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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치 배 속에서 나온 플라스틱 조각
 갈치 배 속에서 나온 플라스틱 조각
ⓒ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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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마트에 갔더니 갈치를 할인해줬다. 그것도 국내산 갈치. 좀 가냘프긴 했지만, 식구들이 모두 갈치를 좋아해서 흔쾌히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날 저녁 갈치조림을 했다. 무를 썰어 냄비에 깔고 그 위에 갈치를 하나하나 얹어 고춧가루와 다진 양념 팍팍 해서 보글보글 맛나게 갈치조림을 완성했다. 비록 가시가 많아 발라먹기 힘들었지만 갈치살의 고소함과 담백함에 빠져 충분히 맛있는 반찬이 됐다.

그런데, '빠지직'. 갈치살을 먹으며 가시를 씹어도 그런 기괴한 소리는 나지 않을 것이다. 입안에서 이상한 소리와 식감이 느껴졌다. 뭔지 모르겠지만 어디선가 들어본 익숙한 소리의 존재감. 이상한 생각이 들어 얼른 뱉어 뭔지 확인하고자 물로 씻었다. '잉? 프, 프, 플라스틱?'

플라스틱 조각이었다. 환경 강의를 하며 수백 번 넘게 했을 이야기. 우리가 사용한 플라스틱 제품이 제대로 수거되지 않아 떠돌다가 결국 바다로 흘러가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잘게 쪼개져 물고기들이 먹이인 줄 알고 덥석 물게 되고, 이 물고기를 어부가 잡아 다시 우리 밥상에 오른다는 플라스틱의 순환 이야기.

이를 우리 밥상에서 현실로 맞닥뜨리게 될 줄이야.

자세히 살펴보니, 내가 씹기 전 전체 조각은 가로세로 약 1센티미터씩 되는 미색 플라스틱 조각이었던 것 같다. 그걸 갈치가 몸에 담고 다니느라 얼마나 아팠을까? 갈치 몸의 크기를 내 몸으로 비례했더니 그 조각이 내 몸속에 있었다면 거의 손바닥만 한 크기였을 걸로 추정된다.

손바닥만 한 플라스틱이 내 배 속 장기 사이에 껴 있다고 상상하면 움직일 때마다 쿡쿡 찌르는 아픔이 있지 않았을까? 지금도 바다 속에 수많은 물고기들이 이러고 다니겠지. 

플라스틱, 아예 안 쓰진 못해도 줄이려 노력해야

한 연구에 따르면, 한 사람이 일주일간 섭취하는 미세플라스틱 양은 5g가량으로, 신용카드 한 장 분량이다. 이 중 대부분은 다시 노폐물들과 함께 배출되지만, 일부는 남아 차곡차곡 쌓이게 된다.

그것들이 결국 우리 몸속에 자리를 잡게 되면서 건강에 문제를 일으킨다. 플라스틱은 원유라는 연료와 첨가물이 여러 가지 화학 공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화합물로 몸에서 염증을 일으키고 세포를 변형시킨다. 원활히 순환하고 움직여야 하는 기관들을 가로막아 버린다.

그래서 심장에선 심근경색·협심증 같은 심장질환을, 뇌에선 뇌졸중·뇌장애와 같은 뇌질환을, 폐에선 폐질환을 일으킨다. 각종 암과 불임을 발생시키고, 기형아 출생과도 관계가 있다고 한다.

이미 우리 주변은 수많은 미세플라스틱으로 오염돼 있다. 물에 녹아 있고, 흙에 섞여 있고, 공기 중에 떠돌아다닌다. 그곳에서 사는 채소, 가축, 물고기 등의 몸속에 들어있다. 그렇다고 숨 안 쉬고, 안 먹고 살 수 없는 게 가장 최상위 소비자인 우리 인간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수돗물에 대한 불신으로 플라스틱병에 든 생수를 사 마신다. 그런데 미세플라스틱을 가장 많이 먹게 되는 경로가 바로 플라스틱 생수병이라고 한다.

이외에 각종 음료도 플라스틱병에 담겨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이제 눈에 보이는 깨끗함과 당장 편리함의 추구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냈는지 알아야 한다.

플라스틱 사용을 전면 금지하자고는 못 하겠다. 분명 플라스틱이 우리 생활과 산업, 삶에 엄청난 혜택과 발전을 가져온 점을 인정한다. 최선의 방법은 플라스틱으로부터 거리두기를 하자는 거다. 최대한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가는 것만이 해답이다.

우선 쉽게 할 수 있는 비닐봉지, 플라스틱 포장 용기 등의 사용을 줄이고 친환경 용기로 전환을 실행해보자. 장바구니 사용하고, 비닐봉지 여러 번 재사용해 총생산량을 줄이고, 플라스틱 제품을 덜 구매하고, 필요치 않은 플라스틱 기념품은 사양하자.

아는 이가 플라스틱병이 아닌 유리병에 생수를 담은 제품을 개발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물론 유리병이 간편함까지 담보해내진 못한다. 그래도 하나씩 바꿔가는 흐름이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감당할 수 있는 만큼 기꺼이 불편해지자.

신승희(협동조합 숲과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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