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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방법원 박병태 법원장(사진 가운데)과 법원 간부들이 지난 10일 오후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조선대병원 전용 스카이박스에서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광주지방법원 박병태 법원장(사진 가운데)과 법원 간부들이 지난 10일 오후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조선대병원 전용 스카이박스에서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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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법원장과 법원 간부들이 사립대 법인이 제공한 최고급 공간에서 프로야구를 접대 관람한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사립대학 측이 예산 수천만 원을 들여 해당 공간을 임대해 이를 고위 법관 접대에 활용하면서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논란도 일고 있다.

18일 <오마이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지방법원 박병태 법원장과 조영범 수석부장판사 등 법원 관계자들은 지난 10일 오후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조선대병원 전용 스카이박스를 찾아 KBO리그 KIA타이거즈와 SSG랜더스의 경기를 관람했다.

홈팀 KIA타이거즈가 운영하는 스카이박스는 개인이나 법인, 기업들이 적게는 4천여만 원부터 많게는 8천여만 원 이상을 주고 시즌권을 구입해 이용하는 최고급 단체 관람공간이다.

스카이박스는 크기와 인테리어에 따라 10인실, 14인실, 18인실로 구분되며 30여개의 관람공간 중 일부는 시즌권이 아닌 1회당 60~100만원 가량을 내고 이용할 수도 있다.

독자적인 외부 관람공간과 내부 휴식공간으로 구분된 스카이박스에는 가죽시트 관람석과 실내 소파, 테이블, 냉장고, TV, 에어컨, 냉온수기 등이 비치됐다.
 
KIA타이거즈가 운영하는 스카이박스는 수천 만원의 임대료를 내고 시즌권을 구입해 이용하는 최고급 단체 관람공간이다.
 KIA타이거즈가 운영하는 스카이박스는 수천 만원의 임대료를 내고 시즌권을 구입해 이용하는 최고급 단체 관람공간이다.
ⓒ KIA타이거즈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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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법원장 일행이 경기장을 찾은 이날은 5강 진입을 노리던 KIA타이거즈가 포스트 시즌 진출의 사활을 건 중요한 경기였다. 

경기시작 직전 조선대병원 측이 시즌 임대한 스카이박스 4층 S30×호에는 박 법원장과 김경종 병원장, 정중화 조선대 의과대학장 등 10여명이 입장했다. S30×호 출입구에는 시즌 임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병원 로고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박 법원장 일행은 가죽시트 8자리가 설치된 스카이박스 외부 관람석에 자리를 잡았다. 경기장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관람석 앞에는 실내공간에 비치된 철제 테이블이 옮겨져 식탁으로 활용됐다.

앞줄에는 박 법원장과 조 수석부장, 정 학장 등 5명이 둘러앉았다. 테이블 위에는 경기시작 전부터 대기하던 관계자들이 차린 맥주와 음료, 족발, 물티슈, 일회용기 등이 놓였다.

경기가 박빙의 승부를 이어가자 자연스럽게 술잔이 돌기 시작했고, 공수 교대 타임에는 KIA타이거즈 응원과 함께 일어서서 건배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박 법원장 주변에 앉은 한 법원 간부는 경기 중반 피곤한 듯 고개를 숙이고 졸기도 했고, 일부 참석자들은 술기운에 상기된 얼굴로 관람을 이어갔다.

이들 뒤에는 4~5명의 남성들이 선 자세로 경기를 관람 중이었다. 종종 박 법원장 테이블의 술이 떨어지거나 필요한 것이 있을 때마다 시중을 들기도 했다.

박병태 광주지법원장 "조정위원회 모임" 

박병태 광주지법원장은 이날 참석 경위에 대해 "조정위원회 임원진, 법원 간부진이 만나는 비공식 간담회였다. 조정위원 5명, 법원 간부 등 9명이 참석했고, 음식은 법원 측 참석 간부들이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조정위는 통상 법원에서 정기위원회를 열고 더러 외부 식당 등에서 비정기 회의를 열어왔는데, 당일은 조정위원들의 제안으로 야구장에서 모임을 가졌다"고 부연했다.

박 지법원장은 "일반 기업이 제공한 자리였다면 당연히 가지 않았을 자리였을 것"이라며 조선대병원 측이 임대한 야구장 스카이박스 관람에 대해 사실상 문제될 것이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김경종 조선대병원장은 법인 시설을 현직 법관들과 사적으로 이용한 것이 부적절해 보인다는 <오마이뉴스>의 질문에 "두 분 다 개인적 친분이 있다. 특별한 자리는 아니다"고 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잠시 뒤 다시 전화를 걸어와 "저는 광주지법 조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의과대학장도 같은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정위원회를 스카이박스에서 가진 것이다"고 해명했다.

병원장과 학장 외에 다른 조정위원들의 참석 여부와 법인 시설의 사적 사용 부적절성에 대한 질문에는 정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한편,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은 공직자가 직무 관련성이 있는 경우 금액 및 대가성과 상관없이 과태료를 물게 된다. 식사접대 한도는 3만원, 축·조의금 5만원, 농축산물 선물의 경우 15만원(명절 20만원)까지 가능하다.
 
조선대병원이 2023년 시즌 동안 임대한 스카이박스 출입구. 상단에 병원명이 적힌 표식이 붙어있다.
 조선대병원이 2023년 시즌 동안 임대한 스카이박스 출입구. 상단에 병원명이 적힌 표식이 붙어있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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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광주지법, #접대관람, #스카이박스, #프로야구, #KIA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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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통신 기자를 거쳐 오마이뉴스 광주전라본부 상근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기사 제보와 제휴·광고 문의는 pre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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