 오염수 1차 방류분 7788톤을 내보냈고, 2차 방류 때는 7810톤을 배출했다.

2차 방류 기간이었던 지난 21일 방수구 3km 이내에서 추출한 바닷물에서 삼중수소(트리튬) 농도가 검출 하한치보다 높은 리터당 22베크렐(㏃)로 확인됐다. 그러나 도쿄전력은 방류 중단 기준인 700베크렐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라면서 "안전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라고 밝혔다. 도쿄전력은 내년 3월까지 두 차례 더 방류를 실시해 총 4회에 걸쳐 오염수 3만1200톤을 처분하겠다는 계획이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오염수의 안전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주변국과 일본 현지 어민들의 반응은 차갑다. 

수출길 막히자 교도소 수용자 동원해 가리비 가공
 
2023년 8월 31일 일본 후쿠시마현 소마에 있는 하마노에키 어시장과 푸드코트에서 현지에서 잡은 해산물이 진열되어 있는 모습.
 2023년 8월 31일 일본 후쿠시마현 소마에 있는 하마노에키 어시장과 푸드코트에서 현지에서 잡은 해산물이 진열되어 있는 모습.
ⓒ 로이터=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중국 세관 당국인 해관총서가 지난 18일 발표한 9월 무역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액은 아예 기록되지 않았다. 중국이 오염수 방류 직후 전면적 수입 금지 조치에 나서면서 수입 물량이 없는 것.

중국은 일본 수산물의 최대 수입국이었다. 그러나 중국이 문을 걸어 잠그면서 일본 어민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나아가 러시아 정부도 이달 16일부터 중국과 발을 맞춰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자국 내 소비를 촉진하고, 어민들에 대한 자금 지원 방안을 내놓으며 안간힘을 쓰고 있다. 또한 중국·러시아에 항의하며 양국의 수입 금지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또한 일본산 가리비의 중국 내 가공도 불가능해지자 농림수산성과 법무성이 나서 자국 내 교도소 수용자에게 가공 작업을 시키기로 했다.

일본은 노동력이 싼 중국으로 가리비를 수출해 가공한 뒤 미국과 유럽으로 재수출 해왔다. 그러나 중국의 수입 금지로 이 작업이 불가능해졌다. 또한 교도소 내에서 가공 작업을 하면 해썹(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을 충족할 수 없어 수용자를 가공장에 파견하는 고육지책까지 쓰기로 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23일 의회에서 한 소신 표명 연설에서 중국에 대해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목표로 정상 수준에서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주장해야 할 것은 주장하고, 책임있는 행동을 강하게 요구하면서 여러 현안을 대화하고 공통의 과제에 협력한다는 자세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처리수에 관해서는 계속해서 과학적 근거로 투명성 높은 정보를 발신해 나갈 것"이라며 "중국 정부에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 금지를 즉시 철폐하라고 요구하는 것과 동시에 중국 시장에 의존하지 않도록 판로 확대를 도모해 일본의 수산업을 지키기 위해 만전의 대응을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론 달래기 나선 일 정부... 현장으로 가는 장관들

일본 정부와 언론은 오염수의 안전성 우려보다는 수산물 수출길이 막힌 것에 대한 여론 달래기에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일본 원전 운영을 총괄하는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은 21일 후쿠시마 원전 인근 미야기현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어민들을 만나 정부가 피해 배상을 위한 긴급 지원책을 신속하게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NHK방송은 "니시무라 경제산업상이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가 시작된 후 미야기현을 찾은 것은 처음"이라며 "가리비를 비롯한 미야기현의 주요 수산물을 시식하며 맛과 안정성을 어필했다"라고 전했다.

쓰치야 시나코 신임 부흥상도 지난 7일 부임 후 처음으로 후쿠시마 원전을 방문해 방류 시설을 시찰하고 관계자들과 면담했다. 시나코 부흥상은 기자들에게 "원활한 처리수 방류를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신뢰를 얻으며 공생하는 것이 필요하다"라며 "계속해서 처리수의 안전성을 모니터링하고 국내외에 적극적으로 알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 여론전까지... 힐러리 "중국의 반발은 프로파간다"
 
일본 <산케이신문>의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 인터뷰 기사
 일본 <산케이신문>의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 인터뷰 기사
ⓒ 산케이신문

관련사진보기

 
일본은 중국의 수입 금지를 비판하기 위해 외국 주요 인사까지 동원하고 나섰다. 우익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22일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과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을 강조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일본은 오염수 방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주의 깊고 철저하게 분석했다"라며 "중국의 반발은 프로파간다(선전)"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중국이야말로 자국 원전의 처리수를 과학적으로 안전한 방법으로 방류하지 않고 있다"라면서 "중국이 정말 해양 환경이나 수산물 안전을 원한다면 중국 원전이 먼저 안전하게 방류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산케이신문>은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가 21일 뉴욕에서 열린 대담에서 "중국이 일본 배타적 경제수역(EEZ) 내에서 어업을 하면서도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거부하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말한 것도 크게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이매뉴얼 대사는 "일본은 투명성과 과학적인 근거로 국제사회와 협조하며 처리수를 방류했다"라며 "반면에 중국은 코로나19 팬데믹 때 국제사회와 협조하지 않았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일본 언론은 지난 16일 열린 WTO 시장접근위원회 회의에서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는 WTO 협정을 위반한 것으로 용인할 수 없고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 캐나다 등의 지지를 얻었다"라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일제히 보도하기도 했다.

이처럼 일본은 중국을 때리면서도 외교적 노력에 힘쓰고 있다. 이날 일본 정부가 가나스기 겐지 주인도네시아 대사를 신임 주중 대사로 임명할 방침이라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가나스기 대사는 일본 외무성에서 이른바 중국 전문가로 불리는 '차이나 스쿨(중국통)'이 아니다.

<교도통신>은 "중일 관계 정체가 장기화하고 수산물 수입 금지를 비롯한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오히려 '비전문가'를 최전선에 보내 새로운 국면에서 관계 개선을 모색하려는 듯하다"라고 분석했다.

현장에선 불안의 목소리... "수십 년 방류, 이제 막 시작"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금수 조치로 인한 일본 어민 피해를 보도하는 <아사히신신문>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금수 조치로 인한 일본 어민 피해를 보도하는 <아사히신신문>
ⓒ 아사히신문

관련사진보기

 
반면에 진보 성향의 <아사히신문>은 수산물 수출량이 크게 떨어진 일본 현지 어민들의 어려움과 목소리를 전했다.

노자키 데쓰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지난 21일 실린 <아사히신문> 기사에서 "수십 년간 계속될 방류 작업이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라며 "도쿄전력은 더 이상 실수가 나오지 않도록 매 순간 긴장감을 가져줬으면 한다"라고 당부했다.

이 신문은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가 어느덧 2차를 맞았고, 아직은 바닷물이나 물고기의 삼중수소 농도의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라면서도 "방류 완료까지는 수십 년이 걸리고, 불안한 세월이 이어질 것"이라고 짚었다.

또한 수출에 의존하던 일부 수산물의 경우 어업을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지바현 조시시에서는 올겨울 해삼 조업을 하지 않기로 했다. 대부분 중국 수출용이었으나, 중국이 수입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한 어업 관계자는 "전복도 중화요리에서 수요가 많았으나 평균 단가가 절반 정도 급락했다"라며 "올해 조업은 끝났지만 내년을 불안해하는 목소리도 있다"라고 전했다.

태그:#후쿠시마원전, #오염수, #일본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