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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선대 연못 수련
 사선대 연못 수련
ⓒ 이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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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상류인 임실군 관촌의 사선대(四仙臺)는 자연 친화적 생태공원으로 거듭나고 있다. 사선대 생태공원의 기암절벽에 자리 잡은 원시림과 호수 주위를 천천히 걸으며 맑은 강바람과 숲의 향기를 느끼면 어느덧 마음은 여유롭고 평온해진다.

사선대 생태 탐방로는 사선대 주차장, 영벽정, 운서정, 가침박달 나무 군락지와 산개나리 군락지, 사선대 국제조각공원과 호수 나무 데크를 거쳐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약 2km의 순환 구간을 추천할 만하며 한 시간이면 여유 있게 걸어볼 수 있다.

무너미 고개에서 만난 사람들

6월 하순의 일요일 아침(25일)에 관촌 사선대 생태 탐방로를 걷기 위해 전주 남원 간 17번 국도에 인접한 사선대 관광지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주차장에서 작은 연못을 지나면 영벽정 방향이다. 연못에는 수련이 잠에서 깨었고 연못가에는 자귀나무가 꽃을 피웠다.

영벽정에서 섬진강을 건너는 17번 국도의 교량과 사선문(四仙門)을 바라보며 돌계단을 올라 운서정(雲棲亭)으로 향한다. 능선 길은 시멘트로 포장된 농로인데 왼쪽으로 이어지는 짙은 숲은 원시림에 가깝다. 이 숲은 푸른 녹음이라기보다 가볍게 푸른 어둠으로 평온하다. 새소리와 자동차 소리가 함께 들리는데 숲 향기가 진하게 다가와서 인상적이다.
     
운서정 가는 산책로는 왼쪽은 절벽으로 섬진강 상류를 바라보고 오른쪽은 완만한 구릉지로 밭과 과수원이며 동네 뒤쪽이다. 절벽은 사람의 접근이 아예 불가능한 가파른 경사지로 아래에 호수가 위치하며 소나무, 느티나무와 참나무 가족이 원시림처럼 어울렸다.
 
사선대 가침박달 나무 열매
 사선대 가침박달 나무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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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선대 절벽 능선의 제일 높은 곳에 자리 잡은 운서정에 도착했다. 활짝 핀 능소화를 보면서 운서정 정문인 가정문 앞을 지나갔다. 운서정 오른쪽 끝 담장에서 바로 천연기념물 가침박달 나무 군락지가 전개된다.

4월에 하얀 꽃을 피운 가침박달 나무는 열매가 맺히고 있다. 이 열매 모양이 가침 바느질을 한 모양이어서 가침박달 나무라고 한다. 가침박달 나무 군락은 능선 따라 250m 구간을 졸참나무 군락과 혼효림을 이룬다.

무너미 고개의 나무 데크 다리에서부터는 산개나리 군락지 시작이다. 가침박달 나무 군락지는 높은 위치인 운서정에서 내리막 지형에 자리 잡았고, 산개나리 군락지는 무너미 고개에서부터 오르막 능선에 자리 잡았다. 절벽 쪽은 산개나리 군락지이고 오른쪽은 복숭아 과수원이다.

무너미 고개에서 등산객 두 분을 만났다. 성미산(성미산성)을 찾아가는 중인데 이어진 능선의 길을 찾을 수 없다고 한다. 두 분은 이희주(서울 성북구)씨와 김병규(서울 강남구)씨로 사선대 주차장에서 영벽정을 거쳐 운서정 지나 이곳까지 왔다고 했다.

이희주씨는 이곳 사선대 인근 마을인 주천리가 고향이라고 했다. 어린 시절에 이곳에 소풍도 와서 운서정에서 산 능선으로 성미산성까지 갔던 기억이 있어 지도를 보니 찾아가려는데 그 길이 없어진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성미산에 올라 진안 마이산 봉우리를 보았던 옛 추억을 말하며 고향을 찾은 진한 감회를 표현하였다.

김병규씨는 사선대 생태 관광지가 이렇게 좋은지 상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사선대 절벽의 원시림과 생명력이 강한 인상으로 다가온다고 했다. 무너미 고개에서 국제조각공원은 3분도 안 되는 짧은 내리막 구간이다.

두 분과 동행하여 고향과 등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제법 먼 길의 길동무처럼 국제조각공원에 도착했다. 두 분은 이곳 조각공원에서 주천(배나드리) 마을을 거쳐 1.5km 거리의 백제 시대 산성 유적이 있는 성미산을 오르겠다며 떠났다.

만족스러운 한 시간의 산책길
 
사선대 조각공원 작품
 사선대 조각공원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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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선대 국제조각공원은 절벽 원시림 아래의 넓은 잔디밭에 자리 잡았다. 국내외 작가의 40점 작품이 전시되어 있으며 자연환경이 조각공원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두 작품을 집중하여 감상하였는데 잠시 다른 세상에 온 듯하다.
     
작품명 '융점 변화'는 생명력이 응축되어 있다가 상승하는 역동성을 표현한 듯하다. 작품명 '나도 신선'은 연잎 위에서 개구리가 낮잠을 자고 일어나 기지개 켜는 형상으로 한 편의 우화를 여유롭게 읽는 듯하다.
 
사선대 조각작품 융점 변화
 사선대 조각작품 융점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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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선대 절벽의 원시림 아래에는 생태습지가 있다. 산책로 왼쪽으로 40~50m 높이 절벽의 원시림에서 숲 향기를 품은 냉기가 밀려온다. 원시림 속에 어둠 같은 침묵이 평온하게 마음을 적시는 듯하다.

호수 위로 건너가는 나무 데크 길을 찾아 걸었다. 이내 찻집과 음식점을 지나 사선대 잔디 축구장 옆의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한 시간의 산책길이었는데 멀고 충실한 여행길을 마친 듯하였다.

이 지역에 전승되는 사선대 설화는 신화 같이 아련하다. 임실 용요산의 두 신선과 진안 마이산의 두 신선이 이곳 절경 속에 노닐고 있었다. 이때 하늘에서 네 명의 선녀가 까마귀를 이끌고 내려와서 신선들과 함께 승천했다고 한다.
 
사선대 조각작품 나도 신선
 사선대 조각작품 나도 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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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호남정맥 산맥이 섬진강과 거의 평행하게 전개되며, 사선대 절벽이 호수와 나란히 이웃하고 있다. 문명의 마을이 절벽의 원시림과 가깝게 공존한다. 네 신선이 이곳을 찾아와 노닐었다는 설화는 공존하는 조화로움의 가치를 우리에게 암시하는 것이 아닐까?
     
조각공원 옆의 생태습지에는 연잎이 푸르고, 조각공원 산책로에는 4월에 화사하게 피었던 벚꽃이 버찌로 성장하여 6월의 햇살과 더위에 익어간다. 버찌들은 녹색 잎을 배경으로 분홍색, 주황색과 보라색의 색채가 공존하는 향연을 펼치고 있다. 덜 익은 신맛의 버찌에서 달콤한 검은색의 농익은 버찌로 변하고 있다.
 
사선대 버찌 향연
 사선대 버찌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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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임실 관촌 사선대, #사선대 절벽 원시림, #사선대 생태 습지, #사선대 국제조각공원, #사선대 가침박달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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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해설사입니다. 향토의 역사 문화 자연에서 사실을 확인하여 새롭게 인식하고 의미와 가치를 찾아서 여행의 풍경에 이야기를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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