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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6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6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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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부의장님, 사과하는 데 며칠이나 걸릴 일이었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송영길 전 대표님, 검찰하고 싸우는 건 법정에서 하십시오. 이상민 의원님, 옆 집에 불구경하시는 거 아니지 않습니까. 말씀을 조심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서복경 혁신위원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회(아래 혁신위)가 6일 당내 인사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당을 향한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코인 투기 논란 등 당 도덕성 추락과 신뢰 회복을 위해 혁신위가 꾸려졌는데 김영주 부의장의 '일본 골프 여행 문자' 등 각종 구설이 이어지고 있는 데 대한 쓴소리였다.

무엇보다 혁신위는 당을 향해 "혁신 의지가 있냐"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혁신위가 지난 6월 23일 소속 의원 전원의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과 체포동의안 가결 당론 처리 등을 '1호 쇄신안'으로 내놨는데, 정작 당이 쇄신안 제안 뒤 보름이 다 되도록 본격적인 논의를 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다. 앞서 당 지도부는 혁신위의 제안에 대해 "존중한다" "체포동의요청시 당론으로 부결을 정하지 않겠다" 정도의 의견만 내놓은 바 있다.

참고로, 이날 회의는 혁신위 구성 후 사실상 처음으로 언론에 혁신위원들의 모두발언을 공개한 자리였다.

"민주당, 자중지란... 위기에 절박하지 않아"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진행된 6차 전체회의에서 "혁신위가 출범하고 2주가 됐다. 제1당의 위상과 역할에 걸맞게 제대로 혁신하는 민주당을 만들기 위해 격렬하게 토론했다"면서도 "분석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국민이 민주당에 대해 느끼는 실망감과 당 내부인들이 스스로를 바라보는 인식 간에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기득권에 안주하면서 국민의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 그리고 당의 위기에 대해 절박해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일부 당 내 인사들이 탈당·신당·분당 등을 언급하며 당의 분열을 조장하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당과 대한민국의 운명보다 자기 정치에 급급한 나머지 자중지란의 모습도 보인다"고 말했다. 또 "일부 의원은 입법기관 (내 인사)로서의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하고, 본회의장에서 안이하고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 구설에 오르는 일도 있었다"고 꼬집었다.

간접적으로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부의장을 거론한 것이다. 김 부의장은 지난 1일 국회 본회의 중 지인과 일본 골프 여행을 가는 내용과 관련한 문자를 주고 받다가 언론에 포착돼 논란이 됐다. 김 부의장은 결국 지난 3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송구하다"며 사과했다. 비이재명계 인사로 꼽히는 이 의원은 지난 3일 "도저히 뜻이 안 맞고 방향을 같이 할 수 없다고 한다면 유쾌한 결별도 각오해야 한다"며 분당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당 내 분란을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민주당이 혁신의 필요성과 국민들의 요구를 알고 그 무게를 충분히 느끼고 있는지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며 "혁신의 필요성에 대하여 다시 고민하고, 당을 흔들고 국민을 실망시키는 일을 반복하지 말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서복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이 6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6차 회의에서 당내 논란을 일으킨 의원들을 비판하고 있다.
 서복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이 6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6차 회의에서 당내 논란을 일으킨 의원들을 비판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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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복경 혁신위원도 "기강이나 규율이 없는 조직을 민주적인 조직이라고 하지 않는다. 오합지졸이나 콩가루 집안이라고 한다"고 질타했다. 이어 "최근 민주당을 보면 특히 당에서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분들이 왜 그러시나 모르겠다, (김 위원장은) 우아하게 둘러 말씀하셨지만 저는 콕 집어서 부탁드리겠다"면서 김영주 부의장, 송영길 전 대표, 이상민 의원을 직격했다.

"민주당, 혁신위 만들고도 남 일처럼 구경하고 있는 것 같다"

혁신위원들은 이날 불체포특권 관련 쇄신안을 제대로 논의할 것을 당에 주문하기도 했다.

김남희 혁신위원은 "혁신위가 도대체 왜 만들어졌냐.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않는 정치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이런 논의가 당내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 같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는 "혁신을 하겠다면 권력을 둘러싼 투쟁이 아니라 미래 비전과 대안을 제시하는 건강한 토론이 있어야 한다"며 "대의를 위해 기득권을 내려놓는 결단이 필요한데도 지금 당은 혁신위를 만들고도 남 일처럼 구경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강 건너 불구경 같은 말씀을 하지 마시고, 혁신위 의제를 치열하게 의논하고 반성하고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형중 혁신위원 역시 "보름 전 출범식에서 민주당의 혁신만을 위해 온 게 아니라 한국 정치의 혁신을 위해 (혁신위에) 참여했다고 말씀드렸다"면서도 "보름 동안 직접 경험해보니 민주당은 여전히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만 중요한 정당이라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고 비판했다.

윤 혁신위원은 특히 불체포특권을 언급하며 "혁신위는 지금 검찰권 행사가 정당하다고 생각해 이런 제안을 내놓은 게 아니"라며 "국민 눈높이로 보면 칼 든 검찰이나 철갑 두른 민주당이 똑같아 보이기 때문에 불체포특권 (포기가) 필요하다고 봤다"고 했다. 이어 "지금 검찰권 행사가 부당하다는 대국민 설득에 완전히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당내 인사들을 향해 "노선과 가치, 정책을 갖고 싸워달라"고도 당부했다. 그는 "전세사기로 벌써 5명이 돌아가셨다. 하반기에는 역전세 물량이 쏟아지고 자영업자들의 연체율이 치솟고 있다"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때문에 당장 내달부터 생계 피해를 바로 입는 어민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은 어떤 국회의원이 재선하고 3선하냐에 아무 관심이 없다"며 "정치를 회복해야 한다. 민주당은 더 이상 엉뚱한 싸움을 멈추고 제대로 싸워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혁신위원이자 당 내 인사인 황희 의원은 "내가 (혁신의) 당사자"라며 "세 차례 회의에 참석했는데 (혁신위의) 열정과 책임 앞에서 부끄러움을 느끼고 깊이 반성한다"고 말했다.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제6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제6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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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은경, #혁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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