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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노동조합은 13일 거제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삼성중공업노동조합은 13일 거제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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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근로자가 아닌, 당당한 노동자로 살아갈 것을 선포하며 무노조 삼성중공업에도 노동조합이 꽃피었음을 알린다."

삼성중공업 현장직 노동자들이 가입해 결성된 삼성중공업노동조합(위원장 최길연)은 13일 오전 거제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마침내 삼성중공업에도 민주노조의 깃발을 올렸다"면서 이같이 선언했다.

삼성중공업노조는 지난 6월 27일 설립총회를 열었고, 지난 4일 거제시청으로부터 노조 신고필증을 받았다. 노동자들은 "신고증이 나오기까지 많은 용기를 냈다. 여전히 진행 중인 삼성의 노조파괴 공작에 노동조합 설립 이후에도 가시밭길이 예상된다"고 했다.

1974년 8월 삼성중공업 설립 이후 현장직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기는 처음이다. 노조는 "반세기 동안 '무노조 경영'이라는 미명 하에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착취와 탄압의 뒤안길로 사라져 갔을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회사 쪽은)노조 설립을 원천봉쇄하고자 소위 '문제인력'으로 분류된 노동자들을 지속적으로 사찰해 왔다"며 "지난 2월 대법원은 삼성중공업의 불법사찰로 인해 정신적 피해를 당한 노동자들에게 손해배상할 것을 최종 선고했다. 악랄한 '노조파괴 경영'의 단면이 드러나는 판결이다"고 했다.

"삼성중공업 노동자들의 삶은 1980, 1990년대에 머물러 있다"고 한 이들은 "우리는 더 이상 근로자가 아닌, 당당한 노동자로 살아갈 것을 선언하며 노조의 깃발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직 더 많은 노동자를 조직해야 하고, 산별노조 전환 등 수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며 "이주노동자를 포함해 원·하청 생산직 노동자로 노조 가입 범위를 확대한 이유는, 마땅히 모든 노동자가 존엄성을 보장받고 노동기본권의 보편적인 권리가 보장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노조는 "삼성중공업 노동자의 피와 땀이 맺힌 곳곳에서 노조할 권리를 꽃피우는 그 길에, 노동·시민의 관심과 연대의 손길을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류금렬 거제개혁시민연대 대표, 배동주 거제경실현 사무국장, 여영국 정의당 경남도당 위원장, 김정열 거제노동안전보건활동가모임 활동가 등이 참석해 노조 출범을 축하했다.

최길연 위원장은 조합원 숫자에 대해 "회사의 사찰 때문에 비공개로 하겠다"고 말했다. 노동자협의회와 관계에 대해서는 "노협이 노조로 전환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으나 지금까지 되지 않고 있어 힘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상급단체 가입과 산별 전환 여부와 관련해선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협의 중에 있다"고 전했다. 사측과의 교섭에 대해서는 "사측과는 소통이 없다"며 "사측의 노조 파괴 공작은 최근에는 확인된 게 없다"고 답했다.

삼성중공업에는 지금까지 생산직 노동자들의 노조는 없었고, 노동3권이 법적으로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협의회가 있었다.

정의당 경남도당은 이날 낸 논평을 통해 "삼성이 노사 문제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무노조 경영'을 포기하겠다 밝혔지만, 여전히 삼성의 노조파괴 공작 역시 현재진행형인 상황이다"라면서 "탄압 속에서 당당히 꽂힌 삼성중공업 노동조합의 깃발을 환영하고, 모든 노동자가 노조할 권리는 쟁취하는 데 함께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태그:#삼성중공업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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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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