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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배석하고 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배석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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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중국 응원 사태를 계기로 범정부 차원의 여론 조작 방지 대책이 추진되는 가운데, 정작 대책을 주도하는 방송통신위원회는 기초적인 자료조차 정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대응을 두고도 '인터넷 여론 옥죄기'란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적절한 대책이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란 지적이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4일 국무회의 현안보고에서 포털 중국 응원 사태를 언급하면서 이른바 '가짜 여론' 방지를 위한 범정부적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일 포털 다음이 제공한 아시안게임 축구 한중전 응원 페이지에서 참여자의 90% 이상이 중국을 응원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 위원장은 이를 긴급 제안했다.

포털 중국 응원 사태는 소수 이용자가 VPN(가상사설망)과 매크로(자동 반복 프로그램)를 활용해 벌인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VPN(가상사설망)을 이용한 IP 우회 접속으로 국내 누리꾼인 것처럼 속이고,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해, 중국 응원 수를 대량 생성했다는 것이다.

사실 VPN과 매크로 프로그램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VPN은 일반 기업들이 보안 유지를 위해 사용하는 시스템이고, 매크로 프로그램은 코딩을 배운 사람이라면 파이선 라이브러리를 활용해 손쉽게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이 기능을 불법적으로 활용한 범죄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대책이 요구돼 왔다. 

그런데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추진한다는 방통위는 VPN 범죄와 관련된 자료를 별도로 관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2022년 10월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입법조사처는 "경찰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방송통신위원회에 문의 결과, 현재 VPN과 관련된 범죄 현황을 별도로 관리하고 있지는 않다"고 답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022년 이후에도 관련 자료를 별도로 확보하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천지현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정책총괄과장은 지난 5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정기적으로 (VPN 범죄) 통계를 내거나 그런 자료는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자료 여부를 명확히 확인해보겠다던 천 과장은 6일 현재까지 어떤 답변도 하지 않고 있다.
  
지난 1일 오후 10시 40분경 다음 스포츠 한국-중국 8강전 응원 상황. 한국이 166만 건으로 중국 132만 건을 앞서고 있다.
 지난 1일 오후 10시 40분경 다음 스포츠 한국-중국 8강전 응원 상황. 한국이 166만 건으로 중국 132만 건을 앞서고 있다.
ⓒ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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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가 기본 자료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VPN 범죄는 최근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자체 분석한 자료를 보면 VPN 등 정보통신망 침해 범죄는 2014년 2291건에서 지난 2020년 4344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VPN 악용 범죄 유형도 다양한데, 허위 투자 사이트 접속을 유도하는 등 사이버사기, 허위 음란 영상물 제작을 통한 사이버 성폭력, 마약 구매를 위한 우회접속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 포털 축구 응원 사태 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범죄가 VPN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그럼에도 VPN 활용 범죄에 대한 통계도 없이, 예방책도 단순히 '여론 조작'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설익은 대책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번 응원 사태를 계기로 정부, 여당에선 '댓글 국적제 도입'을 화두로 내걸고 있는데, 근본적 해결은커녕, 여론을 옥죄는 도구가 될 것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오픈넷 이사인 박경신 고려대 교수는 지난 4일 <오마이뉴스>에 "플랫폼과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IP 주소를 공개하는 건 몰라도 강제로 IP 주소 위치를 공개하게 하는 건 효과도 없고 표현의 자유도 과도하게 억제한다"며 "댓글 국적제는 국가후견주의적 관음증"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응원 사태 역시 VPN 범죄의 한 줄기인 만큼, 정부가 범죄 통계 등 기본 자료부터 면밀히 정리하고,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VPN 악용 범죄는 사이버 사기, 금융범죄, 개인정보침해 등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이런 유형의 범죄는 도외시하고, 단순히 여론조작만을 문제삼아 국민을 호도하는 행태는 VPN 악용 범죄의 심각성을 모르는 정부의 무능함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태그:#방송통신위원회, #방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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