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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을 앞둔 정부·여당이 유·초·중·고 교육에 써야 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빼내 대학생 국가장학금으로 돌려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해 7조 원에 가까운 교부금이 줄어든 형편에서 다시 3~5조 원에 이르는 돈을 빼내려고 하는 것이어서 시·도교육청의 반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관계자는 "이렇게 여기저기에서 교부금을 빼내면 걷잡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14일 정부·여당은 대학생 소득 상위 20%를 제외한 모든 대학생에게 국가장학금을 지원하기로 방향을 잡고, 재원 마련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계에서는 이 사업을 진행하는데 한해 3~5조 원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녹색정의당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전국 대학교육을 무상으로 시행한다면 소요액은 2022년 기준 7조 4000억 원이고, 지방대학만으로 한정한다면 3조 6000억 원이다. 우리나라 대학은 모두 325개교(전문대 132개교 포함)인데, 이 가운데 지방대학은 222개교(전문대 91개교 포함)다.

재원 마련 방안은 고등교육재정교부금을 신설하는 방안과 기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돌려쓰는 방안 등 2가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여당은 지난해 고등·평생교육특별회계 사례처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가운데 일부를 빼내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유·초·중·고의 학교 경비를 충당하기 위한 법정 재원이기 때문에 대학생 장학금 지원 사업에 돌려쓰는 것은 '변칙적 행정행위'란 비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 일부로 조성된 돈이다.
 
지난해 열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 2023.3.23
 지난해 열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 2023.3.23
ⓒ 교육감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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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과 일부 언론은 교육청 잉여금 등의 사례를 들며 돈이 남아돈다면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식으로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이는 2022년까지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 '세수 추계 오류가 있었다'면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지원 예산보다 10조 3000억 원을 감액했다. 올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예산은 69조 원이다. 이는 지난해보다 6조 9000억 원이 또 줄어든 수치다.

이에 더해 시도교육청은 정부의 늘봄사업 관련 1~2조 원가량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또 정부는 올해 5400억 원을 AI(인공지능) 교육 특별교부금으로 돌려쓰기로 한 상태다. 이 액수만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줄어드는 것이다. 2023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1조 5000억 원을 떼 대학에 지원하는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도 올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여기에다가 막대한 예산이 들 것으로 보이는 유보통합 예산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돌려쓸 가능성이 큰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또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중 약 11조 원을 저출생 대응 예산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관계자는 교육언론[창]에 "2022년 세수가 갑자기 늘어나면서 '교육청 돈이 남아돈다'고 얘기가 돌았지만, 지금 17개 시도교육청의 기금은 교부금 감축에 따라 그 때에 견줘 반 토막이 난 상태"라면서 "지금 상황이라면 내년이면 교육청 기금도 고갈이 될 형편인데 대학 장학금 재원까지 교부금에서 부담하게 된다면 걷잡을 수 없는 일이 생길 것이다. 늘봄 예산이나 유보통합도 재원 부족으로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교육전문언론 교육언론[창](www.educhang.co.kr)에서 제공한 것입니다.


태그:#대학생 장학금, #교부금 빼내기, #교육언론창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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